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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치료된다’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이따금 느끼는 스트레스의 하나인 울적함. 이것이 파국적인 형태로 심화된 것이 우울증이다.

-윌리엄 스타이런의 ‘보이는 어두움’ 중에서

흔히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마음의 감기’ 또한 오랫동안 방치해 두면 ‘마음의 폐렴’이 되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우울증은 치료된다/와타나베 쇼스케 지음·오강섭 옮김/288쪽·1만 원·동도원

◇인생의 2번째 고비 우울증/다카하시요시토모지음·나경인옮김/208쪽·1만1500원·북스

이은주, 유니, 정다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뒤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흔히 정신이 약한 사람들이 걸리는 병으로 안다. 비정상적인 사람만 걸리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통 사람들은 행여 자신에게 우울증이 나타나도 ‘기분이 나빠서’ 또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시 나타난 현상으로 여길 뿐이다.

우울증을 아예 병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잠이 오지 않는다, 식욕이 없다, 쉬어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 토할 것 같다, 머리가 무겁다…. 이 모든 증세가 우울증임을 알려 주는데도 만성 피로와 갱년기 장애, 만성 위염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은 치료받으면 나을 병이지만 병인지조차 몰라 악화되기 일쑤라고 말한다. 이처럼 마음의 병에 대한 무지가 우울증 치료의 최대 적이라고 말하는 책 두 권이 나왔다. 두 책 모두 일본의 정신과 의사가 썼고 우울증 예방과 치료 방법을 안내했다.

‘우울증은 치료된다’는 우울증 환자와 가족을 위한 치료 매뉴얼이라고 할 만하다. 우울증의 증상과 진행 과정을 자세히 분류했다. 우울증의 종류와 유발 원인에 따라 저자가 직접 진료한 환자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저자는 우울증 치료의 첫걸음은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우울증은 단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와 구분하기가 어렵다. 슬픔과 허무, 쓸쓸함은 평소에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우울증은 억울(抑鬱)한 상태, 곧 극도로 ‘억제된 우울’ 증상이다. 극도의 침울함으로 시작해 자기 비하에 빠진다. 자신을 죄인이라 나무라고 재산이 모두 없어졌다고 한탄하며 어떤 치료도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망상이 확신으로 옮아간다.

억제증상(抑制症狀)도 우울증의 대표 증세다. 만사가 귀찮아진다. 간단한 일도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우울증 환자 대부분이 양자택일의 고통에 빠진다. 이어서 수면장애와 식욕 감퇴, 몸이 쑤시고 아픈 증세가 나타나면 우울증이다.





다음 단계는 우울증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 우울증은 삐걱거리는 톱니바퀴다. 기름을 칠하지 않으면 그대로 멎고 마는 것처럼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의사에게 정확히 말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탓에 가족의 정확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전문의의 시각으로 좋은 의사를 고르는 법까지 알려 주는 이 책은 그야말로 ‘세심하다’.

이에 비해 ‘인생의 2번째 고비 우울증’은 중년의 우울증을 치료하면서 느낀 저자의 에세이에 가깝다.

나이를 먹을수록 돈 많이 벌고 사회적 영향력도 높아질 줄 알았던 믿음이 환상일지 모른다는 현실에 부닥치면서 찾아오는 ‘상승정지 증상군(上昇停止症狀群)’은 중년 남성의 우울증을 유발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남편과 아이를 위해 희생한 뒤 찾아오는 ‘빈둥지 증후군’은 중년 여성의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일본 중년에 대한 저자의 관찰은 마치 우리 중년의 모습을 직접 본 듯하다. 바쁘게 사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고, 지칠 때까지 일해야 안심하고, 자신이 막중한 과제를 진 것처럼 생각하며 사는 일본인들이 중년이 돼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었다고 깨닫는 순간 마음의 균형이 깨지고 우울증이 찾아온다는 것.





‘인생의…’ 역시 ‘우울증은…’처럼 우울증을 부끄럽게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으면 병이 악화된다고 강조한다. 일본에서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여성이 높은데 자살률은 남성이 더 높다. ‘남성은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안 된다’는 사회적 제약이 일본 남성으로 하여금 우울증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고 끙끙 앓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약물 치료와 별도로 저자가 제시하는 마음의 처방은, 우리 중년들이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하다. “정리해고의 대상이 됐다고 자신의 인격이 부정됐다고 생각하지 말라. 이렇게 생각하려면 회사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나름의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또한 빈 시간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자신에게 도취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해 볼 것을 권유한다. 인생에 열다섯 번의 싸움이 있다면 8승 7패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건강한 포기’가 중년의 우울증을 예방한다.”


| 글 | 윤완준 동아일보 기자ㆍzeitu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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