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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팅열차 달려온다

곡선구간 시속 200㎞
고속철도(KTX) 덕분에 요즘은 서울에서 부산 바닷가까지 3시간이면 갈 수 있다. 그런데 KTX는 경부선과 호남선 구간만 달린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KTX의 혜택이 멀게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올해 말에는 속도가 KTX에 버금가는 새로운 열차가 등장할 전망이다. 바로 ‘틸팅열차’다. ‘틸팅(tilting)’은 영어로 기울인다는 뜻. 틸팅열차는 말 그대로 기울어지는 열차다.


10월경 선보일 틸팅열차. KTX보다 느리지만 새마을호보다는 빠르다. 현재 제작을 마치고 조립 과정이 진행 중이다. 내년 중앙선과 충북선에서 시범운영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터널 안 뚫어 환경파괴 위험 없어
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는 커브를 돌 때 바깥쪽으로 쏠리는 힘, 즉 원심력을 받는다. 이때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바깥쪽으로 튕겨 나간다.

기차로 치면 탈선하게 되는 것. 그래서 기차는 커브를 돌 때 속도를 줄인다.

결국 기차의 속도를 높이려면 철로가 직선인 게 유리하다. 실제로 KTX가 달리는 구간은 거의 직선이다. 곡선 구간이라도 반경이 커서 급하게 커브를 돌지 않는다.

그러나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모든 철로를 직선으로 건설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터널을 뚫어야 하는 경우도 많아 환경 파괴 우려도 있다. KTX가 산악지역을 달리지 못하는 이유다.

철로를 새로 만들기 어려우니 과학자들은 열차를 아예 ‘기울이기로’ 했다.

틸팅열차 밑에 설치되는 작동기(액추에이터). 곡선 선로에서 차체 한쪽을 들어 올려 열차가 기울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아래는 틸팅열차를 만드는 대형 성형기. 이 안에 차체의 틀을 넣고 특수 복합재를 입혀 가열해 한번에 뽑아낸다. 사진 제공 한국철도기술연구원
KTX보다 느리지만 새마을호보다 빨라
쇼트트랙 선수들은 코너를 돌 때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몸을 기울인다. 이때 코너 바깥쪽으로 향하는 원심력과 아래로 향하는 중력의 합력은 빙판에 비스듬하게 작용한다(그림). 이 각도만큼 몸을 기울이면 선수 자신은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넘어지지 않는다.

틸팅열차는 바로 이 원리를 적용했다. 이 열차에는 두 가지 센서가 들어 있다. 하나는 달리는 동안 곡선 철로를 감지한다. 다른 센서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서 철로의 위치 데이터를 전송받는다.

제어장치는 이 데이터와 철로의 굽은 정도, 열차의 속도, 중력, 원심력 등을 이용해 차체를 기울일 각도를 계산해 낸다. 틸팅열차 밑에 설치돼 있는 작동기(액추에이터)가 차체 바닥과 철로가 이 각도만큼 벌어지도록 차체 바깥쪽을 들어올린다. 이렇게 기울어진 열차는 곡선 철로에서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탈선하지 않는다.

승객의 몸도 열차와 함께 기울어지지만 넘어지지 않는다. 쇼트트랙 경기와 같은 이치다.

틸팅열차를 기울일 수 있는 최대 각도는 8도. 쇼트트랙 선수가 빙판에 닿을 듯 말 듯 몸을 기울이는 데 비하면 작은 각도지만, 이 덕분에 틸팅열차는 시속 200km까지 낼 수 있다. KTX(시속 300km)보다 느리지만 새마을호(시속 150km)보다는 빠르다.

틸팅열차는 현재 부품의 제작이 완료돼 조립 중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존철도기술개발사업단 서승일 단장은 “10월 시제열차를 선보이고 2007년 시범운영할 계획”이라며 “구간의 절반이 곡선인 중앙선과 충북선에 우선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븐에서 빵 굽듯 성형기에서 차체 제작
기울어지다 자칫 전복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틸팅열차는 차체의 아래쪽을 무겁게 만들었다. 바닥은 철, 나머지는 철보다 훨씬 가벼운 특수 복합재로 제작한 것. 이 복합재는 벌집처럼 내부가 비어 있다. 원하는 모양으로 잘 구부릴 수 있어 항공기 날개에도 쓰인다.

틸팅열차는 전체를 철,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등으로 만든 기존 기차보다 20∼40% 가볍다. 이 덕분에 철로와 바퀴가 덜 마모돼 수명이 길어질 수 있다.

기존 열차는 차체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만든 다음 결합하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따라서 결합 부위가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틸팅열차는 길이 30m, 지름 5m에 이르는 커다란 성형기 안에 차체 틀을 넣고 복합재를 입혀 고온으로 가열한 다음 한번에 뽑아낸다. 오븐에서 빵을 구워 내는 것처럼 말이다.

외국에선 이미 틸팅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30년 운행 역사를 자랑하는 판돌리노(이탈리아)를 비롯해 X2000(스웨덴), 가모메885(일본), 탈고(스페인), ICT(독일), 아셀라(미국)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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