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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분자 캡슐이 포획한 차세대 에너지원


지난 6월 19일 포항에서 동북방으로 약 135km 떨어진 동해상의 한 지점. 심해저 물리탐사선 ‘탐해2호’에 탄 연구원들은 해수면에서 2078m 아래의 해저에서 채취한 시료를 보고 환호했다. ‘불타는 얼음’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채취한 가스하이드레이트는 가스 성분 중 95% 이상이 메탄으로 구성된 ‘메탄하이드레이트’였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저온고압 환경에서 기체 분자와 물 분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물질이다. 겉보기에는 얼음과 비슷하지만 분자구조는 다르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물 분자가 0.5~0.7nm(나노미터, 1nm=10-9m) 크기의 축구공 모양으로 배열해 메탄이나 프로판,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 분자를 하나씩 담는다. 이런 특이한 결정구조 때문에 1m3의 메탄하이드레이트에는 약 172m3에 이르는 기체를 저장할 수 있다. 얼음이 불타는 듯 보이는 현상은 사실 메탄하이드레이드 안의 메탄이 타기 때문이다.

2015년이 지나면 지금의 시추장비와 비슷한 구조물에서 메탄하이드레이트의 메탄을 뽑아낼 날이 올지 모른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흔 교수는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메탄하이드레이트의 가치가 높다”면서 “매장량이 막대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메탄하이드레이트의 매장량은 약 10조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체 화석 연료 매장량의 두배 정도다. 세계에서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양과 비교하면 200~500년분에 이른다. 하지만 이 교수는 “매장량의 추정치는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에 전부 존재한다고 가정한 것”이라며 “정확한 매장량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수소, 산소, 탄소로만 이뤄졌기 때문에 태우면 물과 이산화탄소만 발생한다. 이 교수는 “메탄하이드레이트를 태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휘발유에 비해 30%나 적다”며 “지구온난화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1950년대 러시아에서는 메탄하이드레이트로 가스관이 막히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다.
태생은 골칫거리?
지금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메탄하이드레이트지만 처음에는 골칫덩이였다. 1950년대 러시아에서는 파이프를 이용해 가스를 운송했는데 종종 가스관이 막혀 파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추운 러시아의 기온과 가스관의 높은 압력으로 인해 가스가 고체인 메탄하이드레이트로 변한 뒤 가스관 내벽에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가스의 흐름이 느려 이물질이 가스관에 쌓여 막힌다고 생각했고, 가스가 더 빨리 흐를 수 있도록 압력을 높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메탄하이드레이트는 더 많이 만들어졌고 가스관 폭발도 잦았다. KAIST 에너지및환경시스템 연구실의 박영준 연구원은 “얼음처럼 보이는 메탄하이드레이트는 1℃에 29기압이면 만들어진다”며 “자연 상태에서 저온고압 환경은 존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땅에서는 압력이 1기압씩 높아질수록 지열로 인해 온도가 0.3℃씩 올라가고, 바다에서는 물의 특성상 0℃보다 온도가 낮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메탄하이드레이트 층의 아래 경계는 해저 지형과 평행한 BSR면(화살표)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수년 전에는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나 심해저에서 땅속으로 400m 정도 파고 들어가야 이런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최근 1000m 이상의 심해저가 아니라 300~500m의 얕은 바다의 땅 속에서도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졌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하는 영역은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 해저 지형을 측정하는 탄성파 탐사 기술이 개발됐을 때도 메탄하이드레이트는 골칫거리였다. 탄성파 탐사는 압축 공기를 터뜨려 만든 음파를 이용한다. 해저로 보낸 음파는 밀도가 다른 암석의 경계면에서 다른 속도로 반사돼 해수면으로 되돌아오는데, 이 반사신호를 분석하면 해저의 지형과 땅속의 지층까지 알 수 있다.

그런데 탄성파 탐사로 해저 지형을 측정하면 심해 지형과 평행한 면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이를 잡음 때문에 생긴 오류라고 생각했다. 지형과 평행하면서 다른 지층을 가로지르는 지층은 존재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류라고 생각한 특이한 구조는 사실 해저모방반사(BSR, Bottom Simulating Reflection)면이다. BSR면은 메탄하이드레이트 층 아래에서 올라온 메탄이 포화 상태인 메탄하이드레이트에 더 이상 포획되지 못한 채 기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생긴다. 기체는 고체상태인 메탄하이드레이트와 밀도 차이가 커 반사면이 확연히 보인다. BSR면은 현재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존재 유무를 밝히는데 사용된다.



바닷속 메탄은 어디에서 왔을까?
메탄하이드레이트의 메탄 가스는 어디에서 왔을까. 메탄은 만들어진 원인이 생물인지, 지열인지에 따라 생물 기원과 지열 기원으로 나눌 수 있다. 생물 기원 메탄은 미생물이 식물이나 동물을 분해할 때 생성되며 대개 지표면에서 26m 깊이 이내의 얕은 곳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메탄하이드레이트 층보다 아래에 유기물이 포함된 지층이 있으면 이곳에서 메탄이 만들어진 뒤 밀도차에 의해 위로 상승해 메탄하이드레이트에 포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열 기원 메탄은 천연가스처럼 동?식물 같은 유기물이 200~300℃ 정도의 지열에 의해 탄화돼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탄은 해저 지형에 생긴 틈이나 밀도가 낮고 빈 공간이 많은 층을 따라 위로 이동하다가 얼음에 포획되면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된다. 이 교수는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질 수 있는 저온고압 상태라도 가스가 없으면 얼음으로만 존재한다”며 “얼음만 있는 층에 메탄가스가 들어가면 얼음의 분자구조가 메탄 분자를 포획할 수 있는 캡슐 구조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지구 전체에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따진다면 10조톤이지만 메탄이 공급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수다. 그래서 메탄하이드레이트는 ‘환태평양 조산대’처럼 지열이 많은 곳에 대량으로 존재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개발사업단 박근필 단장은 “메탄하이드레이트 층이 두꺼워도 메탄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부존자원으로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개발사업단은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많이 생기는 장소의 생성 모델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박 단장은 “우리나라 수역에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아직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생성 모델을 밝혀내면 일일이 시추하지 않아도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대량으로 존재하는 지역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불타는 메탄하이드레이트. 얼음이 불타는 듯 보이지만 사실 메탄 가스가 타는 중이다.
‘온실가스’ 주고 ‘메탄’ 꺼낸다


해저에 관을 꽂은 뒤 들어올려 채취한 시료.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메탄하이드레이트다.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채굴 기술이 중요하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압력이 낮아지면 메탄이 방출되며 녹아버리는 특성 때문에 석탄처럼 고체 상태로 채굴하기 어렵다. 메탄하이드레이트를 녹여 메탄만 뽑아내는 방법으로 ‘열수주입법’과 ‘감압법’이 있다. 열수주입법은 뜨거운 물을 넣어 메탄하이드레이트를 녹이는 방법이고, 감압법은 메탄하이드레이트 층의 압력을 낮춰 메탄을 분리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고체인 메탄하이드레이트 층을 액체로 바꾼다. 액체가 되면 고체보다 상부의 무게를 버티는 힘이 약해져 무너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지질학자는 “1998년 영국 런던 지질학회지 특별판 137호에는 해저의 사면이 붕괴했을 때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압력이 낮아져 메탄이 대량으로 방출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강력한 온실가스다. 그는 “지구 온난화도 문제지만 메탄을 빼내는 시추선이 침몰하거나 폭발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고체 상태를 유지한 채 메탄만 추출하는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박 단장은 “이 기술의 선두주자는 한국”이라고 단언했다. KAIST 이흔 교수는 메탄하이드레이트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메탄을 64%까지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2003년 11월 7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산화탄소는 메탄하이드레이트를 만나면 물 분자로 이뤄진 캡슐에서 메탄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박 단장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해저에 저장함과 동시에 메탄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근 이 연구를 더 발전시켰다. 이산화탄소와 질소를 함께 메탄하이드레이트에 주입했다. 이산화탄소만 주입할 때는 이산화탄소보다 작은 물 분자 캡슐의 메탄을 밀어내지 못했지만 질소는 이런 상태의 메탄을 대치했다. 혼합 기체를 사용하자 메탄 회수율이 최대 90%까지 증가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방법이 기술적으로도 더 쉽다”면서 “대기의 78% 정도가 질소이므로 이산화탄소와 질소를 분리하는 공정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기술이 당장 실효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실험실에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 메탄하이드레이트 층에서 어떻게 반응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만약 이산화탄소가 분리돼 해저에 유출되면 바닷물의 pH가 낮아져 해저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당장 자원으로 활용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지 채 10년도 안됐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박 단장은 “아직 채굴을 시작한 나라는 없다”며 “미국, 일본처럼 메탄하이드레이트 개발에 먼저 뛰어든 나라도 자국의 부존량만 알고 있는데, 정확한 부존량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메탄하이드레이트 연구는 다른 분야와 달리 세계 각국이 경쟁보다는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과 일본 모두 2015년까지는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생성원인과 모델을 찾고, 2015년부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시험해볼 예정이다. 박 단장은 “한국도 2015년까지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는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각국이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는 이유는 메탄하이드레이트 층에서 실험을 하다 사고가 나면 그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죽을 수도 있고, 메탄이 대량으로 공기에 분출되거나 해저지층이 붕괴돼 쓰나미가 일어나는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교수도 “자원 문제는 인류 공동의 문제로 한 사람의 이득은 중요하지 않다”며 “누군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길 바란다”면서 한국이 그 주인공이길 희망했다. 화석연료가 밑천을 드러낼 것이라는 2020년. 그때는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글 | 전동혁 기자 ㆍjermes@donga.com |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녹기 시작하면 많은 양의 메탄이 연쇄적으로 방출된다. 지구 온난화는 물론 대형 가스 폭발 사고도 유발할 수 있다. 사진은 가스전이 폭발해 불길이 치솟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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