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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 마이크로파의 손맛


삼각김밥 2분, 어묵 3분, 만두 5분.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넣고 따뜻하게 데우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단 몇 분이지만 그 시간이 왜 이렇게 더딘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전자레인지 안을 연신 들여다본다. ‘땡~’ 조리시간이 다 됐음을 알리는 소리가 나면 종소리만 들어도 먹이를 떠올리며 군침을 흘렸던 ‘파블로프의 개’처럼 입안에는 벌써 침이 한가득이다.

전자레인지 문을 열자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난다. 내부를 밝히는 조명이 음식을 데웠을 리는 없을 텐데, 도대체 전자레인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기름은 데울 수 없다?
전자레인지 안에서 음식을 데운 존재는 다름 아닌 전자기파다. 전하를 띤 물체는 주위에 전기장을 만들고 이 전하가 움직이면 전류가 생기면서 주위에 자기장을 만든다. 한편 자기장의 세기가 변하면 그 주위에 전기장이 유도되는데, 이 전기장이 변하면 자기장이 다시 유도된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유도하며 진행하는 파동을 ‘전자기파’라고 한다.

전자기파는 진동수 또는 파장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파장이 약 400nm(나노미터, 1nm=10-9m)에서 700nm인 파동이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인 가시광선이다. 이보다 파장이 길어지면 적외선, 라디오파가 되고 반대로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더 짧아지면 자외선, X선, 감마선이 된다.

전자레인지는 영어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microwave oven)이라고 부르는데, 이름 그대로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음식물을 데운다. 마이크로파는 파장이 수 cm에서 1m에 이르는 전자기파다. 그렇다면 마이크로파는 어떻게 음식물을 데우는 걸까.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은 1800년대 중반‘맥스웰 방정식’이라고 불리는 4개의 방정식으로 모든 전자기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음을 보였다. 그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진동하며 진행하는 전자기파의 존재를 예측하고 빛도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 비밀을 알려면 먼저 물분자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물분자는 수소원자 두 개와 산소원자 한 개가 약 105° 각을 이루며 결합돼 있다. 이런 비대칭 구조 때문에 물분자는 전체적으로는 전기적으로 중성이지만 산소원자 쪽에 전자가 가지는 음전하가 더 많고, 수소 쪽에는 양전하가 더 많다. 이를 물분자가 ‘극성’을 띤다고 표현한다.

물분자의 극성 때문에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가느다란 유리막대(또는 플라스틱 빗)를 비벼 정전기를 띠게 만들고 수돗물 줄기에 가까이 대면 수돗물 줄기가 유리막대 쪽으로 휜다. 유리막대가 양전하를 띠면 물분자가 음전하를 띠어 있는 수소원자 방향으로 당겨지기 때문이다.

물분자는 상온에서 음전하를 띤 부분(산소원자)이 다른 물분자의 양전하를 띤 부분(수소원자)을 잡아당겨 두세 개가 붙어다닌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는 이 물분자를 공략한다. 마이크로파 안에 물분자가 있으면 진동하는 전기장 안에서 음전하와 양전하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진동하는 힘을 받는다. 이 결과 물분자들은 계속 비틀려 빙빙 돌려고 한다.

이때 물분자 두 개가 결합된 형태는 이 결합이 깨지지 않고 서로 같이 돌 수 있지만, 분자 세 개가 결합한 경우는 나머지 한 개가 반대 방향으로 돌도록 힘을 받아 두 개의 결합 중 한 개는 반드시 깨지고 만다.

이렇게 깨진 물분자는 빨리 움직이다가 다른 분자와 충돌한다. 분자들이 평균적으로 빨리 움직일 때는 느리게 움직이는 경우보다 온도가 더 높아진 상태다. 따라서 전자레인지는 음식물 안에 들어 있는 물분자를 뜨겁게 해 음식물을 익힐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물과 달리 극성을 띠지 않는 기름은 전자레인지로 데울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거의 물을 포함하므로 대부분의 음식은 전자레인지로 요리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 크기로 선택된 고유진동수, 1GHz
우리는 라디오, 텔레비전,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신호 중에서 필요한 전자기파를 어떻게 찾을까. 다이얼을 맞추면 된다. 다이얼이란 주위에 돌아다니는 전자기파 중에서 특정 진동수만 선택하는 장치다.

마이크로파는 300MHz에서 300GHz사이의 진동수를 갖는데, 전자레인지는 이 중 진동수가 약 1GHz의 마이크로파로 다이얼을 맞춘다. 1GHz 진동수는 물분자 두세 개가 붙어 있는 결합을 깰 수 있는 진동수다. 하지만 물분자 두세 개의 결합을 깨는 공명진동수는 1GHz 근처의 좁은 영역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그 근처 넓은 영역에 나타난다. 전자레인지는 왜 하필 1GHz 진동수의 마이크로파를 이용할까.









그 이유는 전자레인지의 크기와 관계가 있다. 전자레인지 내부는 전자기파를 반사하는 금속판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자레인지 내부에 만들어진 마이크로파는 금속표면에서 반사된 파와 ‘간섭현상’을 일으켜 상쇄될 수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파는 음식물이 놓인 가운데 부분에 가장 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정상파를 만들어야 한다. 마이크로파가 전자레인지 안에서 정상파를 만들려면 전자레인지 내부의 길이가 반파장의 정수배가 돼야 한다.

1GHz 진동수의 마이크로파는 부엌에 놓기에 적당한 크기의 전자레인지 내부에서 정상파를 만든다.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의 파장을 직접 계산해 이를 확인해보자. 파장은 파동의 속도를 진동수로 나눈 값이다. 전자기파의 속도는 빛의 속도(3×108m/s)이므로 진동수가 1GHz인 전자기파의 파장은 30cm 정도가 된다. 이 크기는 일반적인 전자레인지의 가로 길이다.




창문에 붙은 철그물이 전자기파 막아
전자레인지 창문에는 구멍이 촘촘히 뚫린 철그물이 붙어있다. 그 안으로 음식이 익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자레인지는 1000W 이상의 전기를 쓰며 음식을 익히는데, 그렇다면 엄청난 양의 전자기파가 창문을 통해 나와 몸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모든 파동은 파장보다 구멍이 큰 그물은 통과할 수 있지만 파장보다 구멍이 작은 그물은 통과하지 못한다. 따라서 철그물 구멍의 크기보다 훨씬 짧은 파장인 가시광선은 이 그물을 쉽게 통과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파장이 30cm 정도 되는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는 철그물을 통과하지 못하고 반사된다.

물론 전자기파가 창문 밖으로 전혀 새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철그물이 찢어졌다면 그 사이로 전자기파가 새어 나올 수 있지만 그 양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 인체에 큰 해를 미치지 않는다.

X선이라면 피부 세포를 변형시켜 해를 끼칠 수 있지만 마이크로파는 물의 온도를 올리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전자레인지에서 조금 새어 나오는 전자기파는 매우 약해서 얼굴을 뜨겁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 글 | 최준곤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ㆍchay@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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