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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이 남긴 탄소발자국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종이컵은 다 쓰면 □을 남긴다.”
□안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음료수 찌꺼기? 쓰레기? 정답은 ‘탄소발자국 11g’ 이다. 종이컵이 발자국을 남기다니 무슨 뜻일까.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은 인간의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뜻한다. 지난 9월 20일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발행한 옥스퍼드 영어사전 개정판에 새로 등재된 ‘따끈따끈’한 신조어다.
세계는 지금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온도를 0.7℃ 올려 이상기후의 ‘열병’에 빠뜨린 용의자로 이산화탄소를 지목하고 그 발자국을 쫓고 있다. 또 사람들 개인의 탄소발자국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운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 계산에 활용한 자료들 >
1.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종이컵 생산을 위해 지난해 358억원 어치, 7만783톤의 천연펄프를 수입했다. 2005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00여개 업체에서 연간 약 120억개(음료용 및 아이스크림용 등)의 종이컵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민간 및 공공기관에서 사용된 폐 종이컵 가운데 화장지 등으로 재활용되는 양은 약 13.7%에 불과하다.”
환경부 국정브리핑 2005-08-10 , 자기 컵 갖기 운동…“환경사랑 실천”

2. 제지, 지류포장산업 전과정평가(LCA) 연구, p. 157 표 3-18

3. 기후변화와 탄소발자국(지역 실천을 위한 가이드북) p.24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4. 각종 탄소배출계수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 당신의 탄소발자국은 얼마입니까?

지난 2월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패널’(IPCC)은 4차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활동 탓일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또 지구 평균온도가 현재보다 1.5~2.5℃ 상승하면 전세계 동식물의 30%가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00년의 50% 이하로 줄이면 지구온도 상승 폭을 2.4℃ 이내로 묶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정말 지구의 온도가 내려갈까? 이 사실을 확인하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실제로 줄여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이 대부분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넓은 지역에 걸쳐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이런 연구를 한 과학자가 있다. 미국 위스콘신화이트워터대 데이비드 트레비스 교수는 2001년 9월 11일 국제테러단체인 알 카에다의 요원들이 비행기를 납치해 뉴욕의 국제무역센터와 펜타곤을 공격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3일 동안 진행할 실험계획을 세웠다.

미국연방항공청은 후속 테러를 우려해 테러직후 3일 동안 미국 전역에 항공기 운항을 금지했다. 항공분야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의 3%를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미국에서만 하루 2억6500만L의 항공유를 쓰고 있다. 따라서 이 시간은 미국 전역의 비행기가 내뿜는 온실가스가 대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기회였다.


이산화탄소는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여겨진다. 사진은 2006년 여름 폭우로 마을이 침수돼 보트를 타고 대피하는 경기도 안성시 주민의 모습.

미국연방항공청은 후속 테러를 우려해 테러직후 3일 동안 미국 전역에 항공기 운항을 금지했다. 항공분야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의 3%를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미국에서만 하루 2억6500만L의 항공유를 쓰고 있다. 따라서 이 시간은 미국 전역의 비행기가 내뿜는 온실가스가 대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기회였다.

트레비스 교수는 미국 전역 4000여 곳의 기상대 기온자료를 분석했다. 그리고 3일 동안 일교차가 평소보다 1℃ 더 컸다는 사실을 발견해 2002년 5월 미국기상학회에 발표했다.

그는 이 결과를 ‘지구흐리기’(global deeming, 인간이 만든 먼지 같은 입자가 태양빛을 차단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현상)의 증거로 해석했지만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 연구의 해석에 대한 다양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활동이 짧은 시간에 기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지구의 온도를 높였지만 반대로 온도를 충분히 낮출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05년 발효된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세계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게 2008년부터 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를 감축하는 의무를 지웠다.

이에 각국은 공장에 이산화탄소 저감설비를 갖추도록 권고하고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인간이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총량의 3분의 2는 산업 활동이나 전력 같은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가정이나 상업 그리고 수송 분야에서 배출된다. 보통 이산화탄소는 공장의 굴뚝에서만 배출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개인의 탄소발자국도 상당히 큰 셈이다.








지난 1월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자사가 판매하는 상품 7만점에 가격표와 칼로리표 외에 탄소발자국표도 함께 붙이겠다고 발표했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다. 이에 맞춰 영국의 대표적인 식품회사인 워커스가 지난 3월부터 감자칩인 ‘워커스 크리스프’에 ‘탄소발자국 75g’이라는 로고를 처음 붙였다.

영국인의 미국 상륙 4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자신이 여행하는 동안 발생시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만큼의 나무를 심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탄소발자국 운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의 여왕답게 개인자격으로 탄소발자국을 지우는데 솔선수범한 사례다.

영국에서는 개인이 배출한 만큼의 탄소를 없앨 수 있도록 탄소저감운동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는 다양한 탄소상쇄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10위인 우리나라는 아직 개인이 남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일을 돕는 시스템이 전무하다.


서울 도심 가로수에 바나나가 열렸다? 환경부는 지난 9월 시민들에게 기후변화와 온난화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자 경고 메세지 캠페인을 벌였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지난 2006년 12월부터 두 달 동안 시민 10명을 대상으로 탄소발자국의 크기를 쟀다. 가정에서 사용한 전력과 난방용 가스의 양 그리고 교통수단을 종류와 이동거리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남긴 탄소발자국은 평균 375kg이었다. 우리나라 전국민이 1년동안 배출한 양으로 어림하면 1억8000만톤에 이른다.
이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남긴 탄소발자국을 돌아볼 때다. 그리고 서로에게 물어보자. 당신의 탄소발자국은 얼마입니까?



| 글 | 안형준 기자 ㆍbutnow@donga.com |


일상생활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노력뿐만 아니라 개인이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없앨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탄소상쇄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사진은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열린 ‘STOP CO2’ 조형물 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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