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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29L 박스로 물난리 막는다?

 

‘빗물받이 박스’의 힘
서울대 공대 38동 건물 옆 땅속에는 ‘박스’가 두 개 묻혀 있다. 하나의 크기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40×100×50cm. 두 개의 박스 용량을 합치면 400L다. 재질은 폴리프로필렌이라는 플라스틱의 일종. 보자기에 싸인 박스 안은 텅 비어 있다. 박스의 주인은 바로 서울대 공대 빗물연구센터. 11일 중국에서 열린 ‘국제빗물관리학회’에서 이 박스의 ‘놀라운 능력’이 공개됐다.



땅속의 빗물 저장고
석 달 전 빗물연구센터 연구원들은 난데없이 삽을 들고 나와 연구센터 건물 주변의 땅을 파기 시작했다. 깊이 70cm 정도 판 다음 보자기로 싼 박스를 묻고 건물 모서리에 있는 홈통과 연결시켰다. 그리고 다시 흙을 덮었다.

비가 오면 보통 건물에서는 빗물이 홈통을 따라 흘러 땅속 하수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간다. 큰비가 내려 하수처리장이 가득 찬 뒤 빗물이 넘치면 건물 주변이 침수된다. 그런데 이 건물에서는 홈통에서 나온 빗물이 하수관으로 가기 전에 박스에 잠시 저장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빗물이 흘러 하수관이 넘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박스에는 손가락 굵기만 한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다. 박스에 저장됐던 빗물은 비가 그치면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 땅속으로 스며든다. 구멍에는 부직포로 된 필터가 있어 빗물은 통과시키지만 흙이 박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서울대 공대 연구팀이 빗물을 다스려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빗물을 저장했다가 생활용수로 이용하거나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픽=윤상선 기자
침수 방지와 수돗물 절약?
2005년 10월 개정된 우리나라의 하수도시설기준에는 ‘지선은 5년, 간선은 10년 빈도의 큰비에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게 원칙’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수관 용량이 골목길은 5년, 큰길은 10년에 한 번 오는 큰비에 침수되지 않을 정도라는 뜻이다. 지난 여름처럼 30여 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강우량에는 침수를 피할 수 없는 상황. 그렇다고 교통이나 예산 등의 문제 때문에 쉽사리 하수관을 확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연구팀은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강우량, 빗물이 흐르는 경로, 하수관 용량 등을 고려해 필요한 빗물 저장 박스의 부피를 계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연구팀을 이끄는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건물 지붕에 m2 당 29L 용량의 박스를 설치하면 기존 하수관을 확장하지 않고도 30년 만에 오는 큰비에도 침수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직 이론적인 연구라는 견해도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승 수자원사업단장은 “보통 비가 많이 온 뒤 다시 큰비가 내릴 때 홍수가 난다”며 “박스에 빗물이 이미 찬 다음 큰비가 오면 침수피해 방지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선 “땅속에 흘려보내는 게 더 경제적” 반론도
박스를 좀 더 크게 만들어 빗물을 모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한 교수팀은 2년 전 서울대 기숙사 지하실에 20만 L(200t)짜리 박스를 설치했다. 여기에 모인 빗물을 화장실 세정용수나 조경용수로 썼더니 1년간 1800t의 수돗물을 절약했다. 수도요금으로 치면 360만 원에 해당하는 양.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은 8월 24, 25일 서울대에서 열린 ‘빗물모으기 국제워크숍’에서 “도림천 인근의 주택, 어린이집, 학교(서울여상)에서는 2005년부터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200∼4000L 용량의 박스를 설치해 저장된 빗물을 화단, 수족관 관리에 이용하거나 빨래하는 데 쓰고 있다”고 발표했다.

빗물 이용이 그리 경제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절약할 수 있는 수도요금에 비해 저장 시설의 설치나 유지관리 비용이 더 비쌀 거라는 얘기다. 김승 단장은 “빗물을 받아 직접 이용하기보다는 땅속으로 스며들게 해 하천의 고갈을 막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도림천 인근 지역 주택에 설치돼 있는 빗물 저장 시설. 사진 제공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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