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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대 난제 암흑에너지

미지의 에너지 설명할 물리도, 수학도 없다
“우주 최대 난제 푼 뉴턴슈타인 박사, 5년치 노벨물리학상 거머쥐다!”

2030년 10월 어느 날 뉴욕타임스, BBC, 동아일보에서 1면에 대서특필한 제목이다. 노벨위원회가 한 과학자에게 5년치 노벨상을 몰아주기로 한 결정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도대체 뉴턴슈타인 박사의 업적이 뭐기에 이렇게 호들갑이란 말인가.

보도에 따르면 뉴턴슈타인 박사는 물리·천문 분야의 난제 중 난제인 암흑에너지(dark energy)를 쌈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수학적 이론을 제시했는데, 그 이론에서 예측하는 현상 일부가 실제 관측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암흑에너지는 난다 긴다 하는 과학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서게 만들던 고약한 ‘놈’이었다. 뉴턴의 만유인력이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20세기 천재들의 작품인 양자론으로도 해결할 수 없던 우주 최대 난제였기 때문이다. 뉴턴슈타인 박사가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그 실마리를 확실히 풀어냈으니, 이는 역사적 결과였다.

세계 주요 언론은 새 이론에 ‘암흑’에너지의 신비를 밝혔다는 의미에서 ‘광명’이론(bright theory)이라는 별칭을 붙였으며 이제 광명이론이 상대성이론이나 양자론에 버금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상대성이론은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의 개념을 부수며 관측자에 따라 시공간이 달라진다는 개념을 깨닫게 해줬으며, 양자론은 물체가 관측되기 전에는 모든 가능한 상태에 ‘동시에’ 존재하다가 관측되고 나서야 비로소 확고한 실체가 된다는 새로운 개념을 전해줬다.


빅뱅 이후 시간이 지나고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암흑에너지의 반발력(스프링)이 물질의 중력(파란 타원)을 능가한다. 현재 암흑에너지의 강력한 후보는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지만, 암흑에너지를 설명할 물리나 수학이 없다. 아인슈타인을 능가하는 과학자가 나와야 하는 이유다.


정체불명의 암흑물질보다 더 고약해

암흑에너지란 난제를 해결한 미래를 그려본 시나리오다.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상상은 아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암흑에너지가 21세기 최대 난제라는데 서슴없이 동의하기 때문이다. 197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미국의 스티븐 와인버그 박사는 “우주론뿐 아니라 기본입자이론 분야에서도 암흑에너지는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는 “암흑에너지의 비밀을 푸는데 결정적인 실마리만 제공해도 이는 노벨상 몇년치를 몰아줄 정도의 업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암흑에너지가 왜 난제일까.

우주에는 수천억개의 별을 가진 은하가 수천억개나 존재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태양이나 은하처럼 빛을 내는 존재는 우주에서 1%도 채 안된다. 이를 포함해 양성자나 중성자로 구성된 보통 물질은 우주의 구성성분 가운데 4%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96%는 그 정체가 아직까지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 가운데 암흑에너지가 무려 74%를 차지하고, 22%가 암흑물질이다.




암흑물질은 암흑에너지처럼 빛을 내지 않지만 그래도 질량이 있기 때문에 주변에 중력을 작용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은하에서 암흑물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나선은하에서는 빛을 내는 일반 물질이 주로 핵과 원반에서 관찰되는데 비해, 별들이 은하핵 주변을 회전하는 속도를 측정하면 ‘헤일로’라는 은하 외곽부에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상당한 질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암흑물질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의 후보로 보통 물질과 다른 ‘별난 입자’(exotic particle)를 꼽고 있다. 물론 후보는 하나둘이 아니고 여럿이다. 암흑물질은 1930년대 처음 존재가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정체가 베일에 싸여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수많은 은하들. 별이나 은하처럼 빛을 내는 존재는 우주에서 1%도 안된다. 반면 우주의 74%나 차지하는 암흑에너지는 우주에 널리 퍼져 ‘꼭꼭 숨어’ 있다.

암흑에너지는 암흑물질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천문학자들이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처음 제기했을 때 일부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반발했지만, 점차 그 존재가 명확하게 드러나자 과학자들에게는 암흑물질의 악몽이 떠올랐다. 암흑에너지는 특정한 곳에 뭉쳐 있지 않고 우주에 널리 퍼져 있으며, 중력의 반발력인 척력으로 작용해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수께끼 같은 암흑에너지가 우주의 74%를 차지하는데, 그 정체를 전혀 모른다고? 고등과학원 김정욱 교수는 “이는 마치 우리가 지구 표면의 75%를 덮고 있는 물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상황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정도면 그야말로 ‘대략 난감’하다.






우주를 가속팽창시키는 ‘액셀’

암흑에너지는 1998년에 처음 ‘꼬리’가 밟혔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연구소 연구팀과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팀이 멀리 있는 초신성을 관측해 우주팽창을 가속시키는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각각 발표했다. 초신성은 무거운 별이 폭발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단계로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어도 관측 가능하다. 초신성을 여럿 관측하면 우주팽창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알 수 있다.

우주는 140억년 전 빅뱅이란 대폭발을 거쳐 탄생한 뒤 팽창해 나갔다는 게 정설이다. 암흑에너지가 발견되기 전 천문학자들은 우주팽창이 물질끼리 잡아당기는 중력 때문에 느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거리가 먼 초신성을 통해 과거 우주팽창을 관측하자 우주팽창이 느려지기는커녕 오히려 다시 빨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주팽창을 가속시키는 존재를 바로 암흑에너지라고 불렀다.

2003년은 암흑에너지의 존재가 확증되는 해였다. 2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우주 초기모습을 공개했고, 10월 우주지도를 작성하기 위한 국제공동프로젝트인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DSS) 연구팀은 25만개 은하 분포를 분석해 암흑에너지가 존재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12월 미국의 ‘사이언스’는 그해 최고의 발견으로 암흑에너지를 선정했다.









그뒤 암흑에너지는 베일을 한꺼풀씩 벗고 있다. 2004년 2월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 아담 리스 박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42개의 초신성을 관측한 결과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우주상수는 1917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우주를 설명할 때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에 우주가 붕괴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물론 우주상수는 중력에 반발하는 척력으로 작용한다. 1929년 허블이 우주팽창을 발견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는 불필요한 것처럼 보였지만 21세기 들어 우주팽창을 가속시키는 ‘액셀’로 주목받고 있다.

2006년 11월 16일 리스 박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23개의 초신성을 관측해 암흑에너지가 90억년 전부터 이미 중력에 반발하는 척력으로 작용해왔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 결과는 ‘천체물리학저널’에 게재될 예정이다. 즉 오래 전부터 암흑에너지가 중력과 ‘줄다리기’를 해왔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50~60억년 전 암흑에너지의 반발력이 물질끼리 잡아당기는 중력을 능가해 우주가 가속팽창하기 시작했다고 추정했다. 문제는 암흑에너지의 정체가 무엇이며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처럼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가이다.





천문학자들은 암흑에너지의 밀도에 대한 압력의 비(일명 상태방정식, W)를 계산해 그 정체를 알아내려고 한다. 암흑에너지도 E=mc²에 따라 물질로 환산하면 밀도와 압력을 따질 수 있다. 암흑에너지가 우주상수라면 W는 -1이다. 최근 초신성 관측 자료를 비롯한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W가 -1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 값의 불확실성(오차)은 10%지만, 암흑에너지의 유력한 후보가 우주상수임을 말해준다.

암흑에너지가 우주상수라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난제는 이제부터 드러난다. 김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는 진공에너지”라고 설명했다. 진공에너지는 진공과 에너지의 합성어다. 물질도 없는 텅빈 우주공간인 ‘진공’ 곳곳에 어떤 에너지가 숨어있을 것이란 뜻이다. 양자역학적으로 진공은 에너지를 가질 수 있지만, 우주에 산재한 진공에너지의 실체는 무엇일지 쉽게 단언할 수 없다.





유력 후보 진공에너지의 맹점

우주에서 진공에너지는 항상 밀도가 일정하다. 태초에 처음 생긴 뒤 우주가 팽창하면서 밀도가 감소하는 물질과 전혀 다른 셈이다. 진공에너지는 관측을 통해 1cm³ 당 약 10-29g씩 우주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이 관측치는 이론적으로 계산한 값에 비해 10-122배나 작다는데 문제가 있다. 박 교수는 “이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며 “진공에너지의 타당한 값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물리가 필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2003년 2월 NASA는 탐사선 WMAP이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해 분석한 결과 암흑에너지가 우주의 74%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우주배경복사는 빅뱅이 일어난지 40만년 뒤 물질과 분리된 ‘태초의 빛’이다.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이 중력을 시공간이 휜 정도라는 사실을 증명하며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할 때는 이론의 기반이 되는 수학인 리만기하학이 이미 있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현재는 새로운 물리이론을 전개할 수학이 없다”며 “지금은 뉴턴이 만유인력이론을 완성할 때 동시에 그 이론을 전개할 미적분을 창시했던 시대에 비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초끈이론의 대가 에드워드 위튼 박사는 “암흑에너지는 내가 해결하고 싶은 난제목록에서 제일 앞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초끈이론은 우주의 최소단위를 흔들리는 미세한 끈으로 보고 우주를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물론 암흑에너지가 초끈이론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진공에너지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가 참 절묘하다고 말할 만하다. 초기엔 우주에서 진공에너지보다 물질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우주의 구성성분 가운데 물질의 비율이 점점 감소한데 비해 암흑에너지의 비율은 점차 증가했다. 김 교수는 “공교롭게도 두 비율이 똑같아지는 시기(약 35~40억년 전)에 지구에는 생명체가 출현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진공에너지가 물질보다 3배 정도 우세해 우주가 가속팽창하는 모습을 관측할 수 있는 적절한 때다. 김 교수는 “만일 물질끼리 잡아당기는 중력이 진공에너지의 반발력보다 더 큰 시기에 살았다면 우주를 가속시키는 진공에너지를 발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신이 존재하는 이유

만일 진공에너지가 이론적으로 계산한 값만큼 어마어마하게 컸다면 인류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공에너지의 반발력이 물질이 뭉치는 중력보다 강해 은하, 별, 행성이 형성되는 걸 방해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진공에너지는 반발력이 그리 크지 않아 매우 큰 우주적 규모에서만 작용한다. 우리 우주는 바로 당신이 존재할 만큼 섬세하게 짜여져 있는 셈이다.

암흑에너지가 진공에너지인가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계속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2015년쯤 되면 W가 -1인지, 즉 암흑에너지가 진공에너지인지 1% 정도의 오차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 박사는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라도 W가 -1이 아니라면, 유력한 암흑에너지 후보인 우주상수는 버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암흑에너지가 우주상수라고 확증된다 해도 난제의 문을 겨우 하나 통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상수를 제대로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에는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참, 내 비밀을 말해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그건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어린왕자는 잘 기억해 두려는 듯 되뇌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인다….”





여우의 말처럼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암흑에너지)은 눈에 안 보인다. 과학자들에게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


| 글 | 이충환 기자ㆍcosmos@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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