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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발루여 가라앉지 마소서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지구에서 가장 평화로운 곳이다. 드넓은 태평양에 찍힌 점 하나, 투발루는 지도에 그렇게 표시된다.

투발루는 9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수도가 있는 푸나푸티에 사람이 가장 많이 산다. 그래봤자 9500명 가운데 4500명이다. 투발루에 닿는 길은 피지에서 일주일에두번있 는 프로펠러 비행기와 한달에 한두번사흘 동안 거북이처럼 항해하는 배가 전부다. 2006년 한 해동안 다녀간 관광객이 고작 75명밖에 안 되는 이 한적한 섬에 요즘은 관광객보다 많은 기자들이 다녀가고 있다. 투발루가 이번 세기 안에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매달 보름과 그믐, 바닷물 수위가 높아질 때 투발루는 물난리를 겪는다. 사이클론이라도 오면 섬이 두 동강으로 끊기기도 한다.

투발루는‘미래의 아틀란티스’로 불린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바닷물 수위가 오 르면 평균 해발고도가 3m밖에 되지 않는 투발루는 물에 잠긴다는 예측 때문이다. 빙하에 는 해빙과 내륙빙하가 있다. 북극권의 바다에서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해빙은 해수면 상승 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마치 물잔에 띄운 얼음이 녹아도 물이 넘치지 않듯 해빙이 녹더 라도 전체 바닷물의 부피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린란드와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 북극권, 남극에 존재하는 거대한 내륙빙하다. 특히 북극의 그린란드는 눈곱만큼의 해안가를 제외하곤 전부 빙하로 덮여있다. 인도 면적 의 3분의 2가 넘는 이 내륙빙하가 녹으면 지구 전체의 해수면을 7m 정도 높일 수 있는 엄 청난 양의 물이 쏟아진다.


투발루 푸나푸티 섬은 뱀처럼 길다. 언덕이나 산이 없어 해수면 상승에 취약하다.
‘아틀란티스 가설’의 진실
한때‘아틀란티스 가설’에 대해 거센 반론이 일기도 했다. 2001년 오스트레일 리아 플린더스대의 과학자들은“지난 8년 동안 투발루의 해수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수면 상승률은 매년 0.0mm였다”고 발표했다. 이 조사보고서는 전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지구온난화로 투발루는 가라앉지 않는 다’는 제목의 기사를 재빨리 냈다.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는 너도나도 이 결과를 인 용해‘지구온난화 재앙론’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반론이 나왔다. 플린더스대의 조사보고서는 고작 8년간의 해 수면 데이터를 분석했다. 게다가 엘니뇨가 극심했던 1997~1998년을 포함했기 때 문에 해수면이 일시적으로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착시현상’이 일어났다.


푸나푸티 정부종합청사 뒤편의 해변은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다.

원래 열대 태평양에서 무역풍이 불면 태평양의 바닷물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활 발하게 이동한다. 그러나 엘니뇨가 발생하면 무역풍이 현저하게 약해진다. 이때 바 닷물이 페루 연안과 동태평양에 머물며 서태평양의 해수면은 평소보다 낮아진다. 실제로 투발루, 나우루, 키리바시 같은 태평양 적도 부근의 섬나라는 엘니뇨가 심 했던 1997~1998년 해수면이 급속도로 낮아졌다.

해수면이 올라가면‘보로 피츠’라고 불리는 구덩이부터 서서히 물에 잠긴다.
일상이 된 홍수에 지쳐가는 사람들
시간이 지나면서 플린더스대의 조사보고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스 트레일리아 기상청과 투발루 기상청은 1993년 푸나푸티의 정부종합청사 부두 옆 에 조수측정기를 설치했다. 조수측정기는 매시간 해수면 높이를 측정해 오스트레 일리아와 투발루 기상청으로 자동 전송한다. 두 기상청은 매달 해수면 분석 보고 서를내는데, 1993년3월부터올해2월까지투발루의해수면상승률이연평균5.3mm 라고 밝혔다. 이 정도면 같은 기간 전지구의 연간 해수면 상승률인 3.1mm와 비교 해도 가파른 속도다.

연평균 증가율이 5.3mm라니 얼마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높은 곳의 해발고도가 3.7m밖에 되지 않는 산호초 섬 투발루에게는 위협적인 수 치다. 이대로라면 60년 뒤 투발루는 영영 물속에 잠겨버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투 발루의 해수면 최고치는 매년 경신되고 있다. 지난해 2월은 최악이었다. 바닷물이 해발 3.48m까지 차올랐다. 이때 푸나푸티의 가장 높은 지대인 활주로도 물에 잠 겼다. 올해 2월에도 3.21m까지 바닷물이 차올랐다.


바닷물이 차올라 위험해지면 길가 곳곳에‘도로폐쇄’표지판을 세운다.

한달에 두 번씩 사리 때마다 찾아오는 상습적 홍수는 일상이 됐다. 특히 봄철 보 름과 그믐에는 바닷물 수위가 3m 정도까지 차올라 일부 도로부터 침수되기 시작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참호와 비행장을 짓기 위해 섬 구석구석에 파놓은 ‘보로 피츠’(borrowed pits)에도 바닷물이 솟아오른다.

그럴 때마다 섬 전체가 평평한 투발루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1년 에 한두 번은 섬의 대부분이 물에 잠기는데, 보통 1~2시간이 지나면 물이 빠져나 간다. 침수가 되풀이되며 투발루 사람들은 지독한 인내를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IPCC가 기후변화 4차 보고서를 발표하며 다가올 투발루의 재앙은 다시 한번 드 러났다. 보고서에는“해수면상승으로2020년대에는홍수와폭우위험이늘고, 2080 년대에는 전세계 해안 지역의 30% 이상이 유실돼 매년 1500만명이 홍수 피해를볼 것”이란 전망이 실렸다.


푸나푸티에서 10여km 떨어진 푸알리페케 섬에 사는 비키 아모사 가족. 지난해 12월 이 섬에 사이클론이 몰아쳐 해변에 있는 수십 그루의 코코넛 나무들이 쓰러졌다.

겁에 질린 투발루 사람들은 피지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로 떠나기 시작했 다. 뉴질랜드에는 이미 투발루 인구의 3분의 1인 2625명의 이주민이 산다. 하지만 제3세계의 가난한 나라 국민이 뉴질랜드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취업비자를 받고 영주권을 얻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투발루 정부는 사라지는 국가를 지켜야 하는 책임과‘미래가 없는 나라’를 탈출 하려는 국민의 바람 모두 무시할 수 없는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파나파세 넬레손 네 투발루 정부 총비서는“지구온난화는 투발루뿐만 아니라 전지구적인 문제이므 로 전세계가 협력해 지구온난화의 흐름을 역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단호한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까닭은 뭘까. 세계는 아직까지 더 워지는 지구를 멈추게 할 브레이크 페달을 찾지 못하고 있다.


| 글 | 남종영 한겨레21 기자 ㆍfandg@hani.co.kr |


다가올 위기 속에서도 아이들은 천진난만하다. 어른들은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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