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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여풍 파워의 진실


지난 2월 26일 서울대 졸업식장. 여학생들이 줄줄이 단상에 올라 상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단과대 수석 졸업생이다. 총 16개 단과대 가운데 의대와 자연과학대를 비롯한 11개 단과대 수석이 여학생이었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 가운데 40.5%가 여성이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여풍’의 위력이 날로 거세진다.

지난 2월 22일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박지연 대위가 ‘금녀의 벽’을 무너뜨렸다. 공군 사상 최초로 여성 전투기 편대장이 탄생한 것이다. 여성이 국군 핵심전력으로 인정받은 최초의 사례다. 또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설립된 이래 29년 동안 남성의 자리였던 기관장 직위에 정광화 원장이 여성 최초로 취임했다.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금녀 지대’라는 딱지가 붙은 분야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댄 킨들런 교수는 2006년 자신의 저서 ‘새로운 여자의 탄생, 알파걸’에서 공부와 운동, 리더십 등에서 남학생을 능가하는 엘리트 소녀 집단을 ‘알파걸’(Alpha girl)로 이름 붙였다. 무엇이든 먼저 나서서 행동하고(Active), 주위의 주목을 받으며 리더십(Leader- ship)을 발휘하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끈기(Patience)를 가졌으며 자신이 도전하는 일에 열정(Heart)을 갖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Ambitious) 알파걸의 파워가 전세계에 거세다.


남녀공학은 불리해?
서울 은평구 S고는 지난 3년 동안 성별에 따라 내신 성적을 평가해 문제가 됐다. 이 학교는 어떤 과목의 경우 여학생의 평균 점수가 남학생보다 20점 높았다. 남녀학생을 분리해 수행평가 점수를 매겨 여학생과 남학생의 성적 차를 줄이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남녀학생을 분리해 내신성적을 산출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이렇듯 여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 사례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나)형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 가운데 여학생이 약 42%였다. 여성이 수학에 소질이 없다는 편견은 이제 옛말인 셈이다. 이 때문인지 요즘 남녀공학 고교로 배정받은 남학생들은 울상을 짓는다. 일산중 3학년 김 군은 “남녀공학에서 여학생과 경쟁하는 것보다 남고에서 남학생과 경쟁할 때 내신성적을 올리기 수월해 남고에 입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김출배 장학사는 “보통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과제 완성도와 문제에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컴퓨터 게임이나 스포츠에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30~40년 전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과 고등교육을 동등하게 받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엔 딸도 아들처럼 부모의 지원을 받아 4년제 대학 또는 석?박사과정까지 마치는 경우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부모가 딸과 아들을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지원한 결과다.


수학, 과학을 포함한 성적이 뛰어난 여학생을 ‘알파걸’이라 부른다. 1등 또는 최고를 의미하는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 ‘알파’(α)를 땄다.
여학생이 정말 잘할까
수학, 과학 분야에서는 알파걸이 어느 정도 활약하고 있을까. 2006년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수학?과학 영재수업 1등은 서초고 2학년 오현주 양과 진선여고 2학년 전나영 양이 차지했다. 두 과목 모두 여학생이 수석이었다. 전 양은 2004년 한성과학고 영재 수업에 여학생 단독으로 참가해 리더로서 팀을 이끌며 수업평가 1등을 받고, 같은 해 한국물리올림피아드에서 동상을 받기도 했다. 알파걸이 남학생과 당당히 겨뤄 우수한 성과를 낸 구체적 사례다.



여학생의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가 남학생보다 높다는 의견이 많지만 여학생의 수학과 과학 성적은 남학생보다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여성개발원 정경아 박사가 2003년 ‘중등학생의 과학에서의 성별 격차 및 해소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 국제학업성취도비교(PISA)에서 여학생 평균점수가 남학생보다 19점 낮다. OECD국가 가운데 성별에 따른 과학 학습성취도 차이가 가장 컸다. 정 박사는 “뉴질랜드 여학생의 평균점수가 남학생보다 12점 높은 것과 대비된다”고 분석했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평균적인 과학 성취도가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군포초등학교 한 교사는 “과학의 달 행사를 진행할 때 남학생은 주로 레고 조립이나 모형비행기 조립에 참여하고 여학생은 포스터그리기 또는 과학사진전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여학생이 과학과 간접적으로 관련된 종목에 주로 참가하는 이유에 대해 “어려서부터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과학활동 경험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학행사에 참여에서부터 성별에 따른 기회의 차이가 생긴다. 하지만 알파걸은 성차별 없이 자랐다. 학교에서도 남녀평등 교육을 받았고 부모도 더 이상 딸과 아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05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를 보면 2003과 2004년에는 중학교 남학생의 평균점수가 여학생보다 0.13점 높았지만 2005년에는 오히려 여중생의 평균점수가 남중생보다 높았다. 고등학생의 경우 2003년과 2004년에는 남학생의 평균점수가 높았지만 2005년에는 여학생이 더 높았다. 2005년 들어 중고등학교에서 여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남학생보다 높아진 셈이다. 최근 들어 여학생과 남학생의 학업성취도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알파우먼으로 성장하려면?
10대 알파걸이 30대 알파우먼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05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이학 학위 취득자 가운데 여성은 학사 49.2%, 석사 38.2%, 박사 25.5%고, 공학 학위 취득 여성은 학사 19.8%, 석사 13.0%, 박사 7.0%로 비율이 급격히 준다. 2004년 정부 출연연구원 25곳의 여성 연구인력도 13.6% 뿐이다.

여성 과학기술인의 엑소더스가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여성과학자들은 출산과 육아의 벽을 지적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는 배아줄기세포에서 세포기능을 조절하는 데 필요한 유전물질인 마이크로RNA를 연구해 주목을 받고 있는 생명과학계 알파우먼이다. 하지만 그도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가 가장 어려웠다”며 “아이를 돌봐 줄 아주머니를 정기적으로 불렀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교육시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회고했다. 미국 대학에서는 승진심사 기간에 출산을 한 여교수에게는 5년보다 긴 시간을 주고 종신연구원 심사를 받게 지원한다. 여성 인력의 유출을 막으려는 지원책인 셈이다.

역할모델로 삼을 만한 여성과학자가 부족한 현실도 알파우먼이 겪는 어려움이다. 미국 퍼듀대 화학과 최경신 교수는 34세 나이에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학 교수로 임용됐으며 미국 화학공학 분야에서 연구실적으로 선두를 다툴 정도로 총망받는 과학자다. 그도 10년 전 서울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있을 때 “내가 여성과학자로 성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역할모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사회에서 여성이 중책을 맡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MIT 기계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모두 받은 KAIST 기계공학과 신현정 교수, 폐기물 재활용 연구의 선봉장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안지환 책임연구원, 포스코 광양제철소 최초 여성 공장장인 오지은 공장장, 삼성SDS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장연아 상무, 수학 ‘정수론’의 달인이자 국내 대학에 최초로 ‘암호론’ 강의를 개설한 포스텍 최영주 교수 등이 알파걸의 역할모델인 알파우먼이다.

과학기술부가 2006년 4월 전국 성인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한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지원 정책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참가자의 89.5%가 ‘여성 과학기술인의 발굴과 활용이 시급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사회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알파걸’이 ‘알파우먼’으로 자랄 수 있다. 김빛내리 교수는 “요즘은 여학생이라고 해서 차별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알파걸도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제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뜨거운 열정으로 충만한 이공계 알파걸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들의 움직임을 주목할 시점이다.

PISA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감독 아래 실시하는 15세 이상 학생의 언어, 수학, 과학 능력 평가다. 정규 교육과정보다는 실생활에 필요한 응용능력을 평가하는데 중점을 둔다.


| 글 | 목정민 기자 loveea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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