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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삼키는 묘기, X선으로 파헤치다


지난 10월 4일 저녁(현지 시간)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 긴 칼을 들고 무대에 오른 한 신사에게 수백 개의 시선이 모였다. 남자는 긴 칼을 꺼내 들더니 이내 칼끝을 천천히 입에 넣었다. 남자의 난데없는 돌출 행동에 극장 안은 순간 침묵에 빠졌다. 칼을 다 집어 삼키자 남자는 칼을 문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능청맞게 인사했다.

대담하다 못해 엽기적인 이 남자는 황당한 의학 연구로 이날 ‘이그(lg) 노벨상’을 받은 미국의 댄 메이어 씨. 칼 삼키기 달인인 그는 영국 글로스터 왕립의료원 브라이언 위트컴 박사와 공동으로 사람이 긴 칼을 삼켰을 때 신체 반응을 연구한 공로로 올해 이그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메이어 씨처럼 ‘황당무계’하고 ‘엽기발랄’한 연구 결과를 낸 10개 팀에게 상이 수여됐다. 이날 행사에는 199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을 지낸 로버트 러플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칼 삼키기 달인 댄 메이어 씨. 1999년 코오롱 상사에 근무하던 권혁호(왼쪽에서 네번째) 씨는 향기 나는 정장을 개발한 공로로 이그 노벨 환경보호상을 받았다.
쇠똥을 바닐라 향료로 바꾼 연구, 화학상
해마다 노벨상 선정 시즌이 되면 으레 열리는 ‘색다른’ 시상식이 있다. 흔히 ‘엽기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이그 노벨상 시상식이다. 미국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연보’(AIR,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제정한 이 상은 흉내낼 수 없고 절대 흉내내서도 안 되는 황당한 연구들을 매년 뽑아 시상한다. 수상작은 대부분 전문학술지에 실린 연구들로 언뜻 보면 웃음을 자아내지만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이다.

진짜 노벨상의 업적에 비할 수는 없지만 위트컴 박사와 메이어 씨의 연구가 결코 질 떨어지는 연구는 아니다. 실제 두 사람은 X선 촬영기를 이용해 칼이 예상 외로 사람 몸에 깊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또 상당수의 칼삼키기 묘기자들이 ‘검도염’(sword throat)이란 독특한 목 통증을 앓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들은 3개월간 2000회 이상 칼삼키기 묘기를 한 46명 중 19명이 ‘인후염’(咽喉炎)과 유사한 증세를 보였다고 영국의학저널(BMJ)에 보고했다. 위트컴 박사는 “칼삼키기 묘기를 너무 자주 하거나, 모양이 특이한 칼을 삼킬 때, 칼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삼킨 경우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화학과 물리, 생물 분야의 엽기 연구들도 함께 발표됐다.

올해 화학상은 농가의 가축 분뇨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일본 과학자가 받았다. 일본 국제의료센터 야마모토 마유 연구원은 쇠똥을 아이스크림이나 과자에 넣는 바닐라 향신료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 미국과 칠레 연구팀은 침대보 주름과 동물 피부 주름의 유사성을 알아내 물리학상을, 네덜란드 팀은 ‘침대에 사는 미생물 생태’를 연구해 생물학상을 받았다.



평화상은 동성애 유발하는 ‘게이폭탄’
과학 분야 외에 다른 분야의 수상작도 황당하긴 마찬가지. 올해 평화상은 동성애를 유발하는 ‘엽기폭탄’을 만든 미국 과학자들이 받았다. 이그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동성애 감정을 급격히 유발하는 ‘게이폭탄’(Gay Bomb)을 개발 중인 미 공군 라이트연구소를 올해 평화상 수상자로 뽑았다. 1994년부터 이 연구소가 개발해 온 ‘아프로디시악’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면서 동성애를 일으키는 물질이다. 이들은 또 해충이 적군만 물게 하거나 적군에게 끔찍한 입 냄새를 유발해 서로 혐오하게 만드는 ‘비밀병기’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항공학상이 처음 포함됐다. 첫 수상의 영예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로 ‘제트래그’(jet lag·시차로 인한 피로) 치료방법을 제시한 남미 연구팀이 차지했다. 아르헨티나 킬메스대 연구팀은 생체 리듬이 망가진 햄스터에 소량의 비아그라를 주입한 결과 시차 적응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연구는 학술적 가치를 크게 인정받아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소개됐다.



2007 이그노벨상 _수상자와 업적(10개 부문)
▽의학상 = 브라이언 위트컴(영국 글로스터 왕립의료원)
댄 메이어(미국 칼 삼키기 묘기자) ‘칼 삼키기와 그것의 부작용 연구’
▽물리학상 = 라크슈미나라야난 마하데반(미국 하버드대)
엔리케 세르다 비야블랑카(칠레 산티아고대) ‘이불의 주름 연구’
▽생물학상 = 요하나 반 브론스베이크(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공대)
‘침대에 사는 벌레와 해충 박테리아 연구’
▽화학상 = 야마모토 마유(일본 국제의료센터) ‘쇠똥으로 바닐라 맛내기’
▽언어학 = 후안 마누엘 토로, 조세프 트로발론,
누리아 세바스티안 가예스(이상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일본어와 네덜란드어를 거꾸로 읽을 때의 쥐 이해력 연구’
▽문학상 = 글렌다 브라운(호주)
‘알파벳 순서로 물건을 배치할 때 영어 정관사 더(the)가 일으키는 혼란 연구’
▽평화상 = 미국 공군 라이트연구소
‘적군 병사들을 서로 유혹하게 하는 게이폭탄 연구’
▽영양학상 = 브라이언 원싱크(미국 코넬대)
‘바닥이 안 보이는 수프그릇을 이용한 인간의 무한한 식욕 연구’
▽경제학상 = 궈정셰(대만)
‘은행 날치기범을 잡는 그물 발사기 개발’
▽항공학상 = 파트리시아 아고스티노,
산티아고 플라노, 디에고 골롬베크
(이상 아르헨티나 킬메스대)
‘햄스터와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이용한 제트래그 치료법 개발’



| 글 | 박근태 기자 ㆍkunt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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