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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맞춤형 암 관리시대

한국인이 잘 걸리는 암 바뀐다
암이 불치병이란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현재 조기진단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더 나아가 유전자나 암줄기세포를 검사해 암 발생 20년 전에 진단할 수 있다. 머지 않아 암은 누구나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고 여길 것이다. 2015년이면 아침에 일어나 CD 형태의 진단키트로 컴퓨터에서 간단하게 검진을 받은 뒤 암 치료제를 먹고 생활하다가 퇴근한 뒤 양성자 빔으로 치료받을 수 있지 않을까.








2007년 30대 미혼직장여성 이예민 씨. 요즘 들어 생리통이 심해졌다. “나 죽기 싫어! 자궁암이면 어떻게 하지?”를 외치는 드라마 속 여자주인공을 보며 ‘나도 혹시…’라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친다. 또 평소 암 예방에 효과가 좋다는 말에 콩을 즐겨 먹던 이씨는 “호주 암협회에 따르면 콩 식품이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므로 암 환자들은 콩 식품을 먹으면 안된다”는 뉴스를 보면서 대략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2015년 20대 대학생 최안심 씨. 가족 가운데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많은 최씨는 국립암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20년 뒤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게 나왔다. 그는 암 예방 알약을 꾸준히 복용하며 정기검진을 받으라는 처방을 받는다. 또 의사의 추천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짜고 계절에 관계없이 주말마다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는 ‘전천후 스키장’을 물색한다.




암과의 전쟁 2라운드 돌입
아직까지 암에 걸렸다는 진단 결과를 ‘사형선고’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암(cancer)을 게(cancer)다리처럼 완강하게 꽉 붙잡는 ‘녀석’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대형 보험사가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해 암 보험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을 정도로 국내 암발생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물론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조기에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점도 암발생률을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암은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지원평가연구단 박은철 단장은 “현재도 암의 3분의 2는 정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암의 3분의 1은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으며 발생 초기에 암을 발견해 치료하면 암으로 인한 죽음의 3분의 1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83년부터 암이 국내에서 질병으로 인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며 국민건강을 위협함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암정복 10개년계획’을 세워 ‘암과의 전쟁’을 치러왔다. 현재는 제1기(1996년~2005년)에 이어 제2기(2006년~2015년)에 접어든 상태다. 정부는 2001년 국립암센터를 설립하고 2003년 암관리법을 제정했다. 박 단장은 “2015년엔 국민이 자신의 암 발생 가능성을 알고 개인의 특성에 맞춰 암을 예방하는 맞춤형 암 예방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2기 암정복 10개년계획이 끝나는 시점에는 심장질환의 예방약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하듯이 암 예방약을 복용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이 평균수명까지 살 때 남자(74세)는 3명 중 1명이, 여자(80세)는 5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수 있다. 2005년을 기준으로 볼 때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순으로 많이 걸렸다. 2015년에는 대장암, 위암, 폐암, 유방암, 간암, 자궁경부암 순으로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 단장은 “냉장고를 사용해 음식을 소금에 절일 필요가 줄면서 짠 음식이 발병원인의 하나로 지목되는 위암이 감소하고, 서양인처럼 고지방 음식을 많이 먹으면서 대장암과 유방암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암 생존율(치료 후 5년 생존율)은 2005년 45.1%에서 2015년 52.2%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에 가장 많이 발병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장암의 생존율은 67.6%로 전체 암 생존율보다 높을 것이란 점이 흥미롭다.






한국의 위암·유방암 치료 세계최고

박 단장은 “2001년을 기준으로 한국과 미국의 암 생존율을 비교해보면 한국의 진료수준이 미국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흔한 위암환자 중 47.3%가 5년간 생존한 반면, 미국 위암환자 중 23.2%만이 5년간 생존했다. 간암의 5년 생존율도 한국이 미국보다 높으며, 폐암과 대장암의 경우는 한국이 근소하게 낮다.

2005년 대한의학회가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국내 의료기술의 수준을 평가한 결과 위암과 유방암의 치료기술이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는 모든 암의 진료수준이 세계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암 진료에 대한 보장률도 2005년 50%에서 2015년 90%로 늘어날 전망이다. 진료비가 1000만원이라면 환자부담금이 5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준다는 뜻이다.

2015년에는 국민 가운데 80%가 암 조기검진을 받게 되고 모든 암 검진기관이 암을 제대로 가려내는지를 관리 받아야만 한다. 또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 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이며 맞춤형 암 치료도 가능해진다. 개인 맞춤형 암 관리시대가 오는 것이다.



2015년에는 개인에 맞춰 암을 예방하고 진단하며 치료하게 될 전망이다. 개인 맞춤형 암 관리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감기 정도는 아니더라도 암은 건강할 때 미리 위험요인을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고 인식하게 될 겁니다.”

2015년이면 암을 감기처럼 손쉽게 다룰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국립암센터 유근영 원장의 대답이다. 고혈압, 흡연 같은 위험요인을 관리해야 하는 뇌졸중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는 뜻이다.

유 원장은 “2001년에 설립된 국립암센터는 암 연구, 암 진료, 암 사업을 모두 수행하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기관”이라고 자랑했다. 예를 들어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때문에 생기는 자궁경부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HPV 검사법 연구, HPV 백신의 임상시험, 자궁경부암 관리사업이 필요한데, 국립암센터에서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국립암센터는 ‘꿈의 방사선치료기’라 불리는 양성자 치료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올해 3월경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양성자 치료기는 기존 치료장비와 달리 암 조직만 파괴하는 최첨단 의료장비다.

유 원장은 “국립암센터에서 세계적 수준의 신개념 암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9종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유전자치료제 3종, 단백질치료제 2종, 세포치료제 2종, 항체치료제 2종이 그것이다. 이 중 항체치료제 ‘c-Met’는 국제특허 출원 중이며 미국업체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유 원장은 또 “2015년엔 외국의 암환자들도 국립암센터에 찾아와 진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도에 있는 종합병원 가운데 9개를 지역암센터로 지정하고 이들이 국립암센터와 힘을 합치도록 유도하고 있다. 국가암관리사업의 ‘싱크탱크’인 국립암센터는 암 조기검진을 하는 의료기관을 평가하는 책임을 맡을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말 개정된 암관리법에 따라 ‘암 예방의 날’이 3월 21일로 정해졌다. 유 원장은 “암을 예방하는데는 식습관이나 운동 같은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며 “금연은 암 예방의 필수”라고 밝혔다. 흡연을 하다가 금연을 해도 25년 뒤에야 폐암 발병율이 비흡연자와 비슷해진다는 보고도 있다.

국립암센터는 정부와 함께 국가암정보센터를 운영하며 인터넷(www.cancer.go.kr)과 전화(1577-8899)를 통해 암의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있다. 유 원장은 “국립암센터는 국민을 위한 암예방의 길잡이이자 암극복의 희망지기”라고 강조했다.


| 글 | 이충환 기자ㆍcosmos@donga.com |





암극복의 희망지기_국립암센터 유근영 원장

“암은 미리 관리하는 만성질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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