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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 D-99 체크리스트


2008년 우리나라 우주시대 개막을 알리는 큰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4월 8일 한국 최초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입성해 18가지 과학실험을 하고, 연말에는 나로우주센터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를 KSLV-ㅣ로켓에 실어 발사한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2020년에는 달에 탐사선을 보낼 야심찬 계획도 있다. 우주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쏟아낼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청사진을 들여다보자.





2008년 1월 1일, 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 D-99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2006년 4월 21일 지원자 공개모집을 시작으로 약 2년간 달려온 대장정의 ‘마지막 걸음’만 남겨둔 셈이다.
탑승우주인으로 선정된 고산 씨와 예비우주인으로 선정된 이소연 씨는 지금까지 어떤 훈련을 받았으며, 오는 4월 8일 우주로 떠날 때까지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임무완수를 위한 항목을 점검해보자.




고 씨와 이 씨는 2007년 3월 7일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 들어가 지금까지 러시아어와 우주과학 이론교육, 생존훈련과 비행기술훈련 같은 기본훈련, 중력가속도적응훈련과 우주적응훈련, 그리고 우주과학실험훈련을 받았다. 1년 동안 소화해야 할 훈련시간은 모두 1800시간으로 이들은 지난 12월까지 전체 훈련량 가운데 80% 정도를 마쳤다.

이들의 그동안 훈련 성적은 어떨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 최기혁 단장은 “우리 우주인이 지난 3월 우주센터에 처음 입소했을 때 이들보다 6개월 먼저 입소한 다른 나라 우주인의 러시아어 실력에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보다 더 나은 수준이 됐다”며 “우리 우주인은 2명 모두 이공계 출신이라 어려운 우주기술을 습득하는 데도 뛰어나다는 평을 러시아 측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여름 흑해에서 해양생존훈련을 받고 있는 고산 씨. 2중력가속도 훈련을 받기 전 의학검사를 받고 있는 이소연 씨.

우리 우주인 2명은 지난 12월 23일 한국으로 돌아와 1월 중순 까지 ISS에서 수행할 18가지 과학실험에 대한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1월 중순 미국 휴스턴 유인우주비행센터에서 1주일간 훈련을 받기 위해 출국한다.

이 훈련이 끝나면 러시아로 돌아가 2월 초 고산지대에 비상 착륙할 때를 대비해 혹한기 생존훈련을 받은 뒤 2월 말 최종 의학검진을 받는다. 그리고 3월 초 우주인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우주선탑승최종시험’을 본다.

고 씨는 “최종 시험에서 탈락한 우주인 후보는 아직까지 없다고 들었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남은 기간 동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들은 최종시험에 합격하면 3월 말 가가린우주센터를 떠나 발사장이 있는 바이코누르 기지로 옮겨 발사 때까지 컨디션을 조절한다.


이소연 씨(맨 오른쪽)가 예비팀의 두 우주인과 함께 비행시뮬레이터 훈련을 받고 있다. 발사 전과정을 실제상황과 똑같이 재현한다.
[체크리스트 2]팀워크 - 눈빛만 봐도 통하는 베테랑 우주인
러시아 소유즈의 탑승 캡슐에는 자리가 3개뿐이다. 대략 6개월마다 한 번씩 발사되는 우주선을 타기 위해 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에는 수많은 러시아 우주인들이 훈련하며 경쟁하고 있다.

고 씨와 함께 탑승팀에 속한 우주인은 세르게이 볼코프와 올레크 코노넨코다. 선장을 맡은 볼코프는 러시아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1997년에 우주인 후보로 선발됐지만 이번이 첫 비행이다. 그의 아버지도 우주비행을 3차례나 한 유명한 우주인으로, 대를 이어 아들도 우주비행에 성공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행 엔지니어인 코나넨코는 러시아의 우주선 제작회사 ‘에네르기아’ 엔지니어 출신이다. 1996년 우주인으로 선발돼 2002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임무에 참여했지만 우주왕복선 폭발 사고로 계획이 전면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고 씨는 “최근 이들과 함께 발사의 모든 과정을 실제 상황과 똑같이 진행하는 시뮬레이터 훈련을 받았는데,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졌다”며 “모두가 처녀비행이라서 그런지 서로 챙기는 동료의식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소연 씨(맨 왼쪽)와 예비팀을 이뤄 함께 훈련을 받는 러시아 우주인 막심 서라예프(선장, 가운데)와 올레그 스크리포크카(비행 엔지니어, 맨 오른쪽).

예비팀의 이 씨는 막심 서라예프(선장), 올레그 스크리포크카(비행 엔지니어)와 함께 팀을 이뤄 훈련을 받고 있다. 이 씨는 “우리 우주인과 함께 훈련을 받는 이들은 모두 우주인 훈련을 10년 이상 함께 받은 베테랑들로 눈빛만 봐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말했다.

탑승팀과 예비팀 각각 구성원들 사이의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고 씨와 이 씨의 팀워크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씨는 소유즈 발사 전까지 예비팀의 우주인들과 팀을 이뤄 탑승팀과 똑같이 훈련을 받은 뒤, 고 씨가 ISS에 도착해 임무를 시작하면 중앙관제센터에서 머물며 그를 계속 모니터해야 한다. 만약 고 씨가 임무를 수행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똑같이 훈련을 받은 이 씨와 교신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소연 씨와 고산 씨가 무중력적응훈련을 받기 전 무중력비행기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체크리스트 3]안전 - 600만 달러의 우주인
소유즈는 약 400km 상공의 ISS에서 분리된 뒤 지구 궤도를 돌다가 서서히 대기권에 진입해 3시간 반 만에 지상에 도착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소유즈가 대기권에 진입하는 약 15~20분 동안이다. 공기와의 마찰로 속도가 급격하게 줄며 소유즈는 ‘불덩어리’가 되는데, 우주인은 내부온도가 50℃에 이르는 캡슐 안에서 약 5분 동안 중력가속도의 4~5배에 이르는 가속도를 견뎌야 한다.

2007년 10월 말레이시아 최초 우주인이 탑승한 소유즈 캡슐이 귀환하는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 우주선이 대기권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우주인들이 우주선을 통제하지 못한 채 낙하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낙하산을 펼치는 상황이 발생한 것.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분리된 소유즈 캡슐은 대기권에 안전하게 진입한 뒤 낙하산을 펴 지상에 착륙한다.



1러시아는 체력에서 정신 상태까지 우주인의 건강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정신심리검사를 받고 있는 고산 씨와 이소연 씨. 2소유즈 캡슐은 대기권에 진입하는 약 15~20분 동안 공기의 마찰 때문에 ‘불덩어리’가 된다. 사진은 시커멓게 탄 채 지상에 착륙한 소유즈 캡슐.

우주선에 타고 있던 우주인 3명은 순간적으로 중력가속도의 8.5배에 달하는 가속도를 견뎌야했지만, 착륙예상 지점에서 300km 떨어진 곳에 안전하게 착륙한 뒤 구조대에 의해 신속히 구조됐다. 우주인들의 건강상태는 모두 좋았으며 예정시간에 맞춰 가가린 우주센터로 귀환했다.

최 단장은 “소유즈는 지구로 돌아오기 전 고층대기의 풍속이나 이온층의 밀도에 대한 정보를 입력한 뒤 완전 자동상태로 대기권에 돌입한다”며 “기계적인 고장이 라기보다는 대기 상태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입력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50년 우주개발 역사 동안 큰 사고는 없었지만 이런 위험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 우주인은 이런 위험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둔 상태다. 훈련을 받다가 또는 ISS에 올라가 임무를 수행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릴 경우 100만 달러(약 9억원)의 보험금을 받는다. 또 장비나 시설을 파손하거나 다른 나라 우주인을 다치게 한 경우에는 500만 달러(약 47억원) 정도의 보험금이 나온다.






[체크리스트 4]과학실험 - ‘네이처’에 발표할 실험결과 얻을 수도


중력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금속?유기 다공성 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실험장치. 2국제우주정거장에서 무게를 잴 수 있는 우주저울.

지난 12월 17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러시아에서 온 과학자 20여명으로 북적거렸다. 우리 우주인이 ISS에서 수행할 실험에 사용할 장치의 안전성이나 독성을 검사하기 위해 러시아 우주국에서 파견된 각분야의 전문가들이다.

18가지 우주실험에 필요한 장비들은 2007년 대부분 완성됐다. 하지만 ISS 내부에 화재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물질이 있는지 또는 우주인에게 해가 되는 물질이나 뾰족한 장치는 없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실험장비 가운데 우주저울과 고층대기관측망원경, 그리고 결정성장 실험장비와 우주씨앗을 포함해 9가지는 2월 7일 우주화물선 프로그레스에 실어 ISS에 먼저 올려보낸다. 우리 우주인이 직접 가져가야 하는 실험장비의 무게를 줄이고, 우주씨앗은 우주방사선을 흠뻑 맞게 하기 위해서다.

과학자들은 우리 우주인이 행할 실험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 단장은 “제올라이트 결정성장 실험과 고층대기망원경으로 찍을 ‘메가번개’ 현상은 결과가 좋을 경우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저명한 과학 저널에도 실을 만한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과학자들만 우주실험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우리 우주인이 ISS에서 머무는 동안 10분간의 생방송 인터뷰가 4번에 걸쳐 이뤄진다. 중력이 거의 없는 ISS에서의 생활과 창을 통해 지구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매일 진행되는 교육실험을 녹화한 동영상과 사진이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 우주인의 식물생장비교실험에 참여할 학생과학임무팀을 모집합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리 우주인이 ISS에 머무는 기간 동안 수행할 ‘식물생장비교실험’을 지상에서 동시에 진행할 학생과학임무팀을 모집한다. 학생과학임무팀은 한국우주인이 우주에서 실험을 수행할 무와 콩의 씨앗이 담긴 실험키트를 이용해 2008년 3월부터 5월까지 식물생장비교실험을 한다.
-대상 : 전국 초등학생 1,000개 팀 모집 예정
-신청기간 : 2008년 1월 21일~2월 23일
-신청방법 : 지도교사 1명과 학생 2~4명이 한 팀을 이뤄
홈페이지(www.woojuro.or.kr)에 신청


스타시티에서 온 편지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두 우주인이 과학동아 독자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이들의 각오를 들어보자.




우주를 향한 큰 꿈 펼치는 장이 열릴 것 - 고산
지난여름 흑해에서 해양생존훈련을 받았던 때가 떠오릅니다. 바다에 우주선이 불시착 했을 경우를 대비한 훈련인데, 내부 온도가 50~60℃에 이르는 착륙모듈 안에서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있자니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습니다. 게다가 담당의사의 실수로 훈련을 받기도 전에 사우나에 20분 동안 앉아 있다가 훈련을 시작해 걱정을 많이 했죠.

심하게 이는 파도에 멀미까지 겹쳐서 훈련 전후에 몸무게가 4kg나 빠졌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사우나에서 ‘적응훈련’을 한 덕분인지 본 훈련은 다른 나라 우주인보다 수월하게 받았습니다. 2007년 이런 훈련들을 무사히 마치는 동안 저는 러시아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됐고, 우주과학에 대한 소중한 지식을 축적했습니다.

오는 4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 우주에 첫 발을 내딛습니다. 우리나라도 우주를 향한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열릴 거라 기대합니다.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기원해 주세요!




우주인 배출은 국민 모두의 축제 - 이소연
이 편지를 쓰기 며칠 전 소유즈 우주선 시뮬레이터에 탑승해 발사와 궤도 진입 과정에 대한 훈련을 받았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우주와 지구, 그리고 엔진이나 팬이 작동하는 소리까지 발사의 모든 과정이 실제 상황과 똑같이 진행돼 이제 정말 발사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러시아의 우주기술을 배우면서 수십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이 양파 껍질을 벗기듯 계속 나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를 모두 배우기에 1년이라는 시간은 짧지만 훈련하는 과정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모두 기록으로 남기며, 그 내용을 이해하고 머릿속에 확실히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는 4월 우리 우주인이 소유즈에 몸을 싣고 하늘로 올라가는 순간을 기대해 주세요. 이 일은 탑승우주인과 예비우주인 그리고 우주인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과학자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축제입니다. 무엇을 기대하던 그 이상의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 글 | 안형준 기자 ㆍbutnow@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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