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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당신의 ‘수학 혈액형’


세계는 지금 수학 ‘열공’ 분위기다.
수학 실력이 나라의 경쟁력이라는 판단 아래
수학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떤가.
부실한 교육과 경쟁적인 입시제도는 애꿎은 수학 혐오만 불러왔다.
과연 우리는 수학을 즐길 수 있을까.
2007년 대한민국 수학 부활 프로젝트에서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나는 여러 가지를 함께 읽고 있어. 한 가지만 공부하면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 두뇌를 더 지치게 만들거든. 읽어도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때는 대수와 삼각함수를 풀지. 수학은 부주의와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풀다보면 집중력이 좋아져.”

1886년 폴란드의 과학자 마리 퀴리가 친척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그는 복잡하게 엉켜버린 마음의 실마리를 푸는 방법으로 수학을 골랐다. 수학은 느슨해진 집중력을 단단히 조여주고 지친 마음에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의 묘약이었다.

모든 것을 ‘신이 말했노라’고 정당화하던 중세시대에 이성의 힘을 보여준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 그는 말년에 기하학의 매력에 빠졌고 아예 수학자로 전업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심하길 즐기던 데카르트에게 수학은 ‘존재의 이유’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동물원 킨트’ ‘독학자’를 쓴 소설가 배수아 씨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풀릴 듯 하면서도 쉽사리 답을 보여주지 않는 인생과 달리 수학 방정식에서는 주어진 조건을 좇아가다보면 미지수의 값을 구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에 있었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아마 수학이라는 언어로 즐거운 대화가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마디 하겠지. “니들이 그 맛을 알아?”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전국 4년제 대학 15곳에서 경제학이나 수학, 컴퓨터과학을 전공하는 신입생 757명을 대상으로 수학 시험을 치른 뒤 그 결과를 발표했다. 충격적이게도 100명 중 15명의 비율로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분수 문제를 풀지 못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배우는 일차함수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학생은 전체의 31%나 됐다.

조사를 진행한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는 “기초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이공계 대학에 들어와 과연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수학을 싫어하면서도 대학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라고 여기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거의 12년 동안 수학을 배우지만 계산과 문제풀이만을 되풀이하면서 수학을 기피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싹튼다. 이런 현상을 ‘수학불안’이라고 하는데, 수학불안은 수학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킨다. 수학 때문에 진로가 바뀌기도 한다. 흔히 ‘수학 잘 하면 이과, 못 하면 문과’라는 식으로 계열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수학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이길 방법은 없을까.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두려울 게 없듯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할 수만 있다면 해결책을 찾는 일도 쉬워진다. 과학동아는 남강고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이동흔 교사의 도움으로 네 가지 ‘수학혈액형’을 만들었다. ‘수학이 지긋지긋하게 싫은 당신’이라면 이번 기회에 수학혈액형을 진단하고 알맞은 처방을 받아보자.






당신의 ‘수학 혈액형’은?
수학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이길 방법은 없을까.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두려울 게 없듯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할 수만 있다면 해결책을 찾는 일도 쉬워진다. 과학동아는 남강고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이동흔 교사의 도움으로 네 가지 ‘수학혈액형’을 만들었다. ‘수학이 지긋지긋하게 싫은 당신’이라면 이번 기회에 수학혈액형을 진단하고 알맞은 처방을 받아보자.




Mistake실수연발형
“문제는 잘 푸는데 답이 안 나와.”
“공부를 많이 해도 성적은 맨날 그 자리야.”

- 진단
수학을 잘하려면 생각하는 속도와 문제를 푸는 속도가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두뇌와 손이 따로 노는 당신에게 ‘스피드’ 조절은 필수.

- 처방
손이 느리다면 수학 문제를 풀 때 공책을 펴고 많이 연습하는 것이 좋다. 눈으로만 문제를 풀다보면 실수하기 쉽다. 또 생각하는 속도가 느리다면 문제의 맥을 잘못 짚어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기 쉬우므로 문제를 풀 때 주어진 조건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Attach강한 집착형
“머리 좋은 나, 수학은 왜 ‘꽝’일까?”
“항상 시간이 부족해서 문제를 못 풀어.”

- 진단
수능에서 주어진 시간은 100분, 30문제를 풀려면 문제당 3분 이상은 잡아먹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꼼꼼하고 완벽한 성격의 당신은 한 문제에서 막히면 쉽게 다음 문제로 넘어가지 못한다.

- 처방
수학에서는 유연한 사고가 중요하다. 문제가 잘 안 풀리면 신속하게 생각을 전환하거나 아예 다른 문제로 방향을 돌리는 게 좋다. 안 풀리던 문제도 다른 문제를 풀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으니 너무 집착하지 말자.



Trauma 정신적 외상형

“수학은 배워서 뭐하지?”
“수학 공부를 하느니 차라리 땅을 파겠다. 동전이라도 줍게.”

- 진단
수학은 이미 초등학교 때 포기했고 덧셈, 뺄셈만 알면 사는데 아무 지장 없다고 생각하는 당신. 수학 혐오도 모자라 수학에 아예 관심이 없다. 당신은 수학 선생님과 안 좋은 추억이 있다거나 한번 놓친 진도를 따라잡지 못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좌절만 깊어진 경우다.

- 처방
일단 수학교과서를 찬찬히 읽어보자. 중학교부터 시작해도 좋고 그 이전이어도 상관없다.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교과서를 읽다보면 수학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Humble 두근두근 소심형

“아는 문제도 늘 실수로 틀려.”
“수학 시험만 생각하면 심장이 떨려.”

- 진단
수학 시험 시간, 갑자기 숫자들이 허공으로 비상하고 연필을 쥔 손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면 당신은 ‘긴장성 불안’으로 수학 실력이 나쁜 경우. 당신은 수학을 잘 하려는 욕심이 있고 성적을 올리겠다는 각오도 굳다.

- 처방
기대가 크면 부담도 커지는 법. 욕심을 버리고 담담한 자세를 갖는 것이 해결책이다. 시험 며칠 전부터 시험과 같은 유형의 문제를 풀어 보며 시험 가상훈련을 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수학교과서는 억울하다?
이제는 ‘수학’ 담는 ‘그릇’ 고민할 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은 수학교과서. 수학이 말하는 ‘진리’야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게 당연하지만 그 ‘진리의 말씀’을 전하는 교과서의 무덤덤한 모습은 하품이 날 정도다. 흑백에 가까운 컬러와 ‘까칠’한 종이, 해상도마저 떨어지는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교과서만 보고 수학 시험 만점을 받았다’는 전설이 아스라이 멀게만 느껴진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수학 교육에 대한 연구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수학교과서에 대한 변변한 연구조차 없다. 개인의 선택을 중심으로 단계별로 수학을 공부할 수 있다던 7차 교육과정에서도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일단 배울 내용을 30% 정도 줄이겠다던 애초의 말과 달리 교과서는 여전히 빽빽하다. 서울 용산고 송교식 교사는 “고등학교 수학의 경우 배울 양은 많은데 교육부가 정한 교과서 분량은 제한적이어서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3월 7일 교과서와 참고서를 한데 묶은 디지털교과서를 선보였다. 일단 초등학교 5, 6학년용 수학교과서가 개발됐는데, 수학 공부의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교과서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는 진도를 맞추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미국이나 캐나다, 독일의 경우 교사에게 학습 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준다. 따라서 교과서가 대학 교재처럼 두껍지만 교사도, 학생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또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서 실생활과 접해있고 다른 분야와도 연결되는 소재를 교과서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행렬 단원을 놓고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학 I 교과서와 미국 IMP교과서*를 비교해봤다. 추상적인 설명으로 단원의 도입부를 여는 우리나라 교과서와 달리 미국은 아예 실제 있을 법한 문제를 던져주며 학생들의 토론을 유도한다.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면서 행렬에 대한 호기심이 싹튼다.

두 교과서 모두 가르치는 내용은 비슷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담는 ‘그릇’은 대조를 이룬다. 행렬의 개념과 연산법, 연립일차방정식을 행렬로 푸는 법 같은 이론 위주의 내용 때문에 행렬의 유용성을 전혀 알 수 없는 우리나라 교과서와 달리 미국의 교과서에는 재미있는 현실의 사례를 많이 인용한 점이 눈에 띈다.



교과서에 실린 문제를 보자.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예제와 연습문제, 심화문제 등 문제의 종류와 양은 많지만 대부분 비슷한 유형이어서 그다지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고 흥미를 유발하지도 않는다. 그저 기계적으로 풀면 답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 교과서에는 현실과 관련된 문제가 많이 실린다. 게다가 주말에는 문제 해결과정을 글로 쓰고 설명하는 숙제가 나간다. 토론문제에 얘기할 거리가 없고 실생활문제에 현실성이 결여된 우리나라 교과서와는 많이 다르다.

흔히 우리나라의 교과서를 ‘1년생’이라고 부른다. 한번 쓴 뒤 버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교과서를 선후배간 대물림하며 쓸만큼 생명력이 길다. 때문에 좋은 종이를 쓰고 그림의 인쇄도 고급스럽게 한다. 오랜 연구를 거쳐 만드는 교과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언제쯤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수학교과서 하나로 든든해질 수 있을까.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수학과 처음 만나는 관문이자 수학에 대한 평생의 인상을 결정짓는 수학교과서. 잘못 만들어진 제품은 버리거나 회수하면 되지만 잘못 만든 교과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수학교과서를 만드는데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학교과서가 진정한 ‘수학의 정석’으로 등극할 그날은 언제 올까.




IMP교과서
Key Curriculum Press에서 발행하는 수학교과서로 미국 고등학교
9~12학년 학생들이 사용한다. 현재 12개국 150여 학교에서 쓰이고 있다.


| 글 | 신방실 기자ㆍweezer@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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