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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거나 촌스럽거나’ 유전자 이름 이름들

내 이름은 카사노바, 도깨비, 점박이.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 삼순이는 촌스러운 자신의 이름이 싫어 개명하길 원했다. 이름이 촌스럽거나 별나면 뜻하지 않게 곤혹스러운 경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도 이름이 있다. 유전자 ‘작명’은 과학자들의 몫. 어떤 기능을 하는지, 돌연변이가 생겼을 때 생물의 외모가 어떻게 변하는지 등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 유명 인사나 캐릭터의 이름을 따기도 한다.



포케몬 유전자는 캐릭터사 항의로 ‘Zbtb7’로 개명
지난해 1월 미국 슬론케터링 암센터의 다케다 마에다 박사팀은 쥐에게서 발암 유전자를 총지휘하는 새 유전자를 발견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름은 ‘포케몬(pokemon)’. 유전자의 기능을 설명하는 긴 이름에서 머리글자를 따니 공교롭게도 일본 만화 캐릭터 이름과 같아졌다.

포케몬 만화 제작사 닌텐도는 암 유전자가 캐릭터와 같은 이름을 쓰면 회사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거라며 항의했다. 결국 열 달 뒤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Zbtb7’로 개명했다.

1997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중국인 과학자 리쿤 루오 박사는 초파리의 세포 형태를 유지하는 유전자에 ‘칭기즈칸(genghis kha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양의 든든한 영웅 이미지와 유전자의 역할이 비슷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바람둥이로 유명한 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가진 유전자도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대 페로티 엘리사 박사팀과 독일 필립스대 레나테 폴 박사팀은 정자에서 생식기능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발견해 각각 ‘카사노바(casanova)’와 ‘돈 후안(don juan)’이라고 불렀다. 이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불임이 된다.


가장 흔한 작명법은 ‘생긴 대로 짓기’
가장 흔한 유전자 작명법 중 하나가 돌연변이의 생김새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 지난해 건국대 생명과학부 조경상 교수팀은 돌연변이가 생겼을 때 초파리의 몸에 반점이 나타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점박이(jumbagi)’라고 부르기로 했다.

초파리의 눈은 수천 개의 홑눈이 모여 이뤄진다. 각 홑눈은 보통 육각형 모양이지만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사각형이 되기도 한다. 1994년 미국 베일러대 의대 최광욱 박사팀은 이런 유전자를 처음 발견해 ‘네모(nemo)’라고 이름 붙였다.

충남대 생명과학부 김철희 교수팀은 연구용으로 많이 쓰는 작은 물고기인 제브러피시 배아의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자 마치 도깨비처럼 뿔이 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도깨비(tokkaebi)’라고 명명해 2004년 4월 ‘발달 메커니즘’에 발표했다.




인간유전자 2만5000개 중 5000개만 ‘내 이름’
특정 병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사람의 이름이 그대로 병명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몸이 떨리거나 굳어지는 증상을 보이는 파킨슨병은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의 이름을 딴 것이다.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이름도 병명을 따라 짓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 유전자의 이름은 바로 ‘파킨(parkin)’이다.

이처럼 유전자의 기능에서도 작명 아이디어를 얻는다. 2002년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인디(indy)’란 유전자가 소개됐다. 미국 코네티컷대 블랑카 로지나 박사팀이 발견한 수명 조절 유전자다. ‘인디’는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I'm not dead yet)’는 문장의 머리글자를 연결한 것. 돌연변이가 생기면 초파리가 더 오래 사는 현상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유전자의 이름은 그 존재나 기능을 처음 밝힌 과학자가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의 2만5000개 유전자 중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은 현재 5000개 정도. 결국 나머지 유전자가 어떤 이름을 가질지는 과학자 간 선의의 경쟁으로 결정되는 셈이다.

많은 과학자가 한 유전자를 연구하면 이름이 여러 개 붙어 혼란이 생기기도 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홍석 박사는 “각국 과학자들이 함께 조직한 인간게놈위원회(HUGO) 산하 유전자명명법위원회는 1년에 한 번씩 모여 여러 가지로 불리는 유전자의 이름을 통일하는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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