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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달콤살벌한 하루


내 이름은 나세포. 오늘도 어김없이 오전 6시에 눈을 떴다. 늦잠을 자려해도 계속 울려대는 위층 신경세포의 사이렌 소리가 시끄러워 더 잘 수가 없다. 매일 아침 이렇게 ‘모닝콜’을 해주는 녀석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전 9시. 하루 일과를 시작하려는 순간 옆집 피부세포가 문을 쾅쾅 두드린다. 자외선 녀석이 침범했다며 저녁에 멜라토닌을 불러달란다. 밤에만 진료를 하는 멜라토닌에게 미백 치료를 받을 심산이겠지. 낮 12시. 아래층의 위 점막세포가 점심을 먹자며 찾아왔다. 그런데 표정이 영 우울하다. 헬리코박터파이로리 녀석과 싸웠단다. 점막세포를 위로하기 위해 따뜻한 우유 한잔을 건넸다. 오후 2시. 점심도 소화시킬 겸 가볍게 산책을 하기로 결정했다. 20분쯤 걸었을까, 휴대전화가 울렸다. 심장세포였다. 수다스러운 녀석이다. 내가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이래라 저래라 명령한다. 다음엔 자기와 산책을 꼭 같이 가자며 전화를 끊는다.


나 세 포

우리 몸에는 60조~100조개의 세포가 있다. 이들은 매초 물리적?화학적 자극에 반응하며 하루를 보낸다. 이 중 세포 입장에서 원치 않는 외부 자극은 모두 스트레스다. 예를 들어 입으로 들어온 세균 같은 독성 물질은 소화기관인 위의 점막세포에게, 자외선은 피부세포에게, 정신적인 충격은 뇌세포에게 일차적인 스트레스다. 세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반응할까. 고려대 생명과학부 최의주 교수는 “세포의 방어기작이 먼저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DNA의 일부분을 잘라 유전정보를 변형시키는 물질이 세포에 침투했다고 하자. 이 물질이 DNA를 자르는 순간 세포는 DNA를 원래대로 복구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잘린 부분을 도려낸 뒤 사라진 부분을 다시 합성한다. 때로는 스스로 ‘자살’하기도 한다. 외부에서 침투한 물질이 너무 강력해 세포가 DNA를 원래대로 복구할 수 없을 때는 돌연변이 세포가 성장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자발적인 세포사멸 역시 세포의 방어기작 중 하나”라고 말했다.

우리 몸의 중앙연산처리장치(CPU)로 불리는 뇌, 외부 자극에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이는 위, 온몸으로 혈액을 내뿜어 생명을 유지하는 심장, 그리고 인체의 방패 역할을 하는 피부를 구성하는 세포들을 통해 세포의 스트레스 대처법을 알아보자.




뇌 신경세포- 흥분 조절 스위치, 글루타메이트
특징 : 평균 228억개 존재. 수명은 평균 60년. 한번 만들어지면 교환 없이 평생 사용해야 함. 25세를 고비로 나이를 먹으면서 일정량이 점차 없어짐.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세포, 특히 뇌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류학자인 로버트 사폴스키는 1980년대 말 아프리카 비비원숭이의 서열과 스트레스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서열이 낮은 원숭이의 신경세포가 더 손상된 것을 발견했다.

안타깝게도 아직 스트레스를 받을 때 뇌세포가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정확한 기작은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대략적인 설명은 있다. 아주대 의대 고재영 교수는 “글루타메이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글루타메이트는 뇌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신경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이 들어오면 크게 흥분하고, 신호가 없을 때는 차분한 상태로 유지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뇌과학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글루타메이트가 분비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글루타메이트는 세포의 수용체에 붙어서 칼슘(Ca2+)과 나트륨(Na+)이 세포 안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닫는다.



“으~ 짜증나!” 뇌 신경세포는 외부의 정신적인 자극에 끊임없이 반응한다. 이때 생성되는 글루타메이트의 농도가 신경세포의 생사를 결정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글루타메이트가 분비되는 시간은 수ms(밀리초, 1ms=10-3s). 농도는 수μmol(마이크로몰, 1μmol=10-6mol)에 불과하다. 그런데 오랜 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글루타메이트가 분비되는 시간이 수분~수십분으로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농도도 수백μmol 수준으로 치솟는다. 자극이 없을 때도 글루타메이트가 과잉분비된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세포 속으로 계속해서 칼슘과 나트륨 이온이 유입된다.

만약 세포가 칼슘과 나트륨 이온의 농도를 정상 상태로 조절하지 못하면 세포는 죽는다. 지속적인 흥분상태에 시달리다가 세포가 손상된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뇌졸중으로 부르는 질환이다. 고 교수는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되살아나지 않는다”며 “뇌졸중이나 치매 같은 뇌질환은 초기 증상을 파악해 더 이상 진전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의 치료”라고 밝혔다.







세포의 스트레스 반응 과정
위 점막세포- 활성산소로 헬리코박터균 무찔러
특징 : 3~4일에 한 번씩 새로운 세포로 교체. 짧은 것은 수명이 2시간 30분.

“쥐를 못살게 굴고 배를 갈라봤더니 위 점막이 심하게 헐어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종양생리연구팀 엄홍덕 박사는 스트레스가 위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묻자 이런 예를 들었다.

위는 pH 2~3의 강한 위산과 단백질 분해효소를 분비하는 소화기관이다. 위 속에선 점액과 알칼리인 중탄산이온이 나와 위산을 중화시킨다. 또 손상된 위점막을 신속하게 치유할 수 있도록 여러 물질들이 분비된다. 이 모두가 위의 방어시스템이다.


01위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인 헬리코박터파이로리균. 02전기자극에 따라 규칙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심근세포.

만약 이런 방어시스템이 스트레스로 손상을 입으면 여러 위 질환들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스트레스 인자는 헬리코박터파이로리균. 우리나라 성인의 60%가 이 균에 감염돼 있을 정도로 흔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헬리코박터파이로리균이 위에 침투하면 우선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위가 원치 않는 세균을 없애기 위해 면역세포를 동원해 일종의 ‘전쟁’을 벌이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분비된다. 활성산소로 산화적 스트레스?를 일으켜 균을 죽인다.

대개 활성산소는 인체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작 위세포가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방법은 활성산소를 이용해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엄 박사는 “활성산소의 농도, 즉 산화적 스트레스의 강도에 따라 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활성산소의 농도가 낮을 때는 세포의 성장이나 분화를 돕다가 일정 수치를 넘어 농도가 높아지면 세포의 사멸을 유발한다는 것. 활성산소는 ‘두 얼굴’의 소유자인 셈이다. 만약 염증반응을 통해 헬리코박터파이로리균을 제거하지 못하면 위산분비 세포가 파괴되고 위 점막세포의 재생이 중단된다. 이로 인해 위궤양이나 위염, 심하면 위암까지 생길 수 있다.




심장 심근세포- 단백질 만들어 보호
특징 : 성인의 좌심실을 기준으로 55억~58억개 존재. 심장부피의 75% 차지.

평소 수줍음을 잘 타는 남자는 심장마비 같은 심혈관질환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재릿 베리 박사와 필립 그린랜드 박사가 ‘역학회보’(Annals of Epidemiology) 7월호에서 수줍음이 많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남성은 외향적이고 사교성이 좋은 남성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50% 높다고 밝힌 것.

사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이유는 심장에 있는 심근세포가 서로 협력해서 규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전기자극에 따라 심근세포가 규칙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현상이 심장박동이다.

심근세포에는 액틴과 미오신이라는 두 종류의 기다란 단백질이 있다. 일반적으로 미오신 표면에 잔뜩 붙어 있는 미세한 돌기가 액틴을 잡아끌면 근육은 움츠러들고(수축) 액틴에서 떨어지면 액틴은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근육이 늘어난다고(이완) 알려져 있다. 이런 심근세포의 작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요인은 흡연이나 음주다. 전남대 의대 순환기내과 안영근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근세포는 1시간 안에 HSP70이라는 단백질을 발현시켜 일단은 세포를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특정한 유전자 발현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 HSP(Heat Shock Protein)70이라는 단백질을 대량 생산해 스트레스 방어기전으로 활용하는 것. 나이가 들면 HSP70의 생성이 줄어 세포가 외부 스트레스를 방어하는 능력이 점차 떨어진다. 안 교수는 “나이가 들면 심근세포의 단백질 합성 능력이 떨어져 심장마비나 심근경색 같은 심장 질환이 나타나기 쉽다”고 말했다.




피부세포- 까무잡잡해도 괜찮아
특징 : 수명은 약 28일. 스스로 복제해 죽은 세포를 대체하면서 끊임없이 자생력을 회복.

인체에서 제일 큰 표면적을 갖고 있는 기관. 외부 환경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첨병 역할을 하는 기관. 신체의 건강 상태나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거울. 바로 피부다.

피부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자외선. 자외선을 받으면 피부세포는 멜라닌을 합성해 기미나 주근깨 같은 색소를 침착해 피부색을 칙칙하게 만든다. 아모레퍼시픽기술연구원 피부과학연구소 최현정 선임연구원은 “피부가 자외선을 받아 검게 그을리는 현상은 피부세포가 일종의 ‘방어 작용’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외선은 피부세포 아래쪽에 위치한 멜라닌 세포라는 색소 세포를 자극한다. 멜라닌 색소는 평소 피부세포의 핵 주변에 모여 있다가 자외선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갈색의 멜라닌 입자를 많이 만들고, 이것이 점점 피부의 표면으로 올라와 피부가 까무잡잡하거나 검게 변한다. 아프리카나 아열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피부는 검은데, 이는 멜라닌 색소가 항상 퍼져 있기 때문이다.


자외선을 받으면 피부가 까무잡잡해지는 이유는 피부세포가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피부를 보호하는 방어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따가운 햇볕을 견뎌낼 수 있는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남아 자손을 퍼뜨리면서 유전 형질로 굳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도 피부색이 진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호르몬의 하나인 POMC (proopomelanocortin) 호르몬이 혈관을 따라 흐르다가 피부세포에 도달하면 멜라닌 생성 세포를 자극해 멜라닌 생성에 필수 효소인 타이로시나아제(tyrosinase)의 발현을 증가시킨다. 이때 생성된 멜라닌은 주변의 피부세포로 전달돼 피부색을 칙칙하게 만든다.

<산화적 스트레스>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만드는 불안정한 활성산소가 일시적으로 다량 존재하는 상태. 농도에 따라 세포에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글 | 이현경 기자 ㆍuneasy75@donga.com |

산화적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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