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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다시 쓰는 '종의 기원'


생물학자들의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생명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물음에 매달렸다면
이제 ‘생명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묻고 있는 것.
지구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한 버전 1.0 생명체를 연구하는 시대는 가고
인간이 직접 만든 게놈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생명 2.0’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양한 맛과 색의 요구르트를 만들어내는 유산균, 적혈구의 특성을 그대로 모사한 박테리아, 유방암 세포를 찾아 없애는데 사용할 수 있는 바이러스, 정수 필터에서 수은을 탐색해 제거하는 미생물, 축구장에서 관중들이 파도타기 응원을 하듯 색을 바꾸는 미생물….
2007년 11월 초 미국 MIT에서 열린 제4회 iGEM(국제유전공학장치, International Genetically Engineered Machine) 대회에 참여한 세계 10여개 나라 56개 대학팀 학생들이 선보인 기발한 생물체들이다.

iGEM 대회에서는 이미 기능이 밝혀진 미생물의 유전자를 부품삼아 원하는 기능을 가진 생명체를 설계하고 이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거나 실제로 만드는 대회다. 올해 대상은 자외선을 받으면 모여 있던 박테리아들이 스스로 군집을 나누며 특정 방향으로 늘어서는 ‘DNA 스위치’를 설계한 중국 북경대 팀에 돌아갔다.

물론 설계한 미생물을 실제로 만들어낸 팀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는 지구에 이미 존재하는 생명체의 유전자 일부를 변형시키는 이전의 유전공학과는 차원이 다르다. 게놈 전체를 새로 설계해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전혀 다른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꿈. 이들은 ‘생명 2.0시대’를 그리고 있다.



인공생명체 만드는 두 가지 방법
지구가 수십억년 동안 만든 생명의 버전을 1.0에서 2.0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합성생물학’이라는 강력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이에 도전하고 있다.

합성생물학의 대표적인 방법은 자연계에 이미 존재하는 세포의 유전자 가운데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유전자를 골라내고 이를 인공으로 합성해 살아있는 세포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런 접근방법을 ‘위에서 아래로’(top-down) 접근법이라고 부른다.

지난 2007년 10월, 미국의 인간게놈프로젝트라는 거대한 연구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이 방법으로 수주 이내에 실험실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낼 거라고 주장했다. 그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아직 들려오진 않지만 전문가들은 벤터 박사의 지금까지 연구 성과를 볼 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와 반대로 ‘무’(無)에서부터 생명체를 합성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 제3대학의 피어 루이지 교수는 벤터 박사의 연구가 생명체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체를 그저 조립할 뿐이라고 비판하며, 세포막이나 세포질 같은 세포의 모든 구성 요소까지 모두 화학적인 방법으로 합성하는 ‘아래에서 위로’(bottom-up) 접근법을 따른다. 그는 1995년 이미 리포솜으로 만든 인공세포막 안에서 DNA를 합성하는데 성공한 뒤 꾸준히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합성생물학은 2004년에 미국 MIT가 발행하는 과학저널 ‘테크놀로지 리뷰’(Technology Review)에서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기대가 큰 분야다. 유럽연합(EU)은 2005년 과학기술분야 유망신규과제(NEST) 프로그램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합성생물학을 엄청난 영역과 잠재력을 지닌 분야로 꼽으며 관련분야에 체계적인 지원을 검토했다.

과학자들은 합성생물학으로 의약품의 원료를 생산하거나 환경오염을 막는 미생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합성생물학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만약 누군가 나쁜 의도로 인체에 치명적인 미생물을 만들어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과학자들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생명의 버전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09년은 영국의 과학자 찰스 다윈이 진화론으로 생물종의 다양성과 탄생을 설명한 ‘종의 기원’이 발간된지 150년이 되는 해다. 이제 인간이 만든 새로운 종에 대한 분야를 추가한 ‘종의 기원 2.0’이라도 나와야 할 것 같다.

| 글 | 안형준 기자ㆍbutnow@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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