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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이 두려워하는 질병따로 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최종 후보로 선발된 고산 씨(31)와 이소연 씨(29)가 지난 2월 1일 러시아 현지 의학테스트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1월 15일부터 보름동안 혈액검사, 24시간 심전도 검사, 복부초음파 검사를 비롯한 약 20종의 의학 검사와 중력가속도, 저압실훈련 같은 우주적성 검사를 함께 받았다.

두 사람은 러시아에 도착한 직후 가벼운 감기에 걸려 의학검사 일정을 일주일가량 미뤘다. 하지만 러시아 의료전문가회의는 두 후보가 우주인이 되는 데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최종 판정했다.

러시아 측이 두 사람의 검사 일정을 연기한 조치는 정확한 의학검사를 하기 위해서였지만, 실제로 베테랑 우주인들도 감기에 걸려 임무수행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있다.

1968년 2월 28일 발사 예정이었던 아폴로 9호는 우주인 3명이 모두 콧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바람에 발사가 3월 3일로 연기됐으며, 1990년 2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도 사령관이 심한 감기에 걸려 발사가 연기됐다.

하지만 감기는 우주인의 우주로 향한 도전에 그다지 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우주인이 걱정하는 ‘우주질병’은 따로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우주인에게 창문 밖 지구의 멋진 광경은 우주멀미의 고통을 잊게 해준다. 2004년 4월 21일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네덜란드 우주인 안드레아 쿠이퍼스.
우주여행 훼방꾼, 멀미
우주인이 가장 걱정하는 증상은 멀미다. 우주적응증후군(SAS, Space Adaptation Syndrome)이라고 알려진 이 증상은 지구에서의 멀미처럼 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의료기록이 우주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누가 우주적응증후군을 앓았는지 공개하지 않은 채 우주인의 약 50%가 이 증상을 보인다고만 밝혔다. MIT의 항공공학과 찰스 오만 교수는 “우주인들은 멀미로 헤롱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 하기 때문에 우주적응증후군이 보고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주를 방문한 ‘민간인’들이 이 증상을 낱낱이 보고 했다. 1990년 일본 TBS 방송국 기자 아키야마 도요히는 2천 8백만 달러를 러시아에 내고 미르 우주정거장에 1주일간 출장을 갔지만, 우주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멀미로 고생하며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주에서 돌아온 뒤“이륙하자마자 17분 45초 동안 계속해서 구토를 했다”고 밝혔다.

얼마 전 ISS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한 최초의 여성 우주관광객 아누세 안사리도 우주멀미로 고생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생생하게 남겼다. 안사리가 탄 소유즈호는 이틀 동안 자체 축을 중심으로 뱅글뱅글 돌며 우주정거장까지 갔다. 출발하기 전 우주멀미약을 먹은 안사리는 첫날 창밖으로 보이는 환상적인 지구의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함께 소유즈 캡슐을 탄 동료 우주인이“약효가 떨어지면 멀미가 생길 테니 창밖을 내다보지 말라”고 충고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안사리는 9시간 동안 자고 일어나서야 동료의 충고를 무시한 행동을 후회했다. 그는 “훈련 과정에서 왜 무서운 회전의자 훈련을 그렇게 했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며 당시의 고통을 회상했다. 어지러움 때문에 캡슐 안에 미리 준비된 멀미 주사를 두 번이나 맞았지만 몇 번을 토하며 우주정거장으로 향했다.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자전거를 타며 심장초음파검사를 받고 있는 이소연 씨. 엄격한 체력검사와 의학검사를 마친 우주인이라도 갖가지 우주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힘겹게 도착한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멀미로 고생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위아래를 구별하는 방향감각이 문제를 일으킨다. 귓속 평형기관은 중력을 기준으로 위아래를 판단하고, 눈은 천장이나 바닥, 벽을 보고 위아래를 판단한다. 위아래 구분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두 곳에서 오는 신호가 일치하지 않아 어지러움을 느낀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한쪽 벽에만 전등을 달아 천장으로 삼고 있지만 처음 이 곳을 방문한 우주인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NASA에서는 ‘페너간’(Phenergan) 같은 우주멀미약을 개발해 우주비행사에게 주사하고 있다. 우주멀미약은 구토를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이 뇌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 우주선 안에서 알약을 먹으면위에서 알약이 오랜 시간동안 떠다니기 때문에 효과가 더디므로 비교적 효과가 빠른 주사를 사용한다.

하지만 우주멀미를 막는 주사를 맞으면 졸음이 쏟아지고 시야가 흐려지는 부작용이 있어 장기간 훈련받는 우주인들은 ‘자율훈련법’(autogenic training)으로 우주멀미를 극복한다.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몸의 평형감각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훈련이다.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자전거를 타며 심장초음파검사를 받고 있는 이소연 씨. 엄격한 체력검사와 의학검사를 마친 우주인이라도 갖가지 우주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부은 머리 새 다리 증후군
우주인이 두려워하는 고통은 멀미뿐이 아니다. 우주공간에는 중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구에 있을 때보다 혈액이 머리 쪽으로 몰려 두통이 생기고, 척추가 늘어나 이를 붙잡고 있는 근육에 통증이 온다. 안사리는 자신의 우주여행을 방해한 2가지 훼방꾼으로 두통과 척추 통증을 꼽기도 했다. 우주인들은 이 증상을 흔히 ‘부은머리 새 다리 증후군’(Puffy-head Birds-legs Syndrome)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일주일 정도면 통증은 사라진다.

하지만 혈액 순환에 계속해서 문제가 생기면 심장부정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심장부정맥은 심장이 고르게 박동하지 않는 질환이다. 실제로 심장부정맥때문에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우주인을 지구로 불러들인 사례가 있다.

1987년 구소련 우주인 알렉산더 라베이킨이 미르정거장에 머물고 있을 때, 비행관제본부는 그에게 심장부정맥 증세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지구로 불러들였다. 1997년 미르 정거장의 사령관이었던 러시아의 바실리 치블리에프도 심장부정맥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우주정거장 내부의 시끄러운 소리도 병을 일으킨다. 국제우주정거장내부의소음수준은75dB(데시벨). 우리나라 법적 소음피해 인정기준인 70dB을 웃도는 수치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냉각팬이 돌아 가는 소리부터 실험에 쓰이는 여러 장비들이 내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흡음재가 불에 잘 타는 소재라 안전을 고려해 흡음 시설을 하지 않은 점도 소음이 커진 중요한 이유다.

이런 공간에서 장기간 머물다 온 우주인들은 청력감퇴를 호소한다. 특히 고주파에 대한 난청이 많다.

국제우주정거장 내부의 소음과 난청의 관계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연방우주국과 NASA는 소음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밖에 뼈에서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 생기는 골다공증이나 불규칙한 배변으로 인해 생기는 변비도 우주인을 괴롭히는 질병이다. 아직 확실히 보고된 바는 없지만 과학자들은 우주방사선에 의한 DNA 손상도 우려하고 있다.



우주선 내부의 소음은 우주인의 숙면을 방해한다. 많은 우주인들이 수면제를 먹거나 귀마개를 사용한다. 사진은 우주왕복선 비행 중 눈가리개와 귀마개를 하고 잠자는 미국 우주인 케빈 크레겔.
저항력 약화시키는 고독감
몸에 뚜렷한 변화가 생기거나 통증을 주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큰 위험을 줄 수 있는 병이 있다. 바로‘마음의 병’이다. 소수의 사람과 오랜 시간동안 고립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임무 수행 기간이 길수록 우주인은 작은 일에 쉽게 흥분하고 임무를 포기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973년 NASA의 우주실험실인 ‘스카이랩’(Skylab)에 머물던 제랄드 카와 에드워드 깁슨, 윌리엄 포그는 서로 대화도 없이 지나치게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바람에 사기가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우주에 나간 지 45일 만에 이들은 과중한 업무를 이유로 파업을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였다. 파업돌입 39일 만에 통제권을 모두 지구의 통제센터에 넘김으로서 사태는 진정됐지만,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여자우주인만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심리학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우주인들 사이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1985년 9월 러시아 살류트 7호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구소련 우주인 블라디미르 바슈틴은 10월 말부터 열이 40℃까지 오르며 비뇨기에 문제가 생겼다. 비행관제본부에서 며칠간 휴가를 줬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11월 21일 바슈틴은 예정보다 빨리 지구로 돌아왔고 한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의료진은 우울증이 병을 일으켰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항공우주의료원의 임정구 진료부장은 “고독감과 향수가 주는 스트레스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몸의 혈액 속 백혈구의 조성이 달라져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머무는 시간은 대략 일주일이다. 고독감이나 향수를 느낄 만한 ‘여유’는 없다. 하지만 그 일주일을 보내기 위해 러시아의 스타시티에서 훈련을 받는 시간만 1년이 넘는다. 한 달 동안 7500m의 ‘무즈타크 아타’(Muztagh-ata)를 등반한 경험이 있는 고산 씨와 ‘국민언니’같은 푸근한 성격의 이소연 씨를 보면 마음의 병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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