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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꿀돼지? 그런 말 안 되지!

인간의 오해에 맞선 돼지의 항변
황금돼지의 해라고? 지저분하다고? 먹기만 한다고? 돼지가 열 받았다. 땀이 잘 나지 않아 가뜩이나 몸에서 열도 잘 배출되지 않는데 말이다. 돼지는 피부 밑 지방층이 두꺼워 땀샘이 거의 퇴화됐다. 잔뜩 열 받은 돼지가 급기야 사람들의 오해에 대해 직접 항변하고 나섰다.





‘돼지 모놀로그’ 1막 ― 여섯가지 오해와 진실

#1 돼지우리 하면 곳곳에 배설물이 쌓여 있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장면이 떠오르세요? 억울합니다. 돼지는 사는 공간이 넓으면 자는 자리, 먹는 자리, 배설하는 자리를 꼭 구분하거든요. 여러 마리를 좁은 공간에 몰아넣으니 지저분해질 수밖에요.

#2 작심하고 허리띠 풀어놓고 먹는 사람도 있잖아요. 돼지는 안 그래요. 양껏 배를 채우고 나면 더는 먹지 않습니다. 여러 마리를 가두어 놓고 먹이를 주니 경쟁심이 생겨 허겁지겁 달려들게 되는 거죠.

#3 훈련만 제대로 받으면 지각능력이 개만큼 발달할 수 있습니다. 한 농장에서 3년 정도 자라면 ‘가’ ‘멈춰’ ‘돌아’ 같은 간단한 말을 알아듣기도 해요. 개보다 냄새를 더 잘 맡는 돼지도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땅속에서 자라는 독특한 향의 버섯을 찾는 데 돼지를 이용한대요.

#4 올해가 황금돼지의 해라죠? 황금돼지는 없어요. 돼지가 실제로 황금색을 띠면 황달에 걸린 겁니다. 간혹 유럽이나 미국에서 개량한 품종 중에 붉은색 돼지나 갈색 돼지가 있긴 합니다. 황금색을 띠게 하는 유전자를 삽입해 ‘형질전환 황금돼지’를 만들 수는 있겠죠. 형광 유전자를 삽입한 초파리, 제브러피시, 원숭이를 만든 것처럼 말이에요.





#5 돼지가 걸리는 병으로 콜레라나 구제역을 많이 떠올리죠. 우리나라에서는 각각 연간 5마리 내외로 발생 빈도가 아주 낮아요. 정작 무서운 병은 ‘이유 후 전신성소모성증후군(PMWS)’과 ‘번식기호흡기증후군(PRRS)’ 같은 거랍니다. 둘 다 바이러스 때문인데 면역기능이 크게 떨어져 세균의 공격에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인간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과 비슷하죠. 돼지 100마리 중 많게는 10마리가량이 이런 병으로 죽는다고 보면 됩니다.

#6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돼지가 중요한 산업자원이에요. 죽은 돼지의 뼈를 가루 내 단추나 그릇을, 가죽으로는 장갑, 신발, 축구공을 만들죠. 지방을 짜내 제초제, 셀로판지, 분필, 시멘트, 화장품의 원료로도 씁니다. 미국에는 이런 작업을 하는 대형 공장이 400개가 넘는다고 해요. 한국에서도 돼지가 죽으면 땅에 묻지 말고 산업용으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돼지 모놀로그’ 2막 ― 생명과학 연구의 복덩이

최근 들어 생명과학 연구자들이 돼지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요. 몸속 장기나 면역체계가 인간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죠. 심한 병이나 사고로 장기가 망가진 환자에게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입니다.

돼지 장기를 바로 이식하면 인체는 이를 이물질로 취급해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유전자를 이식한 복제 돼지를 만들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인슐린이 부족한 당뇨병 환자에게 돼지의 췌장에 있는 췌도세포를 이식하여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게 만드는 거죠.

하지만 돼지를 이용한 장기 이식은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수정란을 대리모에게 이식해 복제 돼지가 무사히 태어날 확률은 0.2%에 불과합니다. 복제 돼지는 임신 초기에 태반의 크기가 정상 돼지의 5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해 나왔어요.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 받아야 하는 태반이 작으니 그 속에서 새끼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거죠.

돼지 몸속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아 병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근 E형 간염과 퍼브 바이러스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요. 특히 퍼브 바이러스는 에이즈 바이러스와 일부분이 비슷하다고 해요.





병원에서도 돼지는 고마운 동물이죠. 외과 의사들은 사람을 수술하기 전에 돼지로 먼저 ‘연습’을 하기도 해요. 몸무게 30∼40kg짜리 돼지는 수술할 때 확보할 수 있는 몸속 공간이 성인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돼지가 사람을 위해 사는 동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사는 동안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신경 좀 써 주세요. 지난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실험동물이나 농장 동물의 보호와 복지를 담당하는 동물보호과가 생겼다는 소식은 참 반가웠습니다.

(도움말: 김경진 ‘돼지와 건강 수의그룹’ 원장, 김종성 삼성의료원 실험동물연구센터 과장, 박봉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유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발생분화연구단 선임연구원, 이중복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


| 글 | 임소형 기자ㆍsohyu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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