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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 전에 성형하는 시대 온다?

신호전달물질이 기관의 위치 결정해
수정란에서 성체가 되는 발생과정 동안 신체기관이 만들어지는 위치나 순서는 단 몇 가지의 신호전달물질이 결정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사람마다 눈 코 입의 모양이나 크기, 팔다리 길이 등 세부적인 생김새는 천차만별이지만 각 신체기관의 전체적 위치는 같다. 즉, 팔다리는 몸통의 옆에, 젖꼭지는 가슴에, 눈 코 입은 얼굴에 붙어 있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의 신체기관은 임신 후 20일경부터 위치가 결정되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단 몇 가지의 몸 속 신호전달물질이 수많은 기관의 위치를 조절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발생의 90% 임신 중에 일어나
수정란이 성체가 되는 과정을 생물학에서는 ‘발생(Development)’이라고 부른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된 다음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꼬박 9개월 동안 전체 발생과정의 약 90%가 진행된다. 침샘이나 치아 같은 작은 기관의 발생은 태어난 뒤에도 계속된다.

과거 과학자들은 포유류의 발생과정 동안 신체기관이 형성되는 순서나 위치가 기관마다 각각 다른 신호전달물질에 의해 조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발생생물학 연구의 권위자인 영국 런던대 루이스 월퍼트 교수는 1969년 이를 뒤집는 가설을 내놓았다. 발생이 진행되는 동안 몇 가지 신호전달물질의 ‘농도’가 기관의 발생 순서와 위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BMP, FGF, SHH, WNT라는 신호전달물질이 포유류의 신체기관 형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정란에서 성체가 되는 발생과정 동안 신체기관이 만들어지는 위치나 순서는 단 몇 가지의 신호전달물질이 결정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신호전달물질 농도가 인체 설계도
치아의 발생과정에도 역시 이들 4가지 물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연세대 치대 구강생물학교실 정한성 교수팀은 임신한 생쥐의 자궁에서 배아를 꺼낸 다음 일부를 떼어 배양해 다른 기관의 발생과정도 살펴보기로 했다. 유전자를 조작해 발생에 필요한 신호전달물질의 양을 바꿔가며 기관이 생기는 과정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Tbx3라는 유전자의 활동을 증가시켰더니 BMP가 줄어들어 생쥐의 팔다리와 유방이 배 쪽으로 치우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10월 27일자에 실렸다. BMP의 농도가 팔다리와 유방의 위치 결정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것.

배아 안에서 신호전달물질들의 농도는 시간이 가면서 계속 변한다. 포유류의 배아는 이 농도 변화에 따라 심장, 폐, 간, 팔다리, 유방 등의 기관을 차례로 만들어낸다. 건축가가 설계도를 보고 집을 짓는 것처럼 말이다.

놀라운 것은 배아가 신호전달물질의 아주 미세한 농도 변화까지도 정확히 감지해낸다는 사실. 농도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면 기형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 태어나지도 못하고 배 속에서 죽고 만다. 사람의 경우 BMP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팔다리가 등 쪽에 치우쳐 가슴 모양이 방패처럼 되는 유전병(방패형 가슴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호전달물질이 ‘미모’까지 좌우
연구팀은 사람의 발생과정 중 이마 중앙에서 코를 지나 턱까지 내려오는 얼굴 부위의 생김새도 신호전달물질의 농도 변화로 조절된다고 보고 있다. 이들 물질의 농도가 ‘미모’까지도 좌우하는 셈이다.

플라나리아나 아메바 같은 하등동물도 이 같은 물질을 갖고 있지만 기능은 포유류 같은 고등동물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플라나리아나 아메바는 몸의 구조가 지극히 단순할 뿐 아니라 굳이 ‘미모’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신호전달물질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아내면 태어나기 전에 미리 생김새를 바꿀 수 있게 될지 모를 일이다. 신체기관이 엉뚱한 곳에 붙어 태어나는 유전병 예방도 가능해질 것이다. 손상된 인체 부위를 대체할 수 있는 ‘맞춤형 기관’을 만드는 연구에도 발생 메커니즘은 필수다.

:신호전달물질:
생물의 세포나 조직에서 발생과 분화과정을 조절하는 물질을 통틀어 일컫는 말. 유전자와 단백질, 화학물질이 모두 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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