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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속 유익균-유해균 균형 깨지면 腸이 신음을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이 고사성어는 동물의 장(腸) 속에도 적용된다. 세균을 죽이는 면역기능이 지나치면 오히려 유익한 세균이 줄어 세균 분포의 균형이 깨진다. 이는 곧바로 질병으로 이어진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장 속 세균 분포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 2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태어난 지 3, 4일 정도 된 살아 있는 초파리. 몸이 투명하다. 초록색 형광물질을 붙인 코달 유전자가 장 속에서 과도한 면역 기능을 억제하며 세균분포를 조절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세균 분포 질서 유지가 필수
초파리의 장에는 약 10종류의 세균이 산다.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팀은 그중 대표적인 유익균(A911)과 유해균(G707)을 발견했다. 보통 초파리의 장에 사는 A911은 10만 개, G707은 800개 정도로 유익균이 훨씬 많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장에서 ‘코달(Caudal)’이라는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했다. 그러자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작동하면서 세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유익균이 유해균보다 약하다는 것.

결국 A911은 1000개 정도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상대적으로 강한 G707은 오히려 약 1만 개까지 늘었다. 초파리의 장에는 심한 염증이 생겼다. 이들은 수명(60일)의 절반을 넘기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

이번에는 초파리의 장에서 세균을 모두 제거한 다음 코달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했다. 희한하게도 이때는 초파리가 장염에 걸리지 않았다.

연구팀은 또 초파리의 장에 유익균만 넣고 코달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해 봤다. 이 경우에도 초파리는 건강하게 제 수명을 다했다.

결국 초파리의 장에 염증이 생긴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유전자가 잘못돼서가 아니다. 장 속 세균 분포의 질서가 깨졌기 때문이다. 유전자에 문제가 있더라도 세균 분포에 별 변화가 없다면 염증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장염은 장내 유익균이 죽고 유해균의 세력이 커져 생기는 병”이라며 “평소에는 코달 유전자가 유익균까지 제거하는 강력한 면역기능을 억눌러 세균 분포의 질서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유익균은 보호하고 유해균은 더 늘어나지 않도록 말이다.

사람의 장에 공생하는 유해균인 대장균(왼쪽)과 유익균인 유산균(락토바실러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유익균을 보호하고 유해균이 늘어나지 않게 막는다.







사람의 장에 공생하는 유해균인 대장균(왼쪽)과 유익균인 유산균(락토바실러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유익균을 보호하고 유해균이 늘어나지 않게 막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장 연구에 초파리가 안성맞춤
서로 다른 두 생물이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함께 사는 현상을 생물학에서는 ‘공생(共生)’이라고 부른다. 초파리가 장내 세균과 공생을 계속하려면 면역체계가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 코달 유전자가 공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셈이다.

이 교수는 “실험용기에서 키운 장 세포가 아닌 살아 있는 초파리의 장에서 세균의 공생을 돕는 유전자를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장에는 초파리보다 50∼100배나 많은 종류의 세균이 산다. 그 수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연구팀이 장 속 세균이 10종류 정도밖에 안 되는 초파리를 이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릴 때 온몸이 투명하다는 특징도 초파리의 장점. 장 속을 들여다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장에서 코달 유전자가 활동할 때는 형광을 내고, 억제될 때는 내지 않도록 조작한 다음 마취시켜 형광현미경 100배 배율로 관찰했다.

초파리는 또 유전자의 60∼70%가 사람과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코달 유전자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도 사람에게 있다. 바로 CDX다. 연구팀은 코달과 CDX 유전자의 작용 메커니즘을 상세히 알아내면 사람의 장에 생기는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글 | 임소형 기자ㆍsohyu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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