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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나방 ‘페로몬 합창’은 사랑의 암투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귀에 익은 동요 노랫말이다. 그런데 잘못된 부분이 있다. 바로 ‘며느리’다. 개구리 암컷은 노래하지 않는다.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개구리 수컷 한 마리가 먼저 노래를 시작하면 다른 수컷들도 질세라 따라 한다. 동물행동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코러싱(chorusing·합창)’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주로 수컷에서 관찰된 코러싱이 암컷 사이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암컷 나방 한 마리가 수컷을 유혹하기 위해 페로몬을 뿜기 시작하면 이에 질세라 다른 암컷들도 페로몬을 뿜어낸다(코러싱). 그래픽은 이 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 작은 사진은 암컷 페로몬을 감지하고 찾아온 수컷과 짝짓기 하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 미국 코넬대 토머스 아이스너 교수· 미네소타대 임항교 박사
튼튼한 수컷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홍보
미국 캔자스대 마이클 그린필드 교수와 미네소타대 임항교 박사 팀은 불나방과에 속하는 한 나방(Utetheisa ornatrix)의 구애행동을 연구했다. 암컷이 페로몬을 분비하면 멀리 흩어져 있던 수컷들이 이를 감지하고 모여든다. 모여든 수컷도 페로몬을 뿜어내 암컷을 유혹한다.

수컷은 짝짓기를 할 때 암컷에게 영양물질을 선물로 준다. 선물의 양은 수컷의 페로몬 농도와 비례한다. 암컷이 페로몬 농도가 높은 수컷을 골라 짝짓기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수컷이 짝짓기를 할수록 선물 밑천이 줄어든다는 것. 몸속에서 선물이 다시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은 짝짓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나방 성충의 성비는 1 대 1이지만, 짝짓기를 하려는 암컷이 수컷보다 늘 많을 수밖에 없다. 결국 암컷이 더 ‘튼실한’ 수컷을 차지하려면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연구팀은 암컷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서로 보고 듣거나 만날 수 없게 분리하되 냄새만 맡을 수 있게 했다. 다른 그룹은 후각마저 차단했다. 두 그룹의 페로몬 분비 행동을 관찰한 결과 첫 분비 시점은 거의 같았다.

그러나 뒤따르는 나방의 분비 시점은 달라졌다. 다른 암컷의 페로몬을 감지할 수 있는 그룹에서 2, 3번째 나방이 처음 분비한 나방을 좀 더 빨리 따라 하기 시작한 것. 게다가 모든 감각이 차단된 그룹보다 페로몬을 더 오래 분비했고, 분비 횟수도 30%나 많았다.






연구팀은 암컷 나방의 이 같은 행동을 ‘페로몬 코러싱’이라고 이름 붙였다. 임 박사는 “암컷 나방끼리 페로몬으로 코러싱을 한다는 사실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암컷 나방은 일반적으로 수컷을 유혹하기 위해 페로몬을 분비할 뿐 다른 암컷의 페로몬에는 반응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페로몬은 냄새를 내는 물질이다. 이 암컷 나방은 희한하게도 후각신호로 코러싱을 하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행동생태학’ 1·2월호에 실렸다.

지금까지 알려진 동물의 코러싱은 대부분 수컷에서 청각이나 시각신호로 이뤄지는 게 많았다. 특히 개구리나 여치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는 노랫소리의 코러싱은 정교하기로 소문나 있다. 수컷 한 마리가 노래를 시작하면 100분의 1∼10분의 1초 차이로 이웃 수컷이 따라 하고, 음의 높이나 세기도 비슷해진다.

말레이시아에 사는 수컷 반딧불이는 수천 마리가 나무에 앉아 동시에 빛을 냈다 내지 않았다를 반복한다.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말이다. 갯벌에 사는 수컷 흰발농게는 썰물 때 수천 마리가 모여 흰 집게발을 일사불란하게 흔들거나 바닥을 두드려 암컷을 부른다.

이 같은 시각신호나 청각신호에 비해 암컷 나방의 후각신호는 느리고 불규칙적으로 전달될 것이다. 공기의 흐름이 항상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러싱과 코워크의 공통점
동물 세계의 코러싱은 경쟁과 협동의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암컷 나방 처지에서는 바로 옆에서 다른 암컷이 페로몬을 뿜어내며 수컷을 유혹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페로몬 분비를 서두른다면 이는 경쟁 행동이다. 개구리가 다른 수컷의 노랫소리를 따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특정 장소에 모인 암컷 나방이 페로몬을 너도나도 분비하다 보면 다른 곳에 비해 페로몬 농도가 높아져 결국 더 많은 수컷을 불러 모으게 된다. 의도했든 안 했든 협동이 이뤄지는 셈이다. 합창하는 개구리 역시 혼자 소리 내는 것보다 여럿이 내면 이를 들은 천적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협동일 수 있다.

인간 사회의 ‘공동작업(코워크)’도 그룹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경쟁, 좀 더 쉽게 빨리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는 협동이니 비슷하지 않은가.



| 글 | 임소형 기자 ㆍsohyu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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