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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네랄워터

생수 얼마나 알고 마실까
언제부터일까. 앙증맞은 생수병을 손에 들고 다니는 풍경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 운동을 한 뒤 시원한 생수 한병으로 갈증을 덜고 등산이나 소풍을 갈때도 생수는 ‘참을 수 없는 간편함’으로 우릴 유혹한다. 보리차물을 얼려가던 추억은 이미 구식이 돼버렸다.

1995년 700억원 규모였던 생수 시장은 10여년 뒤인 2006년 말 5배수준인 3500억원으로 덩치를 불렸다. 2005년 12월을 기준으로 제조업체만 70개, 수입판매업체가 50개에 이른다.




‘물장사’에 뛰어든 현대판 봉이 김선달
우리가 먹는 물을 돈 주고 사먹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조선시대 ‘간’크기로 유명했던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다고 전해지지만 실제로 생수가 공식적으로 판매된 건 1988년 서울올림픽 때다. 정부는 외국 선수들을 위한 ‘배려’로 생수 판매를 잠시 허락했다. 그뒤 생수는 ‘올림픽의 추억’으로 사라질 뻔하다가 1995년 ‘먹는물관리법’이 만들어지며 시판되기 시작했다.
생수는 참살이 열풍과 겹쳐 건강과 미용에 좋은 물이란 이미지를 덧칠하며 날개돋친 듯 팔렸고 대기업들도 너나없이‘물장사’에 뛰어들었다. 전국에 물 좋다고 소문난 곳이면 어김없이 생수 공장이 들어섰고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심지어 분단으로 가로막힌 북한의 물까지‘명품 생수’라는 딱지를 붙이고 수입된다.
가격도 하늘과 땅 차이다. 국산 생수(500ml)가 500원 수준이라면 수입 생수는 이보다 2배에서 수십배까지 비싸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500ml짜리 에비앙이 1000원, 피지워터 1800원, 해양심층수로 만든 마린파워가 5000원, 핀란드산 자작나무수액으로 만든 버치샙은 1만9000원을 호가한다. 2006년 환경부가 정한 생수의 평균판매가격(공장도가격)을보면 500ml를 기준으로 국산이 136.5원, 수입산이 1171.8원이다. 수입산 생수의 경우 운반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가격이더올라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는 생수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생수가 쏟아내는 이미지에 파묻혀 살고 있다. 자연히 수돗물과 생수의 전쟁은 일반 생수와 고급 생수의 경쟁으로 옮겨갔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시 생수에 대한‘맹신’때문에 숨겨진 진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유명 스타들이 즐겨 마신다는 생수 블링H₂O는 크리스털로 장식한 한정판의 경우 375ml 한병 가격이 480달러(약 45만원)에 이른다.
생수의 진실1_ 생수는 언제나 깨끗하다?
- 살균과정 없어 미생물 번식 가능

불순물을 제거하고 밀봉해 판매하는 생수는 무균실처럼 깨끗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생수는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양한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다. 현재 국내의 먹는 샘물 수질 기준에 따르면 일반세균은 100CFU/ml( 세균을 세는 단위로 1ml당 세포 또는 균주가 얼마나 있는지 나타낸다. 쉽게 ‘ml당 존재하는 세균의 마릿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총대장균군은 250ml에서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이 기준은 오염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판이다.
그러나 삼육대 약학과 하남주 교수팀이 2005년 시판된 생수 16종류를 검사해 얻은 결과는 충격적이다. 하 교수는 “절반이 넘는 9개 상표의 생수가 일반세균에 오염돼 있었고 그 가운데 4종류에서는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갖는 병원성세균도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지난해 9월 한국환경독성학회지에 실렸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용 교수는“생수를 상온에서 오랫동안 보관하면 미생물이 증식할 수밖에 없다”며“믿고 마시지만 실제로 생수의 수질이 수돗물보다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생수의 유통기한은 6개월에서 2년이고 수입 생수의 경우 4년에 이른다. 생수의 일반세균 검사는 제조한지 12시간이 지난 뒤 마지막으로 하기 때문에 유통과정의 생수는 세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게다가 생수병에 물을 넣는 제조과정에서 병원성세균에 오염될 수 있다.





먹다 남은 생수 버려라!
주위를 둘러보면 생수병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마시고 다시 닫아두길 반복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돈 주고 사먹는 물이라 버리기는 아깝고, 냉장고에 보관하면 다시 물맛이 시원해지기 때문에 생수의 개봉일이 언제였는지도 쉽게 잊어버린다. 그러나 입속을 들락거리던 물이라면 아무리 냉장고에 보관해도 세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온에 방치해둔다면 더욱 위험하다.
과학동아는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의뢰해 먹다 남긴 생수병(500ml)의 마개를 닫은 채 상온(20~25℃)에서 나흘간 방치하며 일반세균과 총대장균군을 측정했다. 총대장균군은 위생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물이 오염되지 않았는지, 수인성전염병의 발병 위험은 없는지 보여준다. 과연 생수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상온에 둔지 하루가 지나자 일반세균이 ml당 1500마리나 검출됐다. 다음 날은 첫날의 2배가 넘는 3500마리로 수치가 뛰었고, 4일째는 먹는 샘물 수질 기준의 37배나 되는 3700마리가 나왔다. 일반세균의 증가율은 서서히 둔화됐는데, 첫날 일반세균이 빠르게 늘었다가 물속 영양분이 부족해지며 증가 속도가 점차 느려졌기 때문이다. 총대장균군은 검출되지 않았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신동천 교수는 “일반세균은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일반세균이 많아지면 살모넬라 같은 병원성세균에 오염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제부터 마시다 남은 생수는 아깝더라도 다시 입에 대는 건 피해야 한다.


개봉한 생수의 미생물 검사 : 과학동아는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의뢰해 먹다 남긴 생수병(500ml)의 마개를 닫은 채 상온(20~25℃)에서 나흘간 방치하며 미생물을 검사했다. 일반세균은 첫날 1500마리/ml에서 4일째 되는 날 3700마리/ml로 증가했다.

생수병에서 녹아나오는 안티몬
가볍고 열과 충격에 잘 견디는 페트병을 만드는 비법 하나. 바로 촉매로 쓰는 삼산화안티몬이다. 지난해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빌리암 쇼티크 교수는 캐나다와 유럽산 생수 15종류에서 안티몬을 측정했다. 안티몬 수치가 낮았던 물도 페트병에 담자 많게는 수백배 이상 안티몬 양이 증가했다. 원자번호 51번인 안티몬은 자연 상태의 흙이나 바위에도 존재하는 강한 독성물질이다. 쇼티크 교수는“검사 결과 드러난 안티몬의 양은 먹는 물 기준치보다는 한참 낮지만 생수가 유통되는 동안 계속 물에 녹아든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먹는 물의 안티몬 허용치는 세계보건기구(WHO) 0.005ppm(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1ppm은 100만분의 1을 뜻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0.006ppm으로 정해져있지만 우리나라의 환경 기준에는 안티몬 항목이 아예 빠져있다. 과학동아가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유통기간이 올해 말까지인 국산 생수 2종류와 수입 생수 2종류를 검사한 결과 안티몬은 검출되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준환 박사는“공기 중의 안티몬을 마시면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지만 물에 녹아있는 안티몬을 마셨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 교수도“오랜 기간 안티몬 분진에 노출되면 진폐증과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아직 발병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안티몬은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 서있는 안티몬,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지만 먹는물을 앞에 둔 소비자는 불안하기만 하다.




생수의 진실2_ 미네랄이 풍부해 몸에 좋다?
생수업체들은 수돗물과 달리 생수는 약품을 처리하지 않아 물맛이 좋고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광고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재연교수는 “마그네슘이나 칼슘 같은 미네랄은 음식을 통해 충분히 섭취하므로 물에 많이 들어있다 해도 별 효용이 없다”고 말했다. 모 외국 생수업체는 우리나라 아기들의 장이 약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까닭이 어려서부터 끓인 물을 먹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끓인 물은 죽은 물이라 미네랄이 살아있는 생수에 뒤진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장교수는 “학술적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에비앙 ’을 운반하는데 드는 시간과 석유 : 생수‘에비앙’이 프랑스에서 대한민국 서울까지 이동한 거리는 1만7710km가 넘고 이동시간도 석달 가까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건강을 위해 생수를 마시는 당신, 혹시 대기를 감싸는 매연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생수의 진실3_ 상표마다 물맛이 모두 다르다?
‘현무암질의 천연 화석층을 통과한 화산암반수’ ‘알프스의 지하암석층에서 끌어올린 천연광천수’ ‘수만년 전 만들어진 빙하에서 채취한 물’처럼 같은 생수라도 물의 태생은 모두 다르다. 생수의 종류는 크게 광천수(mineral water)와 용천수(spring water), 정제수(purified water)로 나눈다. 광천수는 땅속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물로 미국 식품의약국에 따르면 250ppm 이상의 광물질이 자연적으로 포함돼 있어야 한다. 용천수는 지하에서 흐르다 암석이나 지층을 뚫고 땅위로 솟아난 물이다. 정제수는 수돗물처럼 정수 처리를 거친 물을 말한다.
생수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생수 사이에 물맛의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권택수 씨는 “물맛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요인은 온도이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어 차게 하면 맛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수원지의 물이라도 각기 다른 상표를 붙이고 판매하거나 한 업체가 여러 곳의 수원지에서 물을 생산해 같은 상표를 붙여 판매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파클’과 ‘롯데아이시스’는 경남 김해의 동일한 수원지에서 만들어진다.


백화점에서 생수 전용 판매대까지 마련할 정도로 생수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그러나 상표간 물맛의 차이는 거의 없다.

또 ‘동원샘물’은 경기 포천과 전남 담양, 경남 산청 등에서 생산한 물을 모두 같은 상표로 판매한다. 결국‘그 물이 그 물’인 셈이다.

천연광천수의 생산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같은 수원지의 물은 같은 상표로만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먹는 샘물 용기의 표시 기준을 개정해 수원지를 제품명 밑에 제품명의 3분의 1 크기로 표기하도록 했다. 소비자의 혼동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수원지를 꼼꼼히 확인하고 생수를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에 생수업체의 그럴듯한 광고에 넘어가기 쉽다.




생수의 진실4_ 생수병은 모두 재활용된다?
속이 비치도록 투명한 생수병은 역설적이지만 석유를 원료로 한다.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긴 나프타를 분해하면 페트병의 원료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가 만들어진다. 석유화학기업인 KP케미칼 관계자는 “페트병은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셈이며 원유에서 생산할 수 있는 PET의 양은 전체 원유의 0.3%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환경자원공사에 따르면 한해 평균 발생하는 페트병 쓰레기는 약 12만5000톤으로 이 가운데 생수병은 10~20%를 차지한다.

해마다 생수 소비가 늘며 그 양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생수병의 재활용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쓰고 난 생수병을 소독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보통 수거한 생수병은 재활용해 옷을 만드는데 쓰거나 인도나 중국으로 수출한다. 땅에 묻기도 하는데, 생수병이 분해되려면 1000년이란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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