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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기술 없이 장사 못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돈이될까?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할수록 돈을 버는 시대가 있었다. 이른바 ‘탄소경제’ 시대. 하지만 탄소경제는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온도를 0.7℃ 올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는 ‘저(低)탄소경제’다.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시장원리를 도입했다.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해야 돈이 된다. 아니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세계의 기업은 앞 다퉈 이산화탄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처방은? 이산화탄소 잡는 녹색기술(GT, Green Technology)이다.




“어디 보자. 오늘 쇼핑한 물건들 탄소배출량을 더해 볼까. 감자튀김 75g, 샴푸 148g, 스무디 294g…. 모두 합해서 2517g이군. 이제 탄소배출권이 10만g 정도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물건 살 때 탄소배출량 정보에 더 신경을 써야겠어. 지난해처럼 남은 배출권 팔아 재미 좀 보면 좋을 텐데.”

만약 모든 제품의 겉봉에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양이 적혀있다면? 또 모든 사람에게 1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총합이 정해져 있다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최근 영국에서 제안된 방법이다.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공장
환경문제 시장원리로 푼다
영국의 스낵 회사 워커스의 감자튀김 겉봉에는 ‘CO2 75g’ 로고가 붙어있다. 감자튀김 한 봉을 만들면서 원료 단계에서 폐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표시한 로고다. 제품을 생산하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을 제품 겉면에 표기하자는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의 카본트러스트사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시킨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제품을 만드는 모든 공정에서 필요한 이산화탄소 저감기술을 ‘알아서’ 개발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캠페인에 힘을 실어주는 제도를 정부가 제안한 경우도 있다. 영국 환경부 장관 데이비드 밀리밴드는 2006년 12월 ‘개인탄소할당’(individual carbon allowance) 제도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모든 사람들에게 1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일정량의 탄소배출권을 줘, 개인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더 적극적으로 줄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만약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싶다면 배출권을 추가로 살 수 있고, 탄소배출권이 남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가 개인 경제활동의 중요한 변수가 되는 이런 제도가 실현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밀리밴드 장관은 ‘미래의 후손을 위해’ ‘더 깨끗한 환경을 위해’ 식의 교과서 같은 구호보다 시장원리를 도입해 지구온난화를 막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워커스사의 감자튀김 겉봉에 쓰인 ‘이산화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로고(점선). 제품을 생산하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표시했다.
기업의 미래 결정할 ‘태풍의 눈’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문제는 이미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태풍의 눈’이 됐다. 2005년 2월 16일 발효된 ‘지구온난화 규제와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교토의정서)은 지금까지 나온 환경협약 중 가장 강력하다. 교토의정서는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유럽연합(EU)이나 일본 같은 선진 38개국을 정해 이들에게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6가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2012년까지 1990년 배출량과 비교해 평균 5.2% 이상 줄여야 한다는 의무를 지웠다.

그리고 ‘교토메커니즘’(Kyoto Mechanism)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만들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에 가격을 매겨 서로 사고 팔 수 있게 했다. 교토메커니즘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감축목표보다 적게 배출한 나라는 목표량과 배출량의 차이만큼을 ‘배출권’으로 다른 나라에 팔 수 있다. 목표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국가는 이 배출권을 사서 감축목표를 채워야 한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시장의 힘’을 빌어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제도다. 대부분의 기업이 교토메커니즘을 앞으로 강력한 무역 규제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가운데 오히려 이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가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태양광발전 시장은 2000년 이후 매년 평균 40?50%씩 성장하고 있다.

최근 아일랜드의 자재업체 CRH는 우크라이나 포딜스키 시멘트공장의 대체 연료 설비에 투자하기로 했다. CRH는 포딜스키 시멘트공장이 이산화탄소 83만2948톤을 감축하도록 돕고 여기서 나오는 13억3000만달러(1조3000억원)의 배출권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후성그룹 계열사인 퍼스텍(전 울산화학)이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로 얻은 총 366만톤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일본과 영국의 기업에 톤당 10달러를 받고 팔아 국내 최초로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에 진출했다. 세계은행은 배출권 거래 첫 해인 2005년 110억달러(약 10조원)였던 전세계 배출권 거래 시장규모가 지난 해 300억달러로 3배가 늘었으며, 2010년이면 현재의 5배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산화탄소의 경제계 ‘데뷔’는 꽤 성공적인 셈이다.





‘무역장벽’인가, ‘블루오션’인가?
점점 성장하는 ‘탄소시장’은 기업에게는 힘겹게 넘어야 할 ‘무역장벽’인 동시에 가능성 높은 ‘블루오션’이다. 이산화탄소에 발목을 잡혀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성장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 두 갈림길에서 방향을 이끄는 ‘나침반’은 바로 이산화탄소를 잡는 ‘녹색기술’(GT, Green Technology)이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산업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쪽이다.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한 효과만큼 이산화탄소 감축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고갈될 염려가 없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낮은 효율성과 높은 가격의 벽에 부딪혀 성장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최근 화석연료와 당당히 경쟁하려는 바이오에탄올과 태양광발전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1997년에 제정된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의 감축 목표와 일정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참여 문제로 대립을 겪다가 2005년 2월 16일에야 공식 발효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화학기업 듀폰은 최근 옥수수 알갱이뿐만 아니라 옥수수 줄기나 뿌리까지 모든 부분을 이용해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다. 또 독일의 지멘스나 영국의 BP 솔라와 머크 케미컬 같은 세계의 태양광기업에서는 값비싼 실리콘 반도체를 이용한 태양광전지를 값싸고 효율 높은 유기고분자 태양광전지로 교체하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만 눈부신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준비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2100년이 되더라도 에너지원의 30%는 여전히 화석연료가 담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따라서 화석연료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저장하는 기술이 신재생에너지의 거센 추격에 맞서는 ‘무기’가 될 전망이다.

전체 산업에서 현재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다고 알려진 제철소와 석탄화력발전소의 변신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5월 포스코는 기존 용광로공법을 100년 만에 교체하는 친환경제철공정인 파이넥스 공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은 2003년부터 10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하는 ‘퓨처젠’(FutureGen)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석탄에서 수소와 전기를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목표다. 환경문제는 이제 경제논리에 포섭됐다. 하지만 경제논리를 이끄는 힘은 녹색기술에서 나온다.

| 글 | 안형준 기자 ㆍbutnow@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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