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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서 찾은 지구열병 특효약






- 편집자 주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6일까지 한국과학문화재단과 극지연구소, 환경운동연합, KBS가 공동 추최한 ‘1.5℃ 다운 그린캠프’가 북극다산기지와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녹고 있는 북극의 빙하를 체험하고 지구의 온도를 1.5℃ 낮출 해법을 찾은 이 캠프에 기자가 함께 했다.
6월 한 달 새 폭우로 1000여명이 숨진 인도. 지난 7월 40℃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500여명이 사망한 헝가리. 올 여름 예측할 수 없는 게릴라성 폭우에 시달린 한국. 2007년 지구촌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체온은 0.7℃ 올랐고 지난 반세기 동안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은 1.5℃나 올랐다.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올해 2월 발간한 4차 평가보고서에서 인간의 활동이 만든 지구온난화가 더 큰 자연재해를 불러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의 열을 낮출 해열제를 찾기 위해 세계 7개국(한국, 일본, 프랑스, 방글라데시, 이탈리아, 호주, 브라질) 12명의 청소년기후대사가 모였다. 이들이 찾은 곳은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북극. 북극은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작은 환경변화에도 쉽게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거꾸로 북극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지구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북극은 ‘지구의 기후를 만들어 내는 곳’이라 불린다. 청소년 기후대사들은 한국에서 출발해 이틀에 걸쳐 비행기를 5번 갈아타는 피곤한 여정에도 하얀 설원과 빙하에서 놀고 있는 북극곰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들떠있었다. 하지만 노르웨이 롱이어비엔에서 최종 목적지인 북극 니올레순 기지로 향하는 경비행기에서 이들이 처음 만난 북극은 빙하가 녹아내리며 대지의 뻘건 흙을 피토하듯 내뱉고 있는 모습이었다.






보트를 타고 거대한 블럼스트럼드 빙벽 아래를 탐사하고 있는 청소년 기후대사들(왼쪽 아래). 빙벽 곳곳에서 얼음 녹은 물이 흘러내렸다.
바위섬에 남은 상처
보트로 빙하 탐사에 나선 8월 1일 아침, 기자는 아침에 인터넷에서 본 반갑지 않은 소식을 방글라데시의 아닌다 하산(16) 군에게 전해야 했다. 방글라데시의 50%가 홍수로 물에 잠겼다는 뉴스. 하산 군은 “최근 방글라데시 북쪽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 우기에 강이 범람하는 일이 잦다”며 “떠나오기 전날에도 비가 많이 왔다”고 고향 걱정을 하며 보트에 올랐다.

하산 군이 탄 보트는 높이가 수십 m에 이르는 빙벽이 병풍처럼 둘러친 블럼스트럼드 빙벽을 탐사했다. 이곳에서 5년째 보트 항해사로 일하는 아르미 크리스토퍼 씨는 “최근 2년 동안 약 100m 정도 빙하가 후퇴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없던 바닷길이 생기고 수 만년 동안 빙하에 덮여 있던 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소년 기후대사를 실은 보트는 최근 모습을 드러낸 한 바위섬에 상륙했다. 섬에는 남은 얼음언덕이 계속 녹아내렸고 허옇게 드러난 바위에는 빙하가 떨어져 나가며 긁고 지나간 날카로운 자국이 남아있었다. 하산 군은 상처를 어루만지듯 바위 위에 남은 흔적에 손을 댔다. 카메라를 들이댄 기자에게 살짝 웃음을 보였지만 홍수가 난 고향생각이 났는지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산 군은 “해마다 홍수가 마을에 남긴 상처와 빙하가 녹으며 바위에 남긴 상처의 원인이 같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수시로 ‘우르릉’하며 무너져 내린다




빙벽을 탐사하는 동안 몇 분에 한번 꼴로 ‘우르릉’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은 어김없이 빙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떨어져 나간 살점 같은 새하얀 유빙은 빙벽 밑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일본 오키나와 섬에 살고 있는 마끼꼬 나시로(17) 양은 “최근 눈에 띄게 높아진 마을 앞바다의 해수면이 바로 이곳 북극의 빙하가 녹은 물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섬뜩하다”고 말했다.

04빙하가 녹아 새로 모습을 드러낸 섬에서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며 바위에 남긴 상처를 어루만지는 아닌다 하산 군. 05빙하 조각을 물에 넣어 빙하 안에 갇혀 있던 기포가 올라오는 모습을 관찰하는 마끼꼬 나시로 양(왼쪽)과 김지선 양(오른쪽).

나시로 양과 청소년 기후대사들은 유빙조각을 여러 개 건져 다산기지 근처의 마린랩(해양연구소)에 가져왔다. 빙하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 대기성분(가스와 에어로졸) 변화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냉동타임캡슐’이다. 빙하의 연대를 측정하고 성분을 분석하면 인간이 유발한 이산화탄소 같은 대기오염물질 농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유빙 조각을 수조에 담긴 물속에 넣자 기포가 발생했다. ‘저 안에 우리 마을을 위험에 빠뜨린 인간의 지구 오염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구나’라고 느끼는 까닭일까. 나시로 양은 얼음이 완전히 녹아 사라질 때 까지 수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바다 위에 어지럽게 흩어져 떠다니고 있는 빙하. 국제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니알슨 기지 근처의 블럼스트럼드 빙하가 지난 80년 동안 약 2km 후퇴했다.
북극곰을 어디서 만날까


산 계곡 사이에 두껍게 쌓인 빙하 위를 오르는 청소년 기후대사들.

제주도에서 온 강임석 (17, 한국과학영재학교 1년) 군은 캠프에서 약 3km 떨어진 빙하까지 걸어 가는 길을 얕잡아 봤다. 공기가 깨끗해 목적지가 눈앞에 있는 듯 선명하게 보였지만 걸어서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얼었던 동토층이 녹아 발이 푹푹 빠지는 곳이 많았고 눈이 있었던 땅은 거친 자갈밭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청소년 기후대사들이 네덜란드 과학자가 설치한 지구온난화에 따른 식생분포 실험장치를 보고 있다.

빙하 지역으로 가는 도중 청소년 기후대사들은 8각형 모양의 플라스틱 벽이 쳐 있는 구조물을 만났다. 탐사를 이끈 극지연구소 강성호 극지응용연구부장은 “네덜란드 식물학자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식생분포와 성장속도를 연구하기 위해 실험 장치로 10년 넘게 관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벽 내부 온도는 주변보다 1℃ 정도 높아 그 안에서 자라는 식물은 주변에 비해 키가 더 컸다. 문득 강 군이 자신이 살고 있는 제주도도 온난화 현상으로 1924년 이후 평균기온이 1.6℃나 더 오르면서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강 군은 “해발 1000m 부근에서 주로 자랐던 조릿대라는 나무가 최근 해발 1800m에서도 자라고 있으며 열대 바다에서나 볼 수 있던 독해파리가 해수욕장에 출몰한다”며 제주도 소식을 전했다.


04플라스틱 벽을 쳐 주위보다 기온이 평균 1℃ 높게 만든 실험장치 안에서 자란 풀(03)은 실험장치 바깥쪽에서 자란 풀(04) 보다 눈에 띄게 발육이 좋다.

북극의 생태에도 이미 많은 변화가 있었던 걸까. 지난해까지 만해도 캠프 근처에서 가끔 눈에 띄었다던 북극곰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준비한 강 단장 어깨의 장총이 괜시리 거추장스러워 보였다.


곳곳에 빙하가 녹아 생긴 물이 흘러 내렸다. 검은 색의 토양이 있는 부분은 주변보다 태양빛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얼음이 더 빨리 녹는다.
북극 빙하의 뜨거운 눈물
프랑스에서 온 레옹 바라닷(14) 군은 빙하탐사를 함께 나선 기자에게 “북극을 탐사하는 청소년 기후대사로 선발됐을 때 시원한 북극에서 가장 확실한 여름휴가를 보낼 것이라며 친구들이 부러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바라닷 군에게 프랑스의 폭염사정을 듣고 나니 친구들의 부러움은 그 이상인 듯싶었다. 프랑스에서는 2003년 8월, 최고 43℃를 기록한 2주간의 폭염으로 8개 도시에서 1만5000명이 사망했다. 올해는 지난 4월에 이미 30℃를 넘었다. 육로를 통해 빙하를 탐사하러 가기 위해서는 산 정상의 빙하가 녹아 생긴 개울을 3차례나 건너야 했다.

강 단장은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여름철에 폴짝 뛰어서 건널 정도의 개울이었는데, 해마다 기온이 올라 이제는 양말을 벗고 세찬 물살을 건너야 할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산 위의 빙하가 녹아 흘러 생긴 얼음물 개울을 건너는 일은 바라닷 군에게 정말 여름휴가의 시원한 경험이었을까. 바라닷 군은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얼음물이 뼛속 깊이 전해지는지 개울을 건너는 동안 내내 인상을 썼다. 시원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바라닷 군은 “열병 앓는 북극 빙하의 눈물은 뜨거웠다”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했다.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물이 만든 개울을 맨발로 건너는 프랑스의 레옹 바라닷 군. 얼음같이 차가운 개울물에 발을 담그자마자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실천 출발! 1.5℃ 다운 의정서

북극에서 지구온난화의 현장을 직접 체험한 청소년 기후대사들은 영국 런던으로 캠프를 옮겨 모의환경회의를 열었다. 18세기 산업혁명의 시발점이자 탄소문명의 발생지였던 곳에서 각국의 기후변화 실태를 나누고 지구온난화의 해결책을 논의하는데 의의가 있었다.

가브리엘 그라넬라(16) 군은 친척 중 한 명이 지난해 열대병인 말라리아에 감염돼 마비 증세와 고열에 시달렸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수많은 자동차가 이탈리아 온난화의 원인”이라며 “이웃인 청정지대 스위스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산 군은 “방글라데시의 홍수문제는 선진국에게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급격하게 산업이 발전한 인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온난화를 더욱 가속시킬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청소년 기후대사들은 기후변화의 책임을 두고 공방을 하기도 했지만 “지구온난화 문제는 특정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 그리고 열띤 토론 끝에 마침내 생활 속의 실천으로 지구의 온도를 1.5℃ 낮출 수 있는 방법 18가지를 제시한 ‘1.5℃ 다운 의정서’를 만들었다.

캠프의 마지막 날인 8월 6일, 각국의 전통 옷을 곱게 차려 입은 청소년 기후대사 12명의 노래소리가 런던 중심부 코벤트 공원에 울려 퍼졌다. 이들은 직접 작곡하고 작사한 노래 ‘이산화탄소를 멈춰요’(Stop CO2 Song)를 부르며 지구온난화를 막는 환경운동에 동참하자고 호소했다. 캠프를 마친 청소년 기후대사들은 앞으로 각종 환경캠페인에 참여해 북극에서 체험한 지구온난화 현장을 증거하며 1.5℃ 다운 의정서를 널리 홍보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1.5℃ 다운 의정서


영국 런던의 코벤트 공원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는 청소년 기후대사들. 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맨 오른쪽)가 퍼포먼스를 이끌었다.



02코벤트 공원에 모인 사람들은 청소년 기후대사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지구온난화를 막는 환경운동에 동참할 뜻을 전했다. 03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모의환경회의에서 청소년 기후대사들은 각국의 환경참사를 전하며 열띤 토론을 했다. 04퍼포먼스에 사용할 현수막을 준비하고 있는 청소년 기후대사들.



모의환경회의에서 채택한 1.5℃ 다운 의정서를 발표하고 있는 강임석 군. 앞으로 청소년 기후대사들은 다양한 환경캠페인에서 이 의정서를 널리 홍보하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1. 에너지 절약 : 화석연료를 덜 사용한 만큼 온실가스는 줄어든다.
- 효율이 낮은 백열전구를 형광등이나 LED로 교체하자.
- 빨래는 건조대를 사용해 말리자.
-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콘센트에서 코드를 뽑자.

2. 물 절약 : 물을 정화하는데 필요한 전기에너지를 아끼자.
- 욕조보다는 샤워기를 사용하자.
- 정원에 주는 물은 빗물을 받아 뒀다가 사용하자.
- 샤워는 5분 이내로 하자.
- 이를 닦는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고 컵을 사용하자.

3. 석유사용을 줄이자 :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자.
- 자가용 사용을 줄이자.
- 가까운 거리는 걷자.
- 운전하기 전에 대중교통수단을 먼저 알아보자.
- 가능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자.

4. 재활용 :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를 아끼자.
- 1회용 제품 사용을 가능한 줄이자.
-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자.
- 쇼핑을 할 때 재활용 마크가 있는 제품을 찾아서 구입하자.

5. 친환경적인 삶을 살자 : 작은 실천이 지구의 온도를 낮춘다.
- 나무를 많이 심자.
- 태양광 전지 같은 대체 에너지원에 관심을 갖자.
- 겨울에는 따뜻하게 옷을 입어 실내난방온도를 낮추자.
- 여름에는 자연 바람이나 부채를 이용해 에어컨 사용을 줄이자.

| 글 | 니올레순 = 안형준 기자 ㆍbutnow@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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