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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닿으면 속이 보인다






막 무덤에서 다시 깨어난 예수.

그의 앞엔 성모 마리아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쓰러져 있다.

죽음에서 부활한 것도 잠시, 뜻밖의 작별 인사에 모두 놀란 표정이다. 그런데 예수 옆에 서 있는 노인의 표정이 조금 남다르다.

마치 이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초연한 눈빛이다.

16세기 르네상스 화가

알브레히트 알트도르퍼(1480∼1538)가 그린 ‘성모를 떠나는 예수’에 등장하는 노인의 얼굴엔 비밀이 숨어 있다.

화가가 원래 의도했던 표정은 이와 다르다는 것.

어떻게 이를 확인할 수 있을까.

열쇠는 빛이 쥐고 있다.

미술품 분석 전문가와 과학자가 모여‘빛의 과학’으로 보는 예술 감상의 색다른 묘미를 이야기했다.




화가가 남긴 자신만의 서명
작품 속 노인의 맨얼굴은 적외선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적외선 사진에 나타난 노인의 얼굴 스케치는 전혀 다른 표정이다. 화가는 원래 이별의 슬픔이 부각되도록 눈을 움푹하고 처지게 스케치했던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물감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표정으로 바뀌었다.

김규호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는 “적외선은 붉은색, 흰색, 갈색 물감을 잘 통과하는 반면 청색 계통의 물감은 통과하지 못하는 성질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적외선은 위작을 가리는 데 활용된다. 물감 아래 남은 밑그림의 흔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위조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만 따라 그리기 때문에 이런 밑그림 흔적까지는 베끼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1951년 화가 이중섭이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해 제주 서귀포로 피란했을 때 그린 ‘서귀포의 환상’ 중 일부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원래는 아이가 앞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 제공 공주대


1951년 화가 이중섭이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해 제주 서귀포로 피란했을 때 그린 ‘서귀포의 환상’ 중 일부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원래는 아이가 앞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 제공 공주대
김 교수는 이중섭 화백의 작품 ‘서귀포의 환상’을 일례로 들었다. 1951년 제주도 피란 시절 그린 이 작품은 전쟁의 고통과 동심의 세계를 몽환적으로 대비시킨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작품 왼쪽 위를 보면 한 아이가 머리를 젖힌 채 나무를 타고 놀고 있어요. 하지만 원래 화가는 아이가 앞을 보고 있는 형태로 그렸죠. 만일 적외선 촬영 장치로 봤을 때 이런 흔적이 나타나지 않으면 위작입니다.”


1951년 화가 이중섭이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해 제주 서귀포로 피란했을 때 그린 ‘서귀포의 환상’ 중 일부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원래는 아이가 앞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 제공 공주대
병원 X선으로 위작 가려
미술품 분석에는 다양한 빛이 활용된다. 민동필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는 “물질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 내부를 볼 수 있는 빛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은 미술품을 분석하는 데 가장 애용된다. 주로 나무 같은 물렁물렁한 소재로 만든 작품의 구조를 살피는 데 활용된다.

좀 더 딱딱한 재질의 금동불상은 이보다 파장이 짧은 감마선으로 본다. 파장이 짧을수록 빛은 재질 속을 더 잘 파고든다. 유리나 도자기로 만든 작품의 내부를 볼 때는 X선과 감마선이 모두 쓰인다.

김 교수는 금속으로 만든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일본의 목조불상을 촬영한 사진을 꺼냈다. 그는 “목조불상의 겉모습을 위조할 수 있지만 그 안의 나뭇결이나 이음매에 못을 박은 위치까지 똑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금속이 굳는 과정에서 생긴 독특한 기포 모양을 감마선으로 확인하면 불상의 진위는 쉽게 가려진다.





작품의 내부 구조와 성분을 한번에 알아내는 방법도 있다. 민 교수는 “에너지가 높은 중성자 입자는 물질의 분자 내부까지 잘 투과하는 성질이 있다”며 “물질 속에서 중성자의 움직임을 파악하면 작품을 손상시키지 않고 정밀한 구조를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술품에 대한 모작과 위작 시비가 크게 늘고 있다. 이 관장은 “이런 논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현대 미술관에서 과학 연구 기능을 점점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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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는 물리학자인 민동필 서울대 교수와 문화재 보존 전문가 김규호 공주대 교수, 미술전시기획자인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이 함께했습니다.
| 글 | 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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