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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V 몸 속엔 뭘 담나?

팔, 다리는 가볍게, 무거운 부품은 가슴에
20층빌딩 크기만한 태권V 내부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이단옆차기를 하고 광자력빔까지 발사하면서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려면 어떤 장치들을 어디에 넣어야 할까. 로봇은 물론 어떤 기계를 만들 때는 먼저 어떤 목적에 사용하며 어떤 크기에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구상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을 ‘시스템 디자인’(system design)이라고 한다.

1961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유니메이트’(unimate)라는 로봇을 생산공정에 사용하면서부터 산업현장에 로봇이 등장했다. 현재는 자동차 제조공정의 50% 이상을 로봇이 담당하고 있으며 가정에서는 물론 우주탐사에까지 로봇의 손길이 닿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로봇들은 모두 전문가의 시스템 디자인 과정을 통해 구현된다.



어떤 로봇을 만들까?
지금부터 30년 전으로 돌아가 태권V 시스템 디자인에 직접 참여해보자. 여러분들은 모두 로봇공학자인 김 박사가 됐고, 지금은 태권V라는 이름조차 없는 백지상태다. 시스템 디자인은 로봇을 제작하기 위한 첫 번째 작업으로 그림 속 로봇을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첫 번째 순서로 지금까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무엇(태권V)을 가져야겠다(개발)는 욕구(필요성)가 생겼을 때 내(로봇제작자)가 그것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계획(설계)하는 일이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로봇은 어떤 것인가.

오른쪽과 같이 전투로봇을 만들기 위한 체크 리스트를 작성했다면, 이제 여러분의 생각과 김 박사의 생각이 같은지 비교해보자.

김 박사가 생각한 로봇의 형태는 ‘휴머노이드’(Humanoid)다. 사람과 같은 모습의 로봇은 조종자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조종하는데 매우 유리하다.

전투로봇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기다. 무기는 적의 위치와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데, 비행하거나 먼 거리에서 공격하는 적과 싸우기 위해 고안한 형태가 광자력빔과 로켓주먹이다. 근접전에 대비한 무기도 개발해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근접전에 가장 유용한 무기는 발과 주먹이다. 태권 동작은 근접전에서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전투로봇이 지상에서만 활약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제한된다. 비행능력까지 부여된다면 전투로봇으로 손색이 없다. 태권 동작과 비행을 자유자재로 하려면 조정 방법 역시 잘 고려해야 한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전투하기는 어렵고 조종사가 로봇 몸 속에 들어가 조종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단순한 버튼 조작으로는 불가능하고 인간의 뇌파를 읽어 로봇의 행동을 조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태권V 부분과 전체
김 박사가 구상한 전투로봇과 여러분의 생각은 일치하는가. 구상한 태권V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거대로봇을 설계하려면 소형로봇에서 사용되는 일반적인 방법이 적용될 수 없다. 개미를 코끼리만큼 크게 만들 때 내부 골격구조부터 모두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먼저 재질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 나노기술을 이용한 다공성 재질과 초고강도섬유 복합재료 또는 초합금을 사용하면 재료의 무게를 5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강도만 높이는 설계보다는 우주왕복선의 로봇팔과 같은 유연한 구조를 갖도록 한다. 유연한 구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하려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그리고 로봇에 마이크로 구동기를 삽입해 외부 충격울 흡수할 수 있는 ‘스마트 구조물’(smart structure) 원리를 도입할 수도 있다.

질량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필요도 있다. 몸에서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많은 팔과 다리를 효과적으로 움직이려면 동력원과 구동장치처럼 무거운 부품은 운동량이 적은 가슴이나 복부 안에 둬야 한다.



수많은 아이디어 담은 로켓주먹
태권V의 중요한 무기 중의 하나인 로켓 주먹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장치다. 팔꿈치 밑의 작은 공간에는 로켓주먹 발사 추진체, 연료 저장장치, 분리한 로켓주먹의 작동을 위한 별도의 통신제어장치, 동력장치가 들어가야 하며 손목과 손가락 구동을 위한 구동장치와 다양한 센서들을 이 작은 공간 안에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모터의 개수도 중요하다. 단순히 물건을 잡기만 한다면 손 하나에 모터 한 개로도 가능하지만 좀 더 정교하고 다양하게 움직이려면 적어도 손가락 하나에 1개 이상의 구동 장치와 제어부가 필요하다. 사람의 손처럼 조작하려면 온도, 미끄러짐, 압력 등을 잴 수 있는 인공피부 형태의 센서가 필요하고 추가로 손목에 힘을 느낄 수 있는 센서도 있어야 한다.

주먹을 발사하려면 별도의 추진 장치가 필요하다. 로켓주먹이 적에게 치명타를 입히기 위해서는 엄청난 순간 속력이 필요하다. 파괴력(F=ma, a= dv/dt)은 속력의 변화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런 속력을 내기 위한 추진 장치는 엄청나게 큰 순간 가속도를 필요로 하고 이에 맞는 추진체가 필요하다. 로켓주먹을 발사했다가 다시 제자리에 붙이기 위해서는 도킹 기술처럼 정밀한 유도 제어기술과 추진 기술이 필요하다.

태권V가 비행하려면 엄청난 양의 연료와 추진체를 달아야 한다. 몸 안의 빈 공간들을 전부 연료로 채운다 하더라도 그리 오래 날지 못한다(852톤의 추진력을 가진 러시아의 RD-172 로켓엔진 2기로 183초 비행). 따라서 아주 적은 양으로 엄청난 추진력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연료와 저장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




핵융합로는 몸통에 위치
지금까지 개발된 동력 기술만으로는 1400톤이나 나가는 태권V를 계속 움직이기 어렵다. 가능한 방법으로 전력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료를 공급할 필요가 없는 소형 핵융합로를 생각할 수 있다. 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보조 배터리도 달아야 하며 움직임이 적은 몸통에 두는 것이 좋다.

머리에는 조종석을 만드는 것이 좋다. 로봇이 인간처럼 직관적으로 행동하도록 조종하기 위해서는 로봇의 시각과 청각 체계가 조종석 안에서의 느낌과 일치해야 한다. 조종석에서는 로봇이 바라보는 광경과 소리가 같은 느낌으로 조종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시각 센서로 전방뿐 아니라 후방도 선택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뒤에서 오는 공격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태권V 시스템 디자인은 상상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로봇제작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40년쯤 뒤라면 현재 아이디어를 모두 담은 로보트 태권V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바텐더 로봇 티롯의 시스템 디자인
작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는 로봇카페, 로봇유치원, 휴보관, 롭해즈관 4개의 로봇관이 마련됐다. 그중 ‘로봇카페’에서는 음료수를 만들어 주는 로봇인 ‘티롯’(T-rot)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티롯의 시스템 디자인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티롯은 2004년과 2005년에 노인들과 간병인,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도와 줄 로봇이 어떤 기능을 갖춰야 하는가에서 출발했다. 개발목표는 식사 준비와 정리가 가능한 로봇, 감정 교류가 가능한 로봇이었다. 목표 기능은 식기, 수저, 냉장고 손잡이를 잡을 수 있는 손과 팔,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주행부, 인간 친화형 디자인 등이었다. 로켓 주먹을 쏘고 비행하며 이단옆차기를 하는 태권V에 비하면 아주 소박한 주문이지만 현재 로봇 기술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애니메이션 속의 상상과는 다르다.


01 로봇 ‘휴보’를 만든 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02 로봇카페에 등장한 ‘티롯’이 음료수를 따르고 있다.

외부 디자인은 여성을 모티브로 부드럽고 친근한 모습으로 구현했고, 실내공간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바퀴를 이용했다. 키는 일반 성인 보다 조금 작은 1m50cm며 무게는 120kg으로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크기다.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로봇의 손이다. 컵이나 냉장고 손잡이를 잡기 위해 수많은 모의실험을 통해 7개 관절로 된 3개의 손가락을 가진 손으로 설계했다. 물건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 손끝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인공 피부를 장착했다. 티롯의 시스템 디자인에서 제작까지는 1년이 넘게 걸렸다. 태권V와 비교해서는 아주 단순한 로봇이지만 이런 로봇들에 기능을 점점 추가해 만든다면 태권V로 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을 제작하기 전에는 완벽한 설계도를 갖춰야 한다. 티롯의 설계도에는 복잡한 팔 구조가 자세히 나타나 있다(분홍색).

김문상 박사는 독일 베를린 공대에서 로봇공학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현재 산업자원부 21C프론티어 기술개발사업에서 지능로봇기술개발사업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최초 휴먼로봇인 ‘센토’(Centaur) 개발에 참여했으며,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 파견했던 ‘롭해즈’(RobHaz)와 생활보조 로봇인 티롯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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