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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본 오리, 펭귄, 사람의 걸음걸이


오리의 걸음걸이를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짧은 다리와 뚱뚱한 몸집으로 엉덩이는 좌우로 뒤뚱뒤뚱, 목은 앞뒤로 왔다갔다. 오리걸음을 보고 그냥 재미로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오리와 똑같이 두 발로 걷는 사람은 뒤뚱거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오리와 사람의 걸음걸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별로 의식하지 않고 두 발로 걷기 때문에 걸음걸이가 얼마나 복잡한지 잘 알지 못한다. 걸음은 두 발을 번갈아 옮겨 몸을 앞으로 움직이는 동작이다. 몸을 앞으로 옮기려면 작용-반작용에 의해 땅을 뒤로 밀어주는 힘이 필요한데 땅의 반작용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땅을 뒤쪽으로 밀어낸 힘을 이동하는데 쓰기 위해서는 몸의 무게중심이 먼저 앞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머리 가는 데 몸 간다
오리나 닭 같이 날지 못하는 새는 걸을 때 날개를 사용하지 않는다. 몸을 앞으로 이동하기 위해 두 발을 움직이기만 할 뿐이다. 새의 걸음걸이를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해보자.

몸을 꼿꼿이 세우고 발목 위의 모든 관절을 움직이지 않고 앞으로 이동해보자. 발가락으로 걷든 두 발을 모두 사용해 뜀뛰기를 하든 상관없다. 이렇게 움직여보면 몸을 앞으로 이동하기 전에 자신도 모르게 배를 앞으로 내밀거나 허리를 굽혀 머리를 앞으로 기울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보내려는 이런 동작은 두 발로 걷는 동물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새가 걸을 때 머리를 앞뒤로 흔드는 동작도 같은 원리다. 머리만 앞으로 움직여도 몸통의 무게중심은 앞으로 이동한다. 이때 발로 땅을 밀어내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쉴 새 없이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새들의 걸음걸이는 쓸데없는 동작이 아니라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걸어가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지 않고도 잘 걸을 수 있을까. 사람은 새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흔히 사람은 팔만 흔들며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목, 어깨, 허리 등 거의 모든 관절을 사용해 걷는다. 그래서 몸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방법도 체형마다 다르고 그에 따라 걸음걸이도 달라진다.



여성의 걸음걸이 상체가 좁고 골반이 발달한 여성은 몸통의 무게중심이 낮다(01). 왼발을 내딛기 전에 왼쪽 엉덩이를 조금만 앞으로 밀어도 전체 무게중심이 앞으로 이동해 쉽게 추진력을 얻는다(02). 여성이 걸을 때 허리와 골반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흐트러뜨리지 않고 무게중심을 앞으로 보내기 때문이다(03).

남자에 비해 어깨가 좁고 골반이 발달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몸의 무게중심이 낮아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엉덩이를 움직여 무게중심을 앞으로 보낸다. 허리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무게중심을 앞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반면 어깨가 벌어지고 상체가 발달한 남자는 역삼각형의 몸매를 가졌다. 그래서 어깨의 작은 움직임으로도 상체의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겨 다리의 추진력을 유도할 수 있다.

비만 체형에 유난히 배가 많이 나온 사람은 배에 무게중심이 있어 자연스럽게 배를 내미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배가 나온 사람들이 종종 뒷짐을 지고 걷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무게중심을 앞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꼽는 걸음걸이가 남녀의 이상적인 체형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걸음걸이라는 점이다. 미국 뉴욕대 케리 존슨 박사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호에서 “사람들은 어깨를 흔들며 당당하게 걷는 남자와 골반을 좌우로 흔들며 걷는 여자를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남성의 걸음걸이 상체가 발달한 남성은 역삼각형에서 몸통의 무게중심을 찾을 수 있다(01). 남성은 오른발을 내딛을 때 왼쪽 어깨를 조금만 앞으로 움직여도 무게중심이 앞으로 이동해 쉽게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02)(03).

펭귄은 몸에 비해 다리와 날개가 짧다. 그래서 펭귄은 몸통으로 균형을 잡는다. 펭귄은 오리보다 무게 중심이 높아 더 많이 뒤뚱거리고 불편해보이지만 번식을 위해 100km 이상을 걸어도 별 문제가 없다. 펭귄의 걸음걸이도 체형에 딱맞은 동작이다.

하지만 펭귄의 걸음걸이는 균형은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무게중심을 일정하게 이동시킬 수 없다. 오른발을 내밀 때는 몸통을 오른쪽으로, 왼발을 내밀 때는 몸통을 왼쪽으로 기울여 무게중심을 잡는다. 이런 걸음걸이는 몸 전체를 회전시켜 무게중심을 흔들리게 한다.

책 한권을 책상 위에 세웠을 때 바닥에 닿은 양쪽 끝 모서리를 발이라고 생각하고 이동시켜 보자. 위에서 책의 중심을 바라보면 계속 좌우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펭귄의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는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기기 위해 몸의 회전을 반복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걸을 때 회전이 생기면 비효율적인 운동이 된다. 걸음마다 좌우 회전 방향을 바꾸려면 앞으로 가는 동작과 상관없이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다행히 사람의 팔은 펭귄의 날개에 비해 길다. 왼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 때 오른팔을 함께 내밀면 몸통을 좌우로 뒤뚱거리지 않고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어깨와 골반이 반대로 회전하며 무게중심이 크게 회전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무게중심을 앞으로 이동할 수 있다. 팔과 다리를 엇갈려 움직이는 사람의 걸음걸이는 무게중심을 앞으로 이동해 추진력을 얻고 몸의 균형을 잡기도 하지만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치타가 뛰어가거나 곤충이 다리를 빠르게 움직여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몸과 다리가 격렬하게 움직이지만 몸의 무게중심은 거의 흔들림 없이 앞쪽으로 이동한다. 속력도 일정하다. 힘은 가속도와 비례하기 때문에 일정한 속력을 유지해야 에너지 소모가 가장 적다.

사자는 전속력으로 달릴 때도 무게중심이 많이 흔들리지 않는다. 균형을 잡기 위한 쓸데없는 동작이 없어 에너지 소모가 적다.

사람이 걷거나 뛸 때도 마찬가지다. 땅을 디딘 발은 그 자리에 정지하고 디디지 않은 발은 앞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몸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육상 선수나 쇼트트랙 선수가 달리는 속도를 높일수록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고, 마라톤 선수가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며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는 훈련을 하는 이유도 몸의 흔들림을 최소화해 무게중심을 일정한 속도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다.

평소 깊게 생각하지 않던 걸음걸이에도 과학은 숨어있다. 맑은 날씨에 여유를 갖고 거리를 걸어보자. 내 몸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어깨가 들썩이고 골반이 흔들리는지 알아보자. 이렇게 걷다보면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평소 자연스럽던 걸음걸이가 참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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