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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석탄


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석탄 산업은 1980년대에 들어서며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공해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린데다 석유보다 활용범위가 좁아 석탄은 경쟁력을 잃고 광산들은 문을 닫았다. 유명한 탄광촌이었던 정선은 ‘카지노의 도시’가 된지 오래다.

그런데 석탄이 우리 주변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것도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고 ‘깨끗한 석탄’으로 말이다. 환경 기술로 ‘무장’하고 차세대 화력발전소에서 ‘컴백’을 준비하고 있는 석탄이 ‘제 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까.



영국 옥스퍼드셔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전 세계 발전소의 에너지원은 현재 석탄이 40%로 가장 많다.
석탄의 변신은 무죄
석탄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매장량과 싼 가격이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이론적 채굴가능연수가 각각 41년과 68년인데 반해 석탄은 무려 220년이 넘는다. 게다가 석유처럼 특정지역에 집중돼 매장돼 있는 것과 달리 전 세계에 골고루 분포돼 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석탄의 이런 매력 때문에 전 세계 발전소의 에너지원은 현재 석탄이 40%로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2030년이 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석탄은 최근 석유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치솟자 경쟁력을 회복하며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 때맞춰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2006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1980년대 이후 계속 줄었던 세계 석탄소비량이 2006년을 기점으로 다시 늘기 시작해 2030년이면 10조5610억톤으로 현재의 약 2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최근 새로운 화력발전방식이 등장하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석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석탄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다. 전 세계 석탄화력발전소는 70%가 지은 지 20년 이상 됐으며 효율은 최고 39%에 불과하다. 낡은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매년 약 39억톤에 이른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현 체제에서 이산화탄소는 ‘흥행참패의 보증수표’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다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석탄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차세대 발전소인 가스화복합발전소(IGCC)에서 펼칠 ‘변신술’이다. IGCC에서 석탄은 가스로 변하기도 하고 합성석유로 변하기도 하면서 효율과 가격은 물론 이산화탄소까지 잡는다.







미국이 2004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차세대 청정 화력발전시스템 ‘퓨처젠’의 조감도.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을 태워 발생하는 열로 증기를 발생시켜 증기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지만 IGCC에서는 석탄을 먼저 합성가스로 만든다. 석탄을 고온에서 산소와 물을 넣고 연소시켜 일산화탄소(CO)50%와 수소(H2)30%로 이뤄진 합성가스를 만든 뒤 이 가스로 터빈을 돌린다.

그리고 가스터빈에서 방출되는 배기가스의 열을 모아 증기터빈을 돌려 한 번 더 전기를 생산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현재 30% 안팎인 기존 석탄화력발전의 열효율을 42~46%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는 35%, 황화합물은 99%까지 줄일 수 있다.

석탄의 변신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석탄액화기술(CTL)을 사용하면 합성가스에서 ‘석유’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석탄을 가스화한 뒤 주성분인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코발트 또는 철을 촉매로 사용해 반응을 일으키면 디젤이나 가솔린 같은 다양한 합성석유를 얻을 수 있다. 석탄으로 만든 기름을 자동차에 넣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에너지관련 전문가들은 석탄이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 일본이 IGCC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으며 상용화를 위한 준비단계인 300MW급 시험발전소가 이들 나라에서 10여 년 전부터 가동 중이다.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포집해 따로 저장할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석탄화력발전소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일이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석탄가스화복합발전소의 원리
이산화탄소 방출 ‘제로’ 화력발전소?
미국은 차세대 석탄화력 발전시스템 ‘퓨처젠’(FutureGen) 프로젝트를 2004년부터 추진해 왔다. 10년 동안 투자한 금액만 9억5000만달러(약 8600억원)다. 이 프로젝트는 IGCC 기술을 극대화해 석탄가스화 발전소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잡아 모두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IGCC 발전소에서 석탄을 가스화해 만든 합성가스(CO+H2)가 나오면 여기에 수증기를 넣어 반응시킨다. 그러면 합성가스 안에 들어있는 일산화탄소가 수증기와 반응해 이산화탄소가 된다(CO+H2O → CO2+H2). 이렇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분리해 이산화탄소는 지하에 따로 저장한 뒤 공업용 가스로 활용하고 수소는 연료전지 시스템으로 보내 가정용 난방이나 수송용 에너지로 사용한다. 현재 전문가들은 퓨처젠 프로젝트로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한편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전혀 배출하지 않는 꿈의 석탄화력발전소도 등장했다. ‘순산소연소’(Oxyfuel) 발전소가 주인공이다. 순산소연소 발전소는 공기가 아닌 산소만으로 석탄을 태운다. 그러면 배기가스에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만이 남는데, 이때 온도를 낮추면 수증기가 물로 변하며 이산화탄소만 남는다. 이렇게 분리한 이산화탄소를 액체로 만든 뒤 따로 분리해 폐 유전에 묻거나 공업용으로 활용한다. 순산소연소 발전소는 지난해 스웨덴의 바텐팔사가 세계 최초로 30MW급의 발전소를 지어 현재 시험운전을 하고 있다.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대 가치는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2006년 12월 차세대 청정 석탄기술 상용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300MW급 한국형 석탄 IGCC 설계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실증할 수 있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6000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또 미국의 주도하에 국제공동연구로 진행되고 있는 퓨처젠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최첨단 석탄발전기술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 석탄은 더 이상 공해와 오염의 대명사가 아니다. 석탄의 ‘화려한 컴백’을 기대해보자.




| 글 | 안형준 기자, 안달홍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수화력발전연구소 신발전그룹장 ㆍbutnow@donga.com, dhahn@kepr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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