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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꼬마펭귄의 행진


“와, 저기다!” 하늘에 거꾸로 매달린 오리온을 뒤로 한 채 남십자성을 품은 은하수를 따라 바닷가로 향했을 때 검푸른 파도에 실려 오는 ‘녀석’이 보였다. 호주의 생태관광지로 유명한 필립섬의 서머랜드 해변.
서늘한 바닷바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관람석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녀석의 움직임에 꽂혔다.
드디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꼬마펭귄(Eudyptula minor)의 ‘상륙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잘 살펴보니 한 놈이 아니다. 예닐곱 마리가 서핑을 하듯 물위에 배를 깔고 파도를 가르며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해변에 먼저 도착한 놈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어떤 놈은 파도의 힘을 이기지 못해 나뒹굴기도 한다.
하지만 전열을 가다듬자 잘 훈련된 군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돌배기 아이처럼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보는 이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올 만큼 귀엽고 앙증맞다.

뒤뚱뒤뚱 꼬마펭귄의 깜찍한 행진. 보통은 멀리 떨어진 관람석에서 바라보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관찰하는 경우는 드물다.

뒤뚱뒤뚱 어디로 가는 걸까. 이들의 목적지는 수풀이 우거진 모래언덕에 있는 굴이다. 관람석 양옆으로 나있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꼬마펭귄의 보금자리가 있다. 50분에서 2시간 동안 힘겹게 뒤뚱거리며 새끼가 기다리는 둥지를 찾아간다. 매일 저녁 해변을 뜨겁게 달구는 꼬마펭귄의 행진에는 200마리 이상이 참여한다. 둥지를 트는 6월 전후에 250마리 정도로 늘어나 알을 낳는 시기인 8~10월에는 500~700마리에 이르며, 새끼를 키우는 11월부터 3개월간 가장 많아 1000마리를 넘기도 한다.

이렇게 땅거미가 진 뒤 이동하는 꼬마펭귄의 습성은 그들만의 생존전략이다. 낮에 육지에서 느릿느릿 다니다가는 갈매기나 독수리 같은 포식자에게 잡아먹힐까 두려워 어두워진 뒤에 보금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 이곳 관리자의 설명이다.



최고령 요정펭귄은 25살
호주 제2의 도시 멜버른에서 남동쪽으로 자동차를 몰고 1시간 반 넘게 달리면 야생동물의 낙원 필립섬이 나타난다. 강화도의 4분의 1 정도인 필립섬의 명물이 바로 꼬마펭귄이다.

1920년대부터 일반인이 서머랜드 해변에서 꼬마펭귄의 깜찍한 행진을 관람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요즘 이곳에는 매년 5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다. 호주에서 꼬마펭귄은 자그마한 크기 덕분에 종종 요정펭귄(Fairy Penguin)이라 불린다.

꼬마펭귄은 얼마나 작을까. 남극에 사는 가장 큰 황제펭귄의 사촌이지만 키 차이는 3배 이상 난다. 다 큰 황제펭귄은 키가 1.3m에 몸무게가 20~45kg인 반면, 꼬마펭귄은 다 커도 키가 40cm에 몸무게도 1kg 남짓하다.

어두울 때 이동하는 꼬마펭귄. 바다로 나갈 때도 해뜨기 1~2시간 전에 움직인다.

현재 필립섬에는 2만6000마리 이상의 꼬마펭귄이 서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정어리나 멸치 같은 작은 물고기, 일부 오징어 종류를 잡아먹는다. 꼬마펭귄은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절반인 500g을 먹어치우는 대식가다. 어른 펭귄은 저녁 무렵 둥지에 돌아와 새끼에게 낮에 물속에서 잡은 물고기를 게워 먹이기도 한다.

원래 펭귄은 부리와 깃털이 있어 새로 분류되지만 바다에서 헤엄치는데 ‘플리퍼’(flipper)라 불리는 날개를 이용한다. 꼬마펭귄의 수영실력도 상당하다. 최대 시속 6.4km(평균 시속 2~4km)로 헤엄치고, 최대 70m 깊이(보통 10m 이하)까지 잠수할 수 있으며 물속에서 최대 65초(보통 4~45초)까지 숨을 참을 수 있다.
최근 바다에서 꼬마펭귄을 무선전파로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보통 하루에 15~20km 이동하지만, 깃털이 갓 난 젊은 펭귄은 집에서 2000km나 멀리 떨어진 곳까지 헤엄쳤다는 기록도 있다. 이 때문인지 꼬마펭귄은 지난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마스코트로 선정됐다.

1968년 필립섬에 꼬마펭귄 연구그룹이 생겼고 그뒤 흥미로운 결과가 밝혀졌다. 꼬마펭귄은 대부분 매년 짝을 바꾸는 ‘바람둥이’인데, 이 가운데 18~20%가 이혼한다고 한다.
또 대부분의 수명은 6~7년이지만 20년 이상 사는 ‘고령자’도 발견된다. 2005년 국제저널 ‘해양조류학’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최고령 펭귄은 25살로 드러났다.



코알라 하루 20시간 잠만 자는 이유




여기에 한 마리가 있어요.”
필립섬 한복판에 있는 ‘코알라 보존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 문구다. 이런 문구가 쓰인 푯말이 앞에 서있는 유칼리나무 위를 잘 살펴보면 정말 털북숭이 인형 같은 코알라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코알라가 얼마나 움직이지 않으면 이런 푯말을 세울 수 있을까.
호주 남동부에만 사는 코알라는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동안 나무 위에서 자거나 쉰다. 1~3시간 동안은 유칼리나무 잎을 먹는다. 여러 번 나눠 먹으며 한 번 먹을 때 5분~2시간씩 걸린다. 특히 해질 무렵에 먹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나머지 시간은 털을 고르며 몸치장을 한다. 그리고 번식기에야 짝을 찾아 나선다.

코알라가 유칼리나무 잎에 취해 있어 잠만 잔다는 속설이 있다. 사실 코알라가 소화하는 과정에 발효가 일어나지만 이때 알코올은 전혀 안 생긴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정말 코알라는 게으른 걸까. 이곳 안내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코알라는 하루에 600~800g의 유칼리나무 잎을 먹는데,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사람이 아침에 간단히 시리얼을 먹고 얻을 수 있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그래서 열량이 낮은 음식물을 먹는 코알라가 에너지를 적게 쓰는 생활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곰처럼 생긴 코알라는 사실 캥거루와 같은 유대류에 속한다. 유대류는 미성숙한 새끼를 낳은 뒤 주머니에서 완전히 성장시키는 포유류의 일종이다. 코알라 새끼는 어미가 임신한지 34~36일 뒤 키 19mm에 몸무게 0.5g으로 태어난다. 그래도 콩알만 한 새끼는 주머니까지 기어오르는데 꼭 필요한 앞다리와 주머니 안에서 어미젖을 빨 수 있는 입술을 갖고 있다. 생후 22주까지 주머니 안에서만 지낸다. 그뒤 주머니 밖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몸무게가 1kg이 되는 36주째 주머니를 벗어난다. 이제 코알라 새끼는 어미 등에 엎여 지내고 춥거나 비 오는 날이면 어미 배로 파고든다. 생후 12개월쯤 젖을 떼고 18개월째 완전히 독립한다.

코알라는 고독을 즐기는 동물이다. 암수가 일단 짝짓기를 끝내면 수컷은 그 나무를 떠나고 더 이상 관계를 갖지 않는다. 유일하게 끈끈한 관계는 어미와 새끼 사이에서 형성되지만 새끼가 독립하면 이 관계도 끝난다. 보통 새끼도 한 마리만 낳는다.




따뜻한 손길, ‘펭귄용 털옷’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물개 서식지인 바위섬을 바라볼 수 있는 노비스 해안.

꼬마펭귄을 만날 수 있는 서머랜드 해변에서 남서쪽으로 더 내려가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물개 서식지인 바위섬을 바라볼 수 있다. 이 섬에는 뉴질랜드물개(Arctocephalus fosteri) 1만6000마리가 살고 있다. 거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있는 노비스 센터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하면 바위에서 장난치며 놀고 있는 물개 떼를 발견할 수 있다.





1996년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는 필립섬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필립섬 자연공원’을 설립했다. 특히 자연공원 연구팀은 멸종 위기에 처한 ‘두건 쓴 물떼새’(Hooded Plover)를 보호하는데 앞장서왔다. 야생동물로부터 둥지를 잘 지킨 덕분에 어른 물떼새가 1996년 한 마리도 없었다가 2001년엔 11마리로 증가했다. 필립섬의 코알라나 꼬마펭귄은 숫자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코알라의 경우 목재를 얻기 위해 개간을 하고 집을 짓거나 도로를 내면서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꼬마펭귄은 사람들이 굴을 파괴하고 해변을 플라스틱으로 오염시키면서 죽거나 다치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년간 6건 이상 발생한 해상 기름 유출사고의 피해는 심각하다. 2003년 필립섬 앞바다에서 선박의 기름이 유출돼 해안 12km가 오염되면서 꼬마펭귄 24마리가 기름을 뒤집어썼고 3마리가 죽었다.


꼬마펭귄의 생태를 조사하는 필립섬 자연공원 연구원.

또 2001년에는 360마리가 기름 범벅이 됐고 2000년엔 200여 마리가 피해를 입어 12마리가 죽었다. 꼬마펭귄은 깃털의 방수효과가 뛰어나 얼음장 같은 바닷물에도 잘 견딜 수 있지만 일단 기름에 덮이면 이런 효과가 떨어져 추위에 떨다가 심하면 죽는다. 필립섬 자연공원은 기름을 뒤집어쓴 펭귄이 재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몸에 꼭 맞는 100% 순모 스웨터를 만들어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호주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미국, 노르웨이 등 세계 각국의 할머니들이 ‘펭귄용 털옷’을 뜨개질해 보내오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따뜻한 손길은 국경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뉴질랜드물개는 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건드리면 날카로운 이빨로 문다.

| 글 | 필립섬=이충환 기자 ㆍcosmos@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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