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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분의 1초 표정변화를 찾아라… 범죄심리학자들의 세계


심리학자인 공정식(40) 박사는 경기 수원시에 있는 구치소로 출근한다.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교화프로그램을 진행한 지 벌써 14년째. 그동안 상담한 범죄자가 3만 명에 이른다.

그는 8월 범죄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범죄심리학은 범죄자, 피해자, 목격자 등의 심리를 분석해 판결이나 수사 과정에 적용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

최근 교정시설이나 검찰, 경찰 등 사법기관에서 범죄심리 전문가를 본격 채용하기 시작했다. 범죄수사에 있어 물증뿐 아니라 심증도 과학적으로 추적하고 확인하려는 것이다.


체온-뇌파 등도 분석… 난항 겪는 수사에 위력

수사 과정에도 범죄심리학자가 활약하고 있다. 7월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에 입사한 김재홍(34) 계장은 한국심리학회에서 운영하는 범죄심리사 교육과정 1기 수료자다.

이 과정에서는 심리학은 기본이고 형법, 형사소송법 등 사법 지식까지 배운다.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경찰청, 검찰, 교도소 등에 파견돼 200∼800시간 동안 범죄자들을 상담하는 실습을 한다. 이 과정을 수료하면 범죄심리사 자격증을 받는다.

김 계장은 “진술이 엇갈리거나 증거가 부족한 경우, 범죄 행위를 부인하는 경우에 특히 과학적인 범죄심리학 기법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딸을 살해한 어머니의 행동 분석을 맡았다. 어머니는 처음에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



앞으로 범죄자들은 심리학자를 두려워하게 될 것 같다. 진범을 정확히 밝혀내는 과학수사뿐 아니라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을 가려내거나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는 교정 과정에서 범죄심리학자들의 활약이 늘고 있다. 사진 제공 동아사이언스

“비디오로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어머니의 얼굴에서 ‘25분의 1초’ 동안 나타났다 사라지는 미세한 표정을 포착했습니다. 마치 제3자처럼 편안한 표정이었죠.”

보통 부모라면 자식을 살해한 범인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느낄 텐데 이 미세한 표정 변화가 어머니가 범인이라는 심증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정재영(38) 대검 심리분석실장도 현재 범죄심리학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체온 뇌파 심박수 같은 생체신호 변화, 조사 과정에서 질문 방식에 따라 범죄자의 심리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성폭행범 재범 막는 교정치료에도 참여
선진국에서는 성폭행범의 재범을 막기 위해 인지행동치료를 실시하는 등 교정치료에도 과학적인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혐오조건 형성’이다. 성폭행범이 폭력적인 장면을 보면서 성충동을 느낄 때 역한 냄새나 전기 자극, 또는 구토제 같은 것으로 자극을 줘 신체의 거부반응을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심리치료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준 다음 먹이 주기를 반복하면 나중에는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린다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와 비슷한 원리다.

피해자의 처지를 연기해 보는 역할극도 인지행동치료에 많이 쓰인다. 연극은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연극이 끝난 뒤에는 녹화된 테이프를 보고 토론을 벌이면서 성폭행범은 가해자의 심리와 그 속에 숨어 있는 왜곡된 가치관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잘못도 되돌아보게 된다.





한림대 심리학과 조은경 교수는 “미국 연방교도소에는 범죄심리 전문가가 300명이 넘는다”며 “국내에는 심리학 지식을 갖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진 정신질환자나 피해자 상담을 주로 하는 정신보건전문가, 상담심리사, 임상심리사 등이 범죄자 상담까지 도맡아 왔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범죄자 상담은 순수한 환자와 전혀 다르다”며 “일반 심리사가 바로 범죄 현장에 투입되면 영리한 범죄자에게 오히려 이용당할 수 있다”고 했다. 실습 경험은 물론 신경학이나 약물학 법학 등의 전문지식도 필수라는 것.

그러나 범죄심리학자가 심증만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 박사는 “각종 심리검사 결과와 전과기록, 학교기록 같은 객관적인 자료부터 꼼꼼히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글 | 임소형 기자ㆍsohyu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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