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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은 금빛 드레스를 입는다


2006년 7월 러시아 플레세츠크 공군기지. 아리랑 2호와 발사체인 ‘로콧’(ROCKOT)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던 발사장에 80세의 노파가 작은 봉제 바구니를 들고 찾아왔다. 노파는 바구니의 뚜껑을 열고 바늘에 실을 꿰더니 인공위성에 입힐 금빛 드레스에 한땀 한땀 바느질을 시작했다.

인공위성이 입을 이 금색 드레스의 이름은 ‘다층박막 단열재’(MLI, Multi-Layer Insulation). 인공위성을 우주 먼지, 우주 선(cosmic ray), 인공위성 파편으로부터 보호한다.

우주에는 위험이 많다. 인공위성 궤도에는 인공위성 파편이나 우주 먼지가 존재한다. 초속 8km로 움직이는 인공위성은 커다란 파편은 물론 먼지와 부딪혀도 표면이 손상되거나 내부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MLI는 인공위성이 부유물과 직접 충돌하지 않도록 1차적으로 방어한다. 또 방사선처럼 진동수가 큰 우주 선이 인공위성의 전자장비에 이상을 일으키지 않도록 막기도 한다.




MLI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인공위성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돕는 일이다. 대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온도변화가 극심하다. 추울 때는 인공위성 온도가 영하 270°C까지 내려가지만 태양에 노출되면 급격히 오른다. MLI는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도 인공위성의 열이 외부로 많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방지하고 뜨거운 태양열도 차단한다.

폴리이미드(polyimide)와 폴리에스테르(polyester)가 MLI의 주요 소재다. 폴리이미드는 강도가 높아 잘 마모되지 않고 자외선이나 방사선을 차단하는 기능도 우수하다. 파편과 우주 선으로부터 인공위성을 보호하는데 제격인 셈이다. 폴리에스테르는 일상복의 소재인 합성섬유로 쓰일 정도로 단열 효과가 크다.

평범한 금색 포장지처럼 보이는 MLI지만 내부 구조는 조금 복잡하다. 폴리에스테르 여러겹을 폴리이미드가 위아래로 감싼 형태다. 폴리이미드 사이에는 6㎛(마이크로미터, 1㎛ = 10-6m)의 얇은 폴리에스테르 막 20여장이 들어있다.

MLI가 금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갈색을 띤 투명한 막 안쪽에 얇은 알루미늄이 코팅됐기 때문이다. 갈색 셀로판지 뒤에 은박지를 대면 셀로판지가 금색으로 보이는 원리와 비슷하다. 물론 금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위성, 우주왕복선,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은색이나 검정, 흰색의 MLI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중요한 MLI지만 인공위성에 설치할 때는 맞춤 양복을 재단하듯 손으로만 작업한다. 인공위성의 복잡한 모양에 맞게 자르고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MLI는 인공위성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노출하는 안테나, 태양 전지판, 방열판을 제외한 겉표면 대부분을 감싼다.





아리랑 2호 제작 당시 플레세츠크 공군기지에 들어온 노파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의 MLI 마무리 작업을 했던 50년 경력의 전문가였다. 당시 공군기지에서 함께 작업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현범석 박사는 “최초 인공위성 제작에 참여했던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 감명을 받아 한국인 기술자들과 다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고 회상했다.

MLI는 우주가 아닌 지구에서도 인기다. 컴퓨터 같은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막기 위해 단열 효과가 높은 MLI를 사용해 보려는 시도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공 상태인 우주에서 사용하는 MLI는 대기가 있는 지구에서는 효율이 떨어진다. 현 박사는 “사람들이 MLI에 대해 많이 문의하지만 단열재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금색이면서 방어력도 우수한 MLI 드레스. 험한 환경인 우주에서 수 년을 버텨야 하는 인공위성에게 딱 맞는 명품 방어구인 셈이다. 만약 MLI 드레스가 다중 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의 아이템으로 등장한다면 순식간에 ‘국템’(국민 아이템)으로 등극하지 않을까.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푸른하늘>
| 글 | 전동혁 기자ㆍjermes@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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