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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우주인이다


“카메라 앞에 붙은 작은 거울을 보고 얼굴을 돌리세요.”
“이 망에 얼굴을 가까이 붙이나요?”
“네. 코가 닿을 동 말 동 붙이고, 사진이 찍힐 때 항상 같은 자세를 유지하세요.”
지난해 9월 탑승 우주인으로 선발된 고산 씨가 디지털카메라 50cm 앞에 설치된 촘촘한 망에 얼굴을 들이대자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사진이 찍혔다. 사진을 모두 찍은 뒤 카메라의 LCD화면을 확인하는 고 씨와 예비 우주인 이소연 씨의 표정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지난 1월 2일~10일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고 씨와 이 씨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진행될 18가지 과학 실험을 최종 점검하는 훈련이 진행됐다.
국내에서 실시한 실험 훈련은 지난 여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1차 훈련이 실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이론 훈련이었다면, 이번 2차 훈련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제 사용할 실험장치의 ‘인증모델’을 갖고 한 실전훈련이었다. 1월 7일 이들의 훈련 현장을 찾았다.


고산 씨가 우주에서 얼굴이 얼마나 붓는지 측정하는 장비로 사진을 찍고 있다.
ISS 하루 일과, 분초 나눠 써야 할 정도로 빡빡해
한국 우주인은 ISS에 머무르는 동안 날마다 6장의 ‘셀카’를 찍어야 한다. 중력이 거의 없는 ISS에서는 피가 머리 쪽으로 몰리기 때문에 얼굴이 붓는다. 사람에 따라서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각도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얼굴이 붓는 정도는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망을 사용해 얼굴의 높낮이가 드러나 보이도록 사진을 촬영하면 얼굴의 어떤 부분이 얼마나 붓는지 정밀하게 알아낼 수 있다. 이 실험을 제안한 ‘얼굴 전문가’ 한남대 조용진 교수는 “우주에서 사람의 얼굴 변화를 측정하는 연구는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며 “실험을 위해 ISS에서 카메라를 고정해 혼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날 고 씨와 이 씨는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우주에서 초파리 유전자 변화를 알아보는 실험을 비롯해 제올라이트 결정 성장 실험 등 훈련 일정을 소화하느라 녹초가 됐다. 하지만 국내에서 머무는 일주일 동안 18가지 과학실험을 눈감고도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실험내용과 과정을 익혀야 한다.


고산 씨와 이소연 씨가 금속유기다공성 물질을 합성하는 실험장치의 조작법을 익히고 있다.

우리 우주인이 우주에서 머무는 시간은 총 10일. 하지만 소유즈가 발사된 뒤 ISS에 도킹하는데 걸리는 시간 이틀과 우주인이 ISS의 우주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을 빼면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시간은 5일에 불과하다. 18가지 실험을 모두 끝내기엔 넉넉하지 않은 시간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 최기혁 단장은 “우리 우주인이 ISS에서 머무는 동안 하루 일과는 분초 단위로 나눠 써야 할 정도로 빡빡하다”며 “실험과정을 충분히 연습하고 가야 짧은 시간 동안 좋은 실험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씨는 “실험을 제안한 과학자들이 우주에서 실험장비를 간단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실험 장치를 조작하기 쉽게 준비해줬다”면서 “실험 내용을 숙지하는 일 외에도 어려운 과학내용을 국민에게 어떻게 잘 설명하고 이해를 도울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내훈련 기간 동안에는 러시아에서 파견된 4명의 교관과 우주전문가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의 교관인 사브로프 페트르 씨는 “한국 우주인이 수행할 과학 실험 중에는 지금까지 우주에서는 한 번도 실시된 적이 없는 게 많다”며 고 씨와 이 씨 못지않게 실험에 대한 질문과 의견을 쏟아내는 등 실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실험의 모든 내용과 과정을 습득해 러시아에 돌아간 뒤 우리 우주인과 함께 ISS에 갈 두 명의 러시아 우주인에게 이 내용을 가르칠 예정이다. 러시아 우주인 2명은 ISS에서 우리 우주인을 도와 과학실험을 함께 수행한다.


NASA 휴스턴 유인우주비행센터에서 ISS 적응 훈련을 받은 고산 씨가 기자회견 도중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과 ‘수면 패턴변화’ 실험할 예정
고 씨와 이 씨의 고된 실험훈련일정은 미국 원정까지 이어졌다. 1월 12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휴스턴 유인우주비행센터에서 1주일 동안 ISS 적응 훈련을 받기 위해 출국한 것.
우리 우주인은 ISS에 머무는 동안 러시아의 즈베즈다 모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만, 미국의 데스티니 모듈을 방문해 미국 우주인과 합동으로 몇 가지 과학실험을 할 예정이다.

우리 우주인이 참여할 실험 중 하나는 지구에서 24시간 주기로 생활하던 우주인의 생활리듬이 하루에 태양이 16번 뜨고 지는 ISS에서 머무는 동안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액티워치’(Actiwatch)라고 불리는 시계 모양의 장치를 손목에 차면 수면 패턴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고 씨와 이 씨는 이 실험에 사용할 장비의 사용법과 데스티니 모듈을 방문했을 때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익힌 뒤, 1월 15일 우리 우주인의 임무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익스퍼디션 17’(Expedition, 원정)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번 임무에 참여하는 우주인은 우리 우주인을 포함해 러시아 우주인 2명과 미국 우주인 3명을 합쳐 모두 6명. 이 가운데 3명은 소유즈를 타고 ISS에 가고 나머지 3명은 미국의 우주왕복선을 이용한다.


예비 우주인 이소연 씨도 고산 씨와 모든 훈련을 똑같이 받아왔다. 그에게도 발사예정일인 4월 8일이 기다려지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우주인은 4월 8일 ISS로 떠난 뒤 현재 ISS에 머물고 있는 미국 우주인 페기 휫슨과 러시아의 비행엔지니어 유리 말렌첸코와 함께 4월 19일 소유즈를 타고 돌아올 예정이지만 나머지 우주인 4명은 아직 완성이 덜 된 ISS를 조립하는 작업에 참여한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러시아 우주인 세르게이 볼코프는 “러시아 스타시티에서 고 씨와 함께 훈련하며 간단한 한국말을 배웠기 때문에 고 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말로 답변하면 자신이 통역을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회견장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볼코프는 우리 우주인이 타고 갈 소유즈의 선장이다.

회견장 맨 오른쪽에 앉은 고 씨는 미국 우주인 샌드라 마그누스의 소개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우주개발 경험이 부족하지만 실험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칠 것”이라며 “임무가 끝난 뒤에도 달탐사 같은 장기적인 우주개발계획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ISS에 김치를 가져가 우주인들과 나눠 먹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NASA 우주인들과 기념촬영을 한 고산 씨와 이소연 씨. 가장 왼쪽이 ‘우주에서 가장 오래 머문 여성’ 기록(195일)을 갖고 있는 수니 윌리엄스다.

이어 고 씨와 이 씨는 NASA의 우주인들과 면담을 했다. 미국의 우주왕복선을 이용해 ISS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우주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며 처음으로 우주비행에 참가하는 우리 우주인에게 조언을 해주는 시간이었다.

‘우주에서 가장 오래 머문 여성’(195일) 기록을 갖고 있는 미국 우주인 수니 윌리엄스는 두 사람에게 “처음으로 진행되는 한국 우주인의 우주비행과 실험에 많은 관심이 있다”며 “유인우주프로그램에서 국제협력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고 씨와 이 씨는 1월 19일 미국 훈련을 마치고 러시아로 돌아갔다. 2월 초 고산지대에 비상 착륙할 때를 대비해 혹한기 생존훈련을 받은 뒤 2월 말 최종 의학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3월 중순 우주인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우주선탑승최종시험’을 본 뒤 3월 말 발사장이 있는 바이코누르 기지로 옮겨 컨디션을 조절한다. 우주에서 10일을 보내기 위한 2년 동안의 준비가 이제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 글 | 대덕=안형준 기자 ㆍbutnow@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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