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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금수강산 ‘악’산의 비밀을 벗긴다


가파른 설악산을 오르기는 ‘악’소리 날만큼 힘들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올라가야 하는‘악산’의‘악’이 괘씸한 악당의 ‘악’자 같이 느껴질 정도다.

악산이라는 이름에 쓰이는 악자는 큰 산 악(岳, 嶽)이다. 한자만 봐도 산 위에 또 작은 산이 있는 모양으로 산이 첩첩 쌓여 있는 모양이다. 설악산, 월악산, 치악산, 삼악산, 관악산 등이 대표적인 악산이다.

이런 악산은 깎아지른 바위로 이뤄져 기를 쓰고 올라가야 겨우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정말 나쁠 악(惡)자를 써서 험준한 산이란 뜻으로 악(惡)산이라고도 부른다. 한국의 명산으로 꼽히는 금강산이나 북한산은 악산이란 이름이 붙지는 않았지만 험한 악산의 하나로 꼽힌다. 대체 악산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설악산, 관악산처럼 산에 쓰이는 악(岳, 嶽)자는 바위라는 뜻이지만 이런 바위산은 보통 거칠고 험준해 ‘나쁠 악(惡)’자를 써서 악(惡)산이라고도 부른다.
뾰족한 능선의 비밀은 화강암
악산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먼저 산이 만들어지는 조산운동이 있어야 한다. 떡시루처럼 층층이 쌓인 퇴적물을 양쪽에서 밀면 주름이 접히면서 밀려올라간다. 밀려올라가면서 높이 솟아오른 지층에 구불구불한 능선과 골짜기가 생기면서 산의 자태를 갖는다. 우리나라에는 공룡의 시대였던 중생대에 한반도 전역에서 대규모의 조산운동이 일어나 큰 산맥이 만들어졌다.








조산운동으로 모든 산이 악산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리산, 무등산도 유명한 산이지만 악산이 아니라 그냥 흙산이다. 유명한‘악산’이 되는 특별한 비법은 바로 악산의 재료, 화강암에 있다.

명산의 생성원인을 연구하는 서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조문섭 교수는 “설악산 천불동의 뾰족하고 날카로운 능선은 전부 화강암”이라고 말했다. 험준한 악산으로 꼽히는 설악산이나 금강산이 서로 떨어져 있는데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도 이 산들이 화강암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거대한 조산운동이 일어날 때 화강암질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다. 거대한 마그마 덩어리가 지표 가까이에서 식으면 커다랗고 단단한 화강암 덩어리가 된다. 이 화강암 덩어리가 악산의 처음 모습이다. 그러면 산이 밥그릇 하나 떡하니 엎어 놓은 모양의 거대한 돌 한 덩어리여야 하지 않을까? 세계 최대의 바위산 에어스록처럼 말이다.

깎아지른 듯 삐죽삐죽 솟은 악산이 되는 마지막 비법은 화강암 풍화다. 어지간한 힘에는 끄떡없는 단단한 화강암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화강암 덩어리는 식으면서 틈이 생긴다. 화강암의 틈으로 물이 들어가면 풍화가 일어나기 시작해 다른 부분보다 빠르게 깎여나간다. 특히 수직으로 파이면서 풍화가 심하게 일어난다. 틈이 조밀하게 생기면 더 기기묘묘한 모양으로 풍화가 일어나 화려한 바위병풍과 각종 기암괴석이 생겨난다. 화강암 덩어리는 이런 ‘뼈를 깎는 과정’을 거쳐 악산으로 거듭난다. 반면 에어스록이 뾰족한 악산과 달리 민둥민둥한 바위산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화강암이 아니라 사암이기 때문이다.








화강암 산이 불의 산인 까닭
아직 끝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악산은 동서가 다르다. 서쪽의 악산은 낮으면서 가파르고 동쪽의 악산은 높으면서 가파르다. 경기 지역의 관악산(632m), 감악산(675m), 운악산(936m)에 비해 동쪽에 있는 치악산은 1288m에 이른다. 동쪽 끝에 자리한 설악산은 1708m로 정상에서 동해가 내려다보인다. 이는 신생대에 한반도 전체가 고르게 솟아오르지 않고 동쪽으로 갈수록 심하게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동쪽의 악산일수록 높으면서 가파른 악산이 됐다.

옛 어른들은 산도 사람처럼 관상과 성격이 있다고 여겼다. 지질학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몰랐겠지만 산세에 맞게 음양오행으로 산을 분류했다.








01_뾰족한 암석으로 이뤄진 금강산 만물상. 02_불의 기운이 있는 악산에 있어 연못이 있는 터에 절을 세웠다고 전해지는 설악산 백담사.

악산은 화산(火山)에 속한다. 바위가 치솟은 산은 불의 기운이 많아서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고 여겼다. 설악산이 대표적인 화산이다. 설악산 백담사는 화재 발생을 막기 위해 물이 많은 100번째 연못이 있는 터에 절을 세웠다는 설이 있다. 관악산도 불의 기운이 많은 악산이라 경복궁 앞에 물의 기운을 가진 상상의 동물 해태의 석상을 세웠다. 정말 악산이 갖고 있는 불의 기운 때문에 화재가 많이 발생할까?

악산을 이루는 화강암은 풍화되면서 모래를 많이 만들어낸다. 물은 모래에 쉽게 스며들어 잘 고이지 않는다. 그래서 화강암 지대에는 물이 풍부하지 않다. 자라는 나무도 달라진다. 물이 적고 척박한 지역에서는 침엽수가 잘 자란다. 화강암산인 관악산이나 설악산, 금강산을 보면 거친 바위가 치솟은 능선에 침엽수가 자라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김동현 연구원은 “침엽수림은 산불 확산 속도가 빠르고 늘 잎이 있어 불이 잘 붙기 때문에 활엽수림보다 화재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악산이 불의 산이라는 말은 나름 일리가 있는 셈이다.

오르는데 끈기와 체력이 필요한 악산. 우리 조상들은 이런 바위산을 수양을 쌓고 지혜를 기르는데 최고의 산으로 여겼다. 이것이 악산을 명산으로 부르게 된 까닭이라면 지나칠까?

날카롭고 뾰족한 바위로 이뤄진 악산의 풍채가 잘 나타나있는 정선의 금강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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