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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에서 생명체까지, 상상플러스 공간


펄서는 별의 시체다. 임종을 앞둔 무거운 별은 강력한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서 중심핵이 중성자별로 바뀐다. 빠르게 회전하며 규칙적인 신호를 내보내는 중성자별이 바로 펄서다. 펄서의 신호는 별이 죽어가며 자신을 사르는 최후의 불꽃이리라.

놀랍게도 외계행성이 처음으로 발견된 곳이 바로 펄서 주변이었다. 그것도 지구형 행성이 발견됐다. 죽은 별 주변에 지구 같은 행성이 존재하다니 죽은 나무에 꽃이 핀 걸까. 별의 시체 부근에서 어떻게 행성이 생기는지는 제쳐두더라도 외계행성이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태양계 밖에서 발견된 외계행성은 250개에 이른다. 대부분은 지구보다 목성을 닮은 거대한 가스행성으로 태양처럼 평범한 별 주변을 돌고 있다.

펄서 주변에 지구형 행성이 있다면 생명체는 어떨까. 펄서 주변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강한 중력이 미치고 해로운 고에너지 방사선이 쏟아지는 열악한 환경이다. 이곳에 생명체가 산다면 평범한 녀석은 아니리라. 행성에서 생명체까지 펄서를 두고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행성을 3개나 거느리다
“10억년 된 펄서(PSR 1257+12) 주변에서 지구보다 3배가량 무거운 행성을 2개나 발견했다.” 1992년 1월초 폴란드의 천문학자 알렉산데르 볼슈찬과 캐나다 천문학자 데일 프레일이 ‘네이처’에 발표한 내용이다. 태양과 비슷한 평범한 별 주변에서만 행성을 찾을 수 있다고 예상했던 많은 천문학자들은 이 발표에 경악했다. 그것도 최초의 외계행성이 별의 시체 주변에서 발견됐으니 더욱 놀랄 만한 사건이었다. 논란이 있었지만 이 발견은 그해 중반에 학계에서 인정받았다.

볼슈찬 박사는 1990년 지름 305m짜리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지구에서 처녀자리 방향으로 980광년 떨어진 곳에서 ‘PSR 1257+12’란 펄서를 발견했다. 이 펄서에서 1000분의 6.22초마다 한번씩 전파신호가 나왔는데, 그 신호가 약간 불규칙한 것이 아닌가. 볼슈찬 박사팀이 불규칙한 신호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펄서 주변을 돌고 있는 2개의 행성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흥미롭게도 1997년 이 펄서 근처에서는 또 다른 행성이 발견됐다. 이는 지구의 달보다 2배밖에 무겁지 않은 ‘미니행성’으로 밝혀졌다. 펄서 PSR 1257+12는 적어도 3개 이상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또 2003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전갈자리 구상성단 M4에서 찾아냈다고 발표한 130억살 먹은 최고령 행성도 사실 알고 보면 펄서 ‘PSR B1620-26’을 돌고 있다. 이 행성은 목성보다 2.5배 무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주변에 행성이 돌고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받는 펄서는 3개 더 있다.



130억살 먹은 행성에서 바라본 펄서 ‘PSR B1620-26’(왼쪽)과 백색왜성. 이 행성은 두 별을 돌고 있다.

죽은 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펄서처럼 죽은 별 주변에 어떻게 행성이 존재할까. 펄서가 다른 별을 돌고 있던 행성을 가로채온 것일까, 아니면 펄서 주변에서 새롭게 행성이 탄생한 것일까. 지난해 4월 미국 MIT의 딥토 차크라바티 박사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펄서 주변에서 행성이 생성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MIT 연구팀은 NASA의 적외선우주망원경 스피처를 이용해 지구에서 카시오페이아자리 방향으로 1만3000광년 떨어진 펄서 ‘4U 0142+61’ 주변을 세밀하게 관측했다. 열을 감지하는 스피처로 관측한 결과 대량의 먼지가 이 펄서에서 200만km 떨어진 곳에 원반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펄서 ‘4U 0142+61’ 주변에서 발견된 먼지원반. 원반에 있는 물질이 뭉쳐 행성이 될지도 모른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때 태양보다 10~20배 무거운 별이 10만년 전쯤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서 주변으로 많은 물질을 뿜어냈다. 중심부는 펄서가 됐고 폭발에서 쏟아져 나온 물질 가운데 일부가 이 펄서 주위를 도는 원반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다. 현재 먼지원반을 이루는 물질은 다 합치면 지구 질량의 10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원반에 있는 많은 파편이 단단하게 뭉쳐 결국 행성이 될지 모른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죽은 별 주변에서 행성이 형성될 수 있는 물질을 처음 발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용의 알’에 사는 외계인
펄서를 돌고 있는 행성은 우리 태양계 행성과 달리 강력한 방사선을 흠뻑 받고 있을 것이다. 펄서 주변의 행성은 우주에서 생명체가 탄생하고 살아가기 가장 힘든 환경일지 모른다. 하지만 펄서 주변에서 예상치 못한 지구형 행성도 발견했는데, 생명체를 기대하지 말란 법은 없다. 아직까지 펄서(중성자별) 주변에서 생명체를 발견한 적은 없지만 생명체가 어떤 모습일지는 상상해볼 수 있다.

1980년 미국의 로버트 포워드가 쓴 SF ‘용의 알’에는 중성자별에 사는 외계인 ‘칠라’가 등장한다. 칠라는 지구에서 보면 용자리 꼬리 근처에서 관측되는 중성자별에 산다. 중성자별은 중력이 너무 강해 대기가 겨우 수mm 두께이고 산의 높이는 대략 1cm다. 칠라는 강한 중력의 세계에 적응해 납작하고 참깨씨만 하게 작지만 인간처럼 지적인 생명체다.

칠라는 강력한 중력 때문에 표면에서 수mm밖에 몸을 들어올릴 수 없고 건물은 아주 낮고 단단하게 지어야 한다. 집에는 지붕도, 천장도 없다. 또 매우 강한 자기장 때문에 물체는 자기력선을 따라 정렬하므로 자기력선을 가로질러 물체를 옮기는 일은 엄청 어렵다.



미국 물리학자이자 SF작가인 로버트 포워드가 쓴 책 ‘용의 알’과 책의 주인공 ‘칠라’. 칠라는 중성자별에 사는 외계인이다.

중성자별에서 생체물질을 구성하는 원자핵에는 전자가 결합돼 있지 않아 생물체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전자기력에 따른 화학반응이 아니라 강한 핵력으로 매개되는 핵반응에 의존한다. 인간과 비슷한 수의 복잡한 원자핵으로 이뤄진 칠라는 핵반응이 화학반응보다 빠르게 일어나 인간보다 100만배나 빠르게 살아간다. 인간의 30초는 칠라에게 1년이다. 인간의 우주선이 그들이 사는 중성자별에 도착했을 때 야만족이었던 칠라는 며칠이 지나자(칠라에게 수천년이 흐르자) 인간의 기술을 앞설 정도다.

먼 훗날 우리는 중성자별에서 낯선 생명체를 발견할지 모른다. 그들은 우주여행을 하기 힘들 것이다. 중력이 약한 곳으로 옮기자마자 그들의 몸은 압축된 구성물질이 정상 원자로 변형되며 터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중성자별에 가면 강한 중력 때문에 몸이 갈가리 찢기므로 그들을 방문하지 못할 것이다. 멀리서 서로의 철학을 즐길 수 있을 뿐이다. 그렇더라도 언젠가 중성자별에 사는 ‘작은 초록 외계인’이 진짜 문명의 신호를 보내왔으면 좋겠다.


| 글 | 이충환 기자 ㆍcosmos@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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