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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소녀’는 사이버시대의 그늘

정신과 전문의가 바라본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두두두두….”
소녀의 손끝이 열리면서 난데없이 총알이 쏟아져 나온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갑작스러운 총알 세례에 허둥지둥하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최근 개봉된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한 장면이다.
박찬욱 감독의 꿈에 나타났다는 ‘사이보그’ 소녀가 영화로 만들어진 거란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기계문명의 급격한 발달로 이 영화의 줄거리가 앞으로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할머니와의 이별 정신분열증 발병인자 자극

물론 사이보그 소녀가 정말 나타난다는 얘긴 아니다. 사이보그(cyborg)란 기계와 인간의 결합체로 인공 두뇌를 뜻하는 ‘사이버네틱(cybernetic)’과 생물체를 뜻하는 ‘오거니즘(organism)’의 합성어.

주인공 영군(임수정)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정신분열 환자다. 도시락에도 밥이 아니라 건전지를 가득 넣고 다닌다. 점심시간에 식당에 앉아 건전지의 양극과 음극에 각각 두 집게손가락을 갖다 댄 채 지그시 눈을 감는다. 밥을 먹는 대신 충전을 하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영군은 강제로 정신병원에 끌려간 할머니와 이별하면서 기계인간이 되면 감정이 없어져 마음이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사실 한 번의 특정한 사건 때문에 정신분열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영화에서 영군의 할머니와 어머니는 모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결국 영군은 정신분열이 생길 수 있는 유전적인 소인을 갖고 있다가 할머니와의 이별을 계기로 증상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정신분열의 원인으로 유전과 환경의 영향이 거의 반반이라고 보고 있다. 일란성쌍생아 중 한 명이 정신분열이면 다른 한 명도 정신분열이 될 가능성이 50%, 이란성이면 20%에 이른다.


영군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정신분열 환자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컴퓨터 같은 기계문명이 점점 발달하면서 이처럼 새로운 정신분열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일순의 가면 쓰는 행동도 인터넷문화 상징

현실에도 영군 같은 환자가 있을까. 권 교수는 “아직은 못 봤지만 앞으로 만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점점 더 컴퓨터 게임에 빠지고 인터넷 문화에 중독되는 젊은 세대의 심리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여기는 독특한 증상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일순(정지훈)이 가면을 쓰는 행동도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인터넷 문화의 상징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첨단 감시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돼 있는 요즘에는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환자가 생겨나고 있다. 기계문명이 만들어 낸 새로운 정신분열 증상인 셈이다.

가면 쓴 일순 가면을 쓰고 다니는 정신분열 환자 일순(정지훈 분)의 특이한 행동이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인터넷 문화로 인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진 제공 올댓시네마


노이로제지만 괜찮아? 천만에 정신질환 일종

사람들은 정신질환이 자신과는 영 먼 얘기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노이로제도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정신질환은 크게 정신병(사이코시스)과 신경증(노이로제 또는 뉴로시스)으로 나뉜다. 사이코시스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현실감도 없다. 인격도 달라진다. 영군 같은 정신분열이 바로 사이코시스다.

뉴로시스는 자신의 증상을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며, 그 밖에는 보통 사람과 차이가 거의 없다. 대표적인 것이 강박증. 실제로 숫자 4를 너무 싫어해 네 번째 의자에는 절대로 앉지 않거나 짝수이면 불안해져 휴대전화 액정의 배터리 표시를 항상 홀수로 유지해야 하는 노이로제 증상도 있다.


| 글 | 임소형 기자ㆍsohyung@donga.com |




정신분열은 100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희한하게도 어느 지역이나 어느 시대에도 이 비율이 거의 변함이 없다. 정신분열 환자가 결혼하지 못해 어떤 증상은 유전적으로 점점 사라지면서 다른 한편에선 새로운 증상이 계속 생기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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