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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경로 알면 백전백승


슈퍼 강국’ 미국도 작은 산불에서 시작된 초대형 화마(火魔)에는 속수무책이었다. 2007년 10월 21일(현지 시간)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시작된 크고 작은 산불은 67명의 사상자를 내고 여의도 면적의 140배인 산림 1200km2, 주택 2000여 채를 태웠다.

미 소방당국이 샌디에이고 카운티 2곳에서 산불을 완전히 진화했다는 낭보를 전한 시점은 화마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나 지나서였다. 산불이 번지는 속도와 불똥이 튈 방향을 먼저 알았다면 산불을 조금 더 빨리 진압하고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산불은 나무와 풀의 종류와 양, 바람 세기와 방향에 따라 진로가 결정된다. 초지보다는 나무가 빽빽이 들어 찬 산에서 불이 번지는 속도가 느리다. 이는 서강대 기계공학과 허남건 교수팀이 지난해 7월 대한설비공학회에서 발표한 ‘산불 전파 수치 시뮬레이션’ 결과다.





허 교수팀은 다양한 풍속과 목초지 혹은 나무, 식물성 연료와 지면 경사도를 고려해 산불전파 수치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수치 시뮬레이션이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컴퓨터에서 그대로 모사해보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이번 캘리포니아 대형 화재를 시뮬레이션 할 때 식생과 경사도, 풍속 자료를 입력하고 산불이 났다는 상황을 설정하면 화재의 예상 진행방향이 3차원 그래픽으로 화면에 나타난다.

허 교수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넓이가 20m×20m인 목초지를 완전히 태우는데, 바람이 초속 2m로 불면 25초 걸리는데 비해, 초속 6m로 불면 그 절반 정도인 14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바람이 초속 6m로 불었다면 여의도 면적(8.5km²)만 한 숲이 모두 타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초속 27m가 넘는 샌타애나 바람이 캘리포니아 화재의 가속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숲에 가옥이 들어서 있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가옥이 산불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프랑스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 연구소는 산불이 번지는 경로와 조건을 연구해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지난해 8월 23일자에 소개했다. 이들은 가옥 한 채와 주변 또 이에 해당하는 넓이의 풀숲을 9개 구획으로 나누고 불이 났을 때 확산 방향을 살펴봤다.

풀과 나무가 많은 숲에서 산불은 일정 방향으로 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이 이미 훑고 지나가 까맣게 타버린 곳에는 불길이 일지 않았다. 소방 장비를 갖추고 방화벽 같은 내연 처리가 된 집에서 불이 나도 주변 숲으로 번지지 않았다.

문제는 캘리포니아 주의 호화 별장 같은 목조 건물들. 여기에 불이 나자 사방팔방으로 숲이나 이웃집에 옮겨 붙었다. 한번 화재가 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캘리포니아대 마이클 질 교수는 “불은 주변 가옥의 종류와 밀집한 정도에 따라 그 규모와 확산되는 경로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제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목조 건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불이 번질 확률은 방화시설이 잘된 주택 지역보다 최고 9배 높았다. 방화시설과 방화벽이 없는 산 속 별장은 ‘화마 부르는 번개탄’인 셈이다.

<박근태 기자의 ‘산 속 별장은 화마 부르는 번개탄’, 목정민 기자의 ‘미국 휘청거리게 한 캘리포니아 산불’에서 발췌 및 편집>
| 글 | 편집부ㆍ |

캘리포니아 산불현장을 위성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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