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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지진파 진동수 일치땐 ‘위험증폭’

1·20 평창지진 때 2~5층 건물 더 흔들렸다는데…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6층짜리 건물. 이 건물 맨 위층을 쓰고 있는 회사의 직원들은 지난주 복도 바닥의 일부가 갈라져 3∼4cm 튀어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직원들은 직감적으로 바로 전 주말인 1월 20일 강원 평창군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 건물의 균열이 지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건물주들이 지진으로 인한 건물 균열을 신고하면 재산 손실을 입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진이 일어났을 때 지진파와 공명하는 특정 높이의 건물이 특히 피해를 많이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층보다 저층이 더 위험

1985년 멕시코 멕시코시티 외곽에서 리히터 규모 8의 강진이 일어났다. 지진파가 시내까지 전달됐는데, 희한하게도 대부분 20층 정도 높이의 건물이 무너졌다. 고려대 물리학과 최준곤 교수는 “20층짜리 건물과 지진파의 진동수가 같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수는 1초당 진동을 반복하는 횟수. 모든 물체는 고유한 진동수를 갖고 있다. 외부에서 흔들면 물체는 자기의 고유진동수에 따라 진동하려고 한다. 흔드는 속도와 물체의 고유진동수가 같으면 진동은 더 증폭된다. 예를 들어 그네를 고유진동수에 맞춰 밀면 더 높이 올라간다. 이 같은 현상을 공명이라고 한다.

지진파에는 각기 다른 진동수를 가진 파동이 여럿 섞여 있다. 그중 가장 우세한 파동의 진동수와 고유진동수가 일치하는 건물은 다른 건물보다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다.

20층 건물의 고유진동수는 약 0.5헤르츠(Hz). 1초에 0.5번 진동한다는 얘기다. 멕시코 지진 때 지진파의 우세한 진동수도 0.5Hz였다. 1995년 리히터 규모 7.2의 일본 고베 지진 때는 건물의 5, 6층이 주로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리히터 규모 4.5 지진도 전국서 감지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김재관 교수팀은 지난달 일어난 지진의 진앙(평창군 도암면-진부면 경계지역)에서 약 7km 떨어진 관측소에 기록된 지진파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번 지진파에서는 2∼5Hz의 진동수가 우세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이 정도 고유진동수를 갖고 있는 2∼5층짜리 건물이 특히 심하게 흔들렸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작은 사진의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 것이 바로 지진파. 지진파의 진동수와 속도 등을 분석하면 어떤 건물이 피해를 많이 볼지 추측할 수 있다.

지진파의 진동수는 보통 0.5∼10Hz가 많다. 보통 지진 규모가 클수록 진동수는 작아진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지진파의 진동수는 높은 쪽에 편중돼 있다. 따라서 고층보다 저층 건물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지난달 지진(리히터 규모 4.8)은 서울이나 남부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다. 1996년 강원 영월에서 일어난 리히터 규모 4.5의 지진도 거의 전국에서 감지됐다. 김 교수는 “국내 지진은 대부분 리히터 규모 6 이하인 중·약진인데도 지진파가 멀리까지 퍼지는 편”이라며 “한반도가 지각 판의 경계부분이 아니라 내부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는 유럽과 러시아, 아시아가 속한 유라시아판에 있다. 판과 판이 만나는 경계부분에서는 지각운동이 계속 일어나기 때문에 땅속 암반이 많이 부서져 있다. 이런 곳에서는 지진파가 다른 곳으로 전파되다 쉽게 세력이 약해진다. 반면 판 내부는 암반이 덩어리로 되어 있어 지진파가 세력을 유지하면서 멀리까지 퍼질 수 있다.






단층 활동 가능성 확인 중

미국의 경우 동부는 판 경계에서 멀고 서부는 가깝다. 한반도의 지진파 전달 양상은 미국 동부와 비슷하다. 지난달과 같은 규모의 지진이 미국 서부에서 일어났다면 지진파가 한반도처럼 멀리까지 퍼지지 못했을 것이다.

김 교수팀은 이번 지진 초기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지진파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줄어든 현상(킬러 펄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것이 ‘근(近)단층지반운동’의 증거인지 조사할 계획이다. 근단층지반운동은 단층의 한 부분이 어긋나기 시작해 주변으로 계속 퍼지는 현상. 각 어긋난 부위에서 생긴 지진파들이 같은 방향으로 전파되다 일시적으로 중첩되면 킬러 펄스가 생긴다.

김 교수는 “한반도에서도 이 같은 단층 활동으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교량처럼 진동수가 작은 대규모 구조물이 특히 킬러 펄스에 피해를 볼 수 있어 설계기준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글 | 임소형 기자ㆍsohyu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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