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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는 남극… 꽃까지 활짝

세종기지 월동대가 전하는 남극의 온난화 현장
지난 한 해를 ‘눈의 대륙’ 남극에서 보낸 과학자, 엔지니어 등 19차 세종기지월동대가 12일 귀국했다. 이미 10번도 넘게 현지를 다녀온 월동대장 최문영 박사 등 몇몇 대원은 최근 몇 년 새 변해 버린 남극의 환경을 피부로 느꼈다고 말한다. 남극 세종기지 주변에서도 지구 온난화의 징후들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메리언 소만 빙벽 50년 동안 1km 사라져

남극 세종기지 앞 바다는 최근 몇 년 동안 겨울에도 얼지 않거나 살짝 어는 수준에 그쳤다. 최 박사가 1991년 남극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기지 앞 메리언 소만과 맥스웰 만이 꽁꽁 얼어붙어 10km 건너 아르헨티나 기지까지 설상차를 타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5, 6년 동안엔 바다가 잘 얼어붙지 않았다.

인근 빙벽도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기지에서 약 4km 떨어진 메리언 소만의 빙벽은 지난 50년 동안 1km가량 사라졌다. 그중 절반은 최근 10년 새 사라졌다. 빙벽이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여름이 찾아오는 12∼2월이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무너져 내린다. 1950년대 촬영한 항공사진과 최근의 위성사진은 그 변화를 여실히 보여 준다.

홍성민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956∼1984년에 연간 6m씩 사라졌던 빙하가 1994∼2001년에는 연간 81m씩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호일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빙하가 녹는 원인을 단순한 기온 상승뿐 아니라 적도에서 유입된 따뜻한 남태평양 해류의 영향에서 찾고 있다. 남극 주변에 적도 지방의 뜨거운 공기를 따라 난류가 유입되면서 바닷물의 온도 상승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남극 세종기지에서 4km 떨어진 메리언 소만의 빙벽이 무너지는 순간. 집채만 한 얼음덩어리들이 바닷물 속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빙하가 무너지는 원인이 남극의 기온 상승뿐 아니라 따뜻한 해류의 유입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풀밭 넓어지고 옷도 간편해져

실제로 환경의 변화는 대원들의 생활도 바꿔 놓기 시작했다. 2월 초 남극 대륙에서 운석을 발견하고 돌아온 극지연구소 이종익 박사는 15년 넘게 남극을 드나든 베테랑. 그 역시 최근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한다.

이 박사가 처음 남극을 찾은 1992년만 해도 남극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칠레의 푼타아레나스 항(남위 53도)에서는 한여름인 12∼1월에도 옷을 든든히 입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원정에선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 재킷을 벗고 다녀도 전혀 춥지 않다고 한다.

대원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처음 기지가 들어섰을 때만 해도 대원들은 내륙 탐험을 나설 때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두툼한 옷과 속옷을 여러 벌 챙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춥지도 않은데 굳이 무거운 옷을 챙겨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평소 기지 주변에 자라던 선태류, 지의류 같은 이끼식물의 서식지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남극개미자리’ ‘남극좀새풀’이라는 식물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지 주변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온난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필요

최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100년간 지구 온도는 평균 0.6도 상승했고, 남극은 평균 2.5∼2.6도 올라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특히 세종기지가 있는 서남극은 지역에 따라 100년간 3.4∼5.7도 올라 변화가 두드러진다. 세종기지가 1989∼2005년에 관측한 데이터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100년 뒤면 1.7도가량 상승할 것으로 나왔다.

윤 연구원은 이런 현상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남극 연안에서는 빙하가 녹고 있지만, 남극 대륙 중심부는 오히려 강설량이 급증하고 기온도 0.1도가량 내려갔기 때문이다.

기온이 올라 습기를 많이 머금은 공기가 남극 중심부에 눈을 많이 뿌리고 있다는 것. 온난화가 남극 전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IPCC 보고서에도 장기적으로 북극의 해빙은 사라지지만 남극 대륙은 오히려 넓어질 것이라는 예측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윤 연구원은 “산업화로 온실효과가 가중된 점은 있지만 산업화 이전에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았던 때가 있었다는 최근 연구를 살펴보면 온난화에 대비한 새로운 시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글 | 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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