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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복제 연구 시작해도 되나?

과학자 346명에게 물었습니다.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의‘제한적 허용’에 찬성하십니까?
과학동아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와 공동으로 최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과학계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과총 소속 과학자들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4월 11일부터 5일간 이메일로 이뤄졌으며, 총 346명의 과학자가 응답했다. 과학계의 전체적인 의견을 알기 위해 응답자의 연구 분야를 생명과학계(생명, 의?약학)로 한정하지 않았다.

우선 제한적 허용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묻는 항목에서는 응답자의 74%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은 24%에 그쳤다. 특히 응답자 중 이번 결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생명과학계의 의견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생명과학계 과학자 112명 가운데 반대 의견은 28명(25%)으로 대체로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찬성 이유로는 ‘난치병 치료를 위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의견이 35%로 가장 많았다. 이는 체세포 복제를 통해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이 환자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가장 이상적이라는 학계의 주된 의견을 반영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관념적인 논의에 파묻혀서 경쟁 산업 분야 연구를 늦춰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은 19%,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정한 뒤 시행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16%로 뒤를 이었다.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야 한다거나 산업적인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각각 8%로 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적 허용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는 응답이 47%로 절반가량 차지했고, ‘난자 획득 과정에서 여성의 신체에 위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20%로 뒤를 이었다. ‘난자의 종류가 제한적이어서 연구가 쉽지 않다’는 의견은 8%에 불과했다.









한편 ‘난치병을 치료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16%로 다소 높게 나왔다. 이에 대해 강릉대 생물학과 전방욱 교수는 “체세포 복제배아는 정상적인 줄기세포로 분화할 성공률이 높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골수 검사를 하듯, 폐기되는 배아에서 면역 적합성이 있는 것을 찾아서 연구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골수나 제대혈 등 성체줄기세포로 연구하는 방법이 배아줄기세포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 전 교수는 “효용적인 입장에서 이번 제한적 허용안에 선뜻 찬성하기 힘들다”는 말도 덧붙였다.





2000년 8월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간배아 복제를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의료연구 목적에 한해 인간배아 복제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1997년 2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처음으로 공개된 최초의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로슬린연구소를 중심으로 당시 영국은 자국의 생명공학 기술을 과시하고 있었다.

영국에 이어 미국 정부도 연방정부가 재정지원을 해 일정한 기준을 만족하는 연구는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프랑스 역시 치료 목적의 배아연구를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일본에서도 인간복제는 엄격히 금지됐지만 배아연구까지는 허용하는 법률안이 참의원에서 통과됐다.


최근 배아줄기세포 대신 골수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채취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에서는 보건사회연구원이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가칭)을 내놓았다. 법안에 따르면 임신 외 목적으로 배아를 만들고 연구하는 것을 아예 금지했다. 즉 치료용 배아연구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했다.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만 연구가 가능하다.

법안은 곧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학계는 기준이 너무 엄격해 연구를 아예 봉쇄하는 꼴이라 포괄적 금지나 마찬가지라며 비판했고, 종교단체는 위원회의 동의에 의해 연구 허용의 여지를 열어둔 것조차 문제라며 인간배아는 연구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반대했다.




잔여 난자만 사용 가능해
지난 3월 23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7년 동안의 지루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의 ‘제한적 허용안’과 ‘한시적 금지안’을 놓고 표결한 결과 참석자 13명 가운데 12명 찬성으로 제한적 허용안을 의결했다.

제한적 허용안은 난자의 종류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불임시술 의료기관 등에서 치료용으로 쓰려다 수정이 되지 않아 폐기될 예정인 잔여(殘餘) 난자만을 연구용으로 쓸 수 있게 한다는 것.

여기서 잔여 난자는 법적으로 5가지로 제한한다. 불임치료용으로 쓰려고 미리 얼려 놓았으나 불임 환자가 다른 난자로 임신에 성공해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난자, 불임시술에 쓰이기에는 아직 성숙하지 않은 난자, 불임을 포함해 부인성 질환의 치료를 위해 적출된 것 중 미성숙한 난자, 체외수정 도중 수정이 되지 않거나 불임환자가 포기한 난자, 마지막으로 불임치료를 위해 기증됐으나 받을 사람이 없어서 폐기 대상으로 분류된 난자다.


1997년 2월‘네이처’에 복제양 돌리(오른쪽)를 처음 공개한 영국의 이안 윌머트박사. 돌리 이후 세계는 경쟁적으로 줄기세포 연구에 뛰어들었다.

제한적 허용안이 채택된 배경에는 과학계의 ‘줄기세포 위기론’이 작용했다. 과학계는 2005년 황우석 전 교수의 파문으로 국내에서 줄기세포 연구가 1년 이상 전면 중단돼 줄기세포 산업이 후퇴하는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3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줄기세포 기술경쟁력 현황과 대응전략’도 이런 위기론에 힘을 실어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줄기세포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볼 때 65.1로 세계 7위에 그쳤다.

지난해 말 미국 생명공학회사인 노보셀이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베타세포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영국 런던대 연구팀도 미성숙 줄기세포를 쥐의 망막에 이식해 시력을 복원하는데 성공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배아줄기세포와 관련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았다.

반면 한국은 ‘황우석 쇼크’ 후유증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편 그간 생명윤리계가 주장해온 ‘한시적 금지안’은 동물 난자에 동물 체세포를 핵이식하는 동물연구를 충분히 거쳐 기초기술을 쌓은 뒤 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표결에는 생명윤리계 위원 7명 전원이 불참해 반대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배아도 생명, 질 떨어진 난자로 될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결정을 내렸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천주교 생명위원회는 즉시 성명을 내고 “배아를 이용하는 어떤 실험이나 연구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신성함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 합법화 움직임은 중단돼야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3일 한국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어떤 종류의 배아 연구도 반대하며, 경제적 논리가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률을 넘어서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선포한다”고 밝혔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정 추기경은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의 제한적 허용안이 의결된 것에 대해 가톨릭교회는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생명윤리계가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배아가 인간 생명이라는 점이다. 생명윤리계는 이른바 ‘14일론’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체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의 핵을 주입한다. 체세포의 핵을 이식한 난자를 배양하면 정상적으로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것처럼 세포가 2, 4, 8, 16개로 분할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배아기라고 한다. 배아기의 세포는 심장이나 간, 혈액, 신경 등 인체의 온갖 장기로 분화되기 때문에 줄기세포로 불린다.

휠체어에 탄 영국의 한 소녀가 줄기세포 연구에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종이를 들고 있다.

문제는 척추가 될 원시선이 수정 후 14일째 나타나는데, 그간 학계에서는 발생학적으로 핵 이식 뒤 14일 전까지는 장기와 조직으로 나뉘지 않는 세포덩어리이기 때문에 배아복제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반면 생명윤리계는 수정 직후부터 생명체로 봐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충분한 동물실험을 통해 줄기세포를 정상적으로 분화시킬 수 있고 분화된 세포가 거부반응이 없다는 사실을 먼저 확인한 다음 인간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여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생명윤리계의 주장이다.

현재 천주교 주교회는 ‘배아도 태아도 인간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생명수호엽서’ 20만부를 정부에 보내는 운동을 진행하며 대대적인 탄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학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잔여 난자는 곧 질이 떨어지는 난자라는 얘긴데, 이런 난자를 사용하면 연구의 질도 함께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난자의 수명을 보자. 난자는 한번 몸 밖으로 나오면 2~3일 뒤에 죽는다. 그런데 수정작업에 걸리는 시간은 대개 12시간 정도 된다. 결국 여기서 실패한 난자가 살아있는 시간은 길어야 하루다. 이 시간동안 필요한 연구를 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비판이다. 또 이 경우 정자가 침입했을 가능성도 있어 복제를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다. 황우석 전 교수팀이 신선한 난자 2000여개를 쓰고도 성과를 못냈는데, 죽어가는 난자로 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적극 투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결정과 맞물려 지난 3월 정부는 줄기세포를 포함한 생명공학 연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줄기세포 연구에만 올해 모두 342억원이 지원된다. 이중 성체줄기세포 관련 연구에 257억원이, 배아줄기세포 관련 연구에는 60억원이, 생명윤리 연구에는 25억원이 투입된다.

여기서 배아줄기세포보다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4배가량 더 많은 돈을 지원하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현재 세계적으로 배아줄기세포가 생명윤리 논쟁으로 연구에 제약을 받는 동안 골수와 제대혈을 토대로 한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획기적인 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는 현상을 반영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부도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는 특히 병원 중심의 응용연구를 강화해 실용적인 성과를 거두는데 초점을 두고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정부는 제한적 허용안을 골자로 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을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체세포 복제배아 관리 지침이 마련될뿐 아니라 ‘인간 배아줄기세포주 관리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윤리 논란을 최소로 줄이는 방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적으로 줄기세포 연구 경쟁이 치열하다. 2003년 프랑스 연구팀이 인간배아에서 얻은 배아줄기세포(01). 붉은색은 세포의 핵을 나타내며(02), 분화 초기 줄기세포가 뭉친 동그란 공 모양의 배상체(03)와 줄기세포가 혈구세포로 분화(04)한 모습도 보인다.
세계 줄기세포 연구허용 현황
외국에서는 영국, 이스라엘, 스웨덴이 체세포 복제 연구를 전면 허용하고 있고, 오스트리아와 노르웨이는 전면 금지하고 있다. 독일과 뉴질랜드는 제한적으로 허용한 상태다. 미국은 주별로 다르지만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연구는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미국:2001년 8월 이후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기금 지원 금지. 사설 기금 지원은 계속 진행.
브라질:2005년 3월 시험관 수정에 사용되고 남은 배아 중 3년 이상 냉동 보관된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 허용. 배아복제 금지.
스위스:2004년 11월 국민투표로 시험관 수정에 사용되고 남은 배아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 허용 법안 승인. 인간 복제는 엄격히 규제.
스페인:2006년 5월 수정된 지 14일 이내 냉동된 배아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 허용.
유럽연합:2006년 생식 목적의 인간 복제, 단순 연구 목적의 인간 배아 실험에는 기금 지원 중단. 이외의 줄기세포 연구 지원 지속.
호주:2006년 12월 배아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연구 금지 철회 법안 통과. 복제배아는 자궁에 착상시킬 수 없으며 14일 이내 폐기.



| 글 | 이현경 기자 ㆍuneasy75@donga.com |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주 예산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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