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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기네스북 한판 대결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별로 알려져 있는 ‘용골자리 에타별’(Eta Carinae)은 160년 전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으로 기체와 먼지를 뿜어내 거대한 성운을 탄생시켰다.

- 편집자 주
한국의 통큰그룹(가상회사)과 영국의 기네스사가 우주 최고기록을 찾는 대결을 가상으로 꾸몄습니다. 기상천외한 기록이 담겨 있는 ‘우주기네스북’의 묘미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2007년 7월 7일 오전 7시 남태평양의 어느 섬. 한국의 통큰그룹과 영국의 기네스사 사이에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진다. 두 회사의 사운이 걸린 이 대결의 주제는 ‘우주 최고를 찾아라’. 한달 전 두 회사의 CEO가 공동 사업을 협의하기 위해 골프회동을 가졌는데, 두 사람은 악수를 하려다가 갑자기 다음과 같은 신경전을 벌였다.

“사람이 쉬지 않고 최고 몇 명까지 악수했는지 아시오? 축구공 오래 헤딩하기 기록은?” 매년 진기한 세계기록을 모아 기네스북을 발행하는 맥주회사 기네스사의 CEO다운 질문이었다. 하지만 통큰그룹의 CEO는 얼굴을 찌푸렸다.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2만8233명과 악수했고 7시간24분54초간 축구공을 4만351번 헤딩했소. 모두 한국인이 갖고 있는 기록인데, 그것도 모르시오?”

“그런 기록은 알아 뭐에 쓰오? 기네스북에 실린 기록은 그저 지구에서의 최고기록일 뿐이잖소. 좀더 통 크게 우주에서 최고기록을 담은 ‘우주기네스북’이라면 모를까….” 역시 통큰그룹의 CEO다운 응수였다. 결국 두 사람은 한달간 우주 최고기록을 모아 대결을 펼치기로 했다.





이 사건은 1951년 11월 아일랜드에서 열린 새 사냥대회에서 벌어진 논쟁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물떼새의 일종인 ‘골든 플로버’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새인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났다. 이 대회에 참가했던 영국의 휴 비버 경은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록광으로 유명한 영국 맥허터 쌍둥이 형제에게 책 제작을 의뢰했다. 맥허터 형제는 영국과 세계 최고기록을 부지런히 조사해 1955년 8월 총 198쪽에 이르는 책을 발행했다. 이 책에는 비버 경이 다니던 맥주회사(기네스)의 이름을 따 기네스북(Guinness Book of World Records)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렇게 해 매년 6000만 부 이상을 찍어내는 베스트셀러인 기네스북이 탄생했다.

통큰그룹과 기네스사의 대결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튄다. 우주 최고기록을 더 많이 모으고 지구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록을 찾는 쪽이 상대 회사를 인수하기로 했기 때문. 승부를 공정하게 심판하기 위해 국제천문연맹(IAU)에서 추천한 천문학자들이 함께 자리했다. 먼저 통큰그룹의 선제공격이 시작된다.







우주에서 가장 차가운 부메랑성운. 모든 온도의 최저치인 절대영도(영하 273.16℃)보다 단지 1℃ 가량 높다.
우주기네스1. 뜨거운 속살 vs. 차가운 시체
지난 6월 중순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낮 최고기온이 52℃에 이르는 살인적 무더위로 300명 이상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까지 지상에서 가장 높은 기온은 1922년 9월 이라크 바스라에서 기록한 58.8℃다. 하지만 우주로 가면 이런 더위는 미지근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행성인 금성만 보더라도 표면온도가 평균 460℃에 이른다. 태양계를 벗어나면 더 뜨거운 행성을 만날 수 있다. 지난 5월 초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적외선 우주망원경 스피처가 우주에서 가장 뜨거운 행성 HD149026b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지구에서 헤르쿨레스자리 방향으로 256광년 떨어져 있는 이 행성은 무려 2040℃까지 올라간다. 이는 금성 표면보다 4배 이상 뜨거운 온도다. 행성이 왜 이리 뜨거운 걸까. 천문학자들은 HD149026b가 매우 까맣기 때문에 별에서 오는 열을 거의 모두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가장 뜨거운 행성 HD149026b. 매우 새까매 별에서 오는 열을 거의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표면온도가 2040℃까지 올라간다.

사실 별은 ‘열 받은’ 행성보다 더 뜨겁다. 태양의 표면온도는 5800℃쯤 된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가장 뜨거운 별은? 2003년 4월 유럽남반구천문대(ESO)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하의 이웃인 소마젤란은하에 있는 AB7이란 별이다. 표면온도가 무려 12만℃를 넘으니 태양 표면온도보다 20배 이상 높은 셈이다. 이렇게 온도가 높아진 이유는? AB7은 사실 태양보다 수십배 무거운 별이었는데, 주변으로 물질을 강하게 뿜어내다가 껍데기 층을 날려 보내고 가운데 뜨거운 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AB7은 뜨거운 ‘속살’을 내보이고 만 셈이다.

이때 기네스사에서 불평이 터져 나온다. “한여름에 웬 더위타령이오? 더 덥소.” “그럴 줄 알고 시원한 얘기도 준비했소.” 통큰그룹의 응수도 만만치 않다. 지구에서 가장 낮은 기온은 1983년 7월 남극에서 측정한 영하 89.2℃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은? 지구에서 센타우루스자리 방향으로 5000광년 떨어져 있는 부메랑성운이다. 이곳의 온도는 영하 272℃.





또 기네스사가 딴지를 건다. “뭐요? 지구의 최저기온기록보다 그리 낮지도 안잖소.” “그건 오해요. 모든 온도의 최저치인 절대영도가 영하 273.16℃란 사실을 감안하면 부메랑성운의 온도는 절대영도보다 겨우 1℃ 가량 높은 거니까.” 이번에도 통큰그룹의 승리.

흥미롭게도 부메랑성운은 심지어 차가운 것으로 유명한 우주배경복사보다 더 차갑다.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한 뒤 물질에서 떨어져 나온 ‘태초의 빛’인 우주배경복사는 현재 우주 곳곳에서 영하 270.43℃로 동일하게 측정된다. 온도가 우주배경복사보다 낮은 천체는 여태껏 부메랑성운이 유일하다. 어쩌다 이렇게 온도가 낮아진 걸까. 부메랑성운은 태양 같은 별이 최후에 죽어갈 때 생기는 행성상성운이다. 보통 행성상성운은 죽어가는 중심 별이 주변으로 기체를 내뿜는데, 부메랑성운에서는 시속 50만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기체를 뿜어낸다. 기체가 이렇게 빠르게 팽창하면 성운의 온도는 엄청나게 떨어진다. 부메랑성운이 차가운 ‘시체’가 된 이유다.




우주기네스2. 우리은하에 있는 파파 할아버지
다음은 기네스사의 공격. “뭐 그리 대단한 정보도 아니구먼. 우리는 정말 중요한 정보를 준비했소. 우주에서 가장 멀리 있는 천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아시오?” 2004년 2월 NASA는 프랑스와 미국의 공동연구팀이 지구에서 130억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은하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1광년만 해도 빛이 1년간 달려간 거리, 즉 9조4600km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은하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에 장착된 고성능카메라(ACS)로 장시간 노출을 주며 용자리에 있는 은하단인 ‘아벨 2218’의 영상을 찍다가 은하단 훨씬 뒤쪽에 숨어있는 어두운 은하를 찾아냈다. 이 은하의 발견으로 우주가 빅뱅에서 생겨난지 7억5000만년 뒤에도 별들이 탄생해 은하를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이전까지 가장 먼 거리에서 발견됐던 천체는 큰곰자리의 퀘이사였다. 이 은하보다 5000만광년 더 가까이 위치하고 있었다. 퀘이사는 매우 멀리 있어 별처럼 보이지만, 중심에 거대 블랙홀을 가져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활동은하핵이다.


빅뱅(137억년 전) 미국 연구진이 ESO 거대망원경으로 132억살 먹은 최고령별 ‘HE 1523-0901’을 발견했다. 별에 있는 방사성원소 우라늄, 토륨이 각각 납으로 붕괴한 정도를 이용해 나이를 알아냈다.

“그렇다면 가장 멀리 있는 거대 블랙홀은 뭔지 아시오?” 통큰그룹에서 중간에 끼어들어 날카로운 질문을 한다. 하지만 기네스측도 당황하지 않고 답변한다. 지난 6월 7일 캐나다 오타와대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이 지구에서 물고기자리 방향으로 130억광년 떨어져 있는 거대 블랙홀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있는 망원경(CFHT)과 칠레 제미니망원경으로 ‘CFHQS J2329-0301’이란 퀘이사를 관측해 그 중심에서 태양 5억개에 맞먹는 거대 블랙홀을 발견했다. 이 퀘이사까지의 거리가 130억광년으로 측정된 것이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우주가 137억년 전쯤 빅뱅으로 탄생한 뒤 팽창하고 있어 현재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과거의 모습이다. 연구팀은 이 퀘이사가 빅뱅이 일어난지 10억년쯤 후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처럼 거대한 블랙홀이 우주 초기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수수께끼.





“하지만 오래된 천체라고 꼭 멀리 있을 필요는 없소.” 통큰그룹의 이 한마디에 기네스측이 술렁인다. 통큰그룹 대표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발표에 나선다. 지난 5월 10일 ESO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연구팀이 132억살 먹은 별 ‘HE 1523-0901’을 발견했다. 우주 나이가 137억살이란 사실을 고려한다면 HE 1523-0901은 빅뱅이 일어난지 5억년 뒤에 태어난, 별들의 ‘파파 할아버지’인 셈이다. 게다가 이 별은 우주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흥미롭게도 바로 우리은하에 있다.

어떻게 나이를 쟀을까. 연구팀은 ESO 거대망원경(VLT)으로 꽤 나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별들을 관측하다가 HE 1523-0901의 스펙트럼에서 우라늄(45억년), 토륨(140억년)처럼 반감기가 긴 방사성원소를 발견했다. 두 원소의 비를 이용해 최고령별의 나이를 알아냈다.

은하단 ‘아벨 2218’ 뒤쪽에서 발견한 가장 먼 은하(원). 지구에서 130억광년 떨어져 있다.



우주에서 가장 작은 별 OGLE-TR-122b. 태양보다 훨씬 작고 목성보다 16%밖에 크지 않다.
우주기네스3. 팽이처럼 납작한 별, 행성만 한 별
한방 먹은 기네스측이 반격에 나선다. “우주에서 가장 납작한 별이 뭔지 아시오? 가장 작은 별은?” 통큰그룹이 조용하자 기네스사 대표가 의기양양해하며 말을 꺼낸다.

딱딱한 지구도 자전 때문에 약간 납작한 상태다. 즉 적도 반지름이 극 반지름보다 21km(0.3%) 가량 길다. 별은 기체로 구성된 거대한 공이라 자전 효과가 더 크다. 자전이 빠른 별일수록 더 납작해진다. 그렇다면 별은 얼마나 납작할까? 2003년 6월 프랑스 천문학자들이 남반구 칠레에 있는 지름 8.2m짜리 망원경 4대를 동원해 에리다누스자리 알파별 ‘아케르나르’를 관측했다. 관측 결과 이 별은 장난감 팽이처럼 납작했다. 적도 반지름이 극 반지름보다 50% 이상 더 긴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아케르나르처럼 납작한 별은 기존에 알려진 별 내부 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어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다음으로 우주에서 가장 작은 별은? 2005년 4월 국제 저널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목성보다 약간 큰 ‘OGLE-TR-122b’라고 한다. 천문학자들은 칠레에서 약 200개 별 앞을 지나는 외계행성을 관측하다가 태양과 비슷한 ‘OGLE-TR-122’라는 별 앞을 지나는 이 천체의 크기를 알아냈다. OGLE-TR-122b는 목성보다 16%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때까지 행성인 줄 알았다. 스위스 천문학자들이 ESO 거대망원경(VLT)으로 OGLE-TR-122b를 자세히 살펴봤을 때 정체가 드러났다. 질량이 목성의 96배로 알려지면서 별임이 밝혀졌다. 그것도 우주에서 가장 작은 별임이. 중심에서 수소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한계(목성 질량의 75배)를 넘어야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통큰그룹이 비장의 무기로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우주에서 가장 큰 폭발을 일으킨 별은 무엇인지 아시오?” 순간 정적이 흐르고 통큰그룹 대표의 발표가 이어진다. 지난 5월 7일 NASA는 지구에서 2억4000만광년 떨어진 은하 NGC1260에 있는 초신성 SN2006gy가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이 초신성은 폭발의 절정에서 태양 500억개를 합친 것에 맞먹는 빛을 내뿜어 여태까지 알려진 초신성 폭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으로 기록됐다.





미국 연구진은 이 초신성 폭발이 전형적인 초신성 폭발보다 100배 더 강력한 규모라고 밝혔다. 보통 초신성 폭발은 태양보다 8배 이상 무거운 별이 최후를 맞을 때 발생하는데, SN2006gy는 그 규모로 봤을 때 태양보다 약 150배 무거운 것으로 추정됐다.

천문학자들은 우리은하에 있는 ‘용골자리 에타별’(Eta Carinae)이 폭발하면 SN2006gy와 비슷한 규모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용골자리 에타별은 지구에서 7500광년 떨어져 있어 폭발을 일으킨다면 낮에도 보이고 밤에는 폭발했을 때 나온 빛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라고. 다행히 지구 생명체에 위험은 없다고 한다.


| 글 | 이충환 기자ㆍcosmos@donga.com |

01우주에서 가장 밝은 초신성 SN2006gy의 폭발 상상도. 은하 NGC1260에서 SN2006gy가 폭발하면서 태양 500억개에 해당하는 빛을 내뿜었다. 02 03초신성 SN2006gy는 적외선 영상(02)과 X선 영상(03)에서 모두 밝게 보인다. 각 영상에서 오른쪽 위 천체가 초신성이고 나머지는 은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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