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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년 만에 독립한 도량형


“전통 단위를 왜 없애려 합니까?”

산업자원부가 2007년 7월부터 평, 돈, 근 같은 비(非)법정단위를 쓰면 단속하는 방식으로 척관법을 ‘통일’하자 일부 사람들이 반대했다. 하지만 평이나 돈은 엄밀하게 말하면 전통 단위가 아니라 1900년대 초에 도입된 일본식 단위다. 1905년 대한제국이 도량형법을 공포할 때 1척을 30.303cm라고 정했는데, 30.303cm는 일본 곡척(曲尺)의 기준이었다. 1909년엔 일본식 돈과 관 단위를 들여왔다.

사실 돈은 원래 금, 은, 보석에 쓰는 단위가 아니었다. 김 사무관은 “돈은 일본의 진주양식업자들이 쓰던 단위”라고 말했다. 이들이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금은방을 운영하면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 쓰고 있는 척관단위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거래 단위를 통일시키는 과정에서 정해진 것이다. 대한제국이 도량형에서조차 일본에 예속되면서 일본이 우리 경제를 수탈하는 길을 열어준 사건의 잔재인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현재 척관법의 원조인 중국과 우리에게 평이나 돈 단위를 정해준 일본에서는 더 이상 척관단위를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1961년 ‘계량법’을 제정해 국제단위계(SI, 미터법)를 법정단위로 채택하고 평을 제외한 재래단위(척관법) 사용을 금지했다. 당시 토지나 건물의 넓이가 평으로 기재돼 있던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은 20여년의 작업 끝에 제곱미터(㎡) 단위로 바뀌었다. 1983년 정부는 평 단위까지 사용을 금지시켰다.

사실 평이나 돈보다 미터나 그램으로 표기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금 1돈이 3.75g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금은방에서 쓰는 저울은 대부분 소수점 첫째자리나 둘째자리까지만 표시할 수 있어 문제다. 1.875g인 반돈은 정확히 잴 수 없다는 얘기다. 김 사무관은 “2005년 금 장신구 소비를 기준으로 할 때 0.005g씩 잴 수 없어 소비자가 본 손실은 30여억원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돈 단위를 쓰면서 눈에 보이지 않게 소비자가 손해를 많이 입은 셈이다. 정부에서는 금을 2g, 4g, 6g, 8g, 10g 식의 짝수 g단위로 거래하도록 유도하고 현재 g과 돈 단위로 함께 고시하던 금가격도 g 단위로만 알릴 계획이다.

평은 어떨까. 예를 들어 아파트 면적을 30평보다 100㎡라고 하면 가로 10m에 세로 10m 정도의 넓이라고 느낄 수 있고, 여의도 면적도 260만평보다 8.4㎢(가로 4km×세로 2.1km)로 따지면 대략 짐작이 간다. 전국 국유지 면적은 69억평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 알기 힘들지만, 서울에서 전주 정도까지 거리(230km)에 100km를 곱한 넓이라고 생각하면 크기의 감을 잡을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최종오 박사는 “평수로도 크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 6척이 아니라 1.8m나 30cm를 기준으로 그 크기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1평은 6척×6척이라고 하지만 1.8m×1.8m로 크기를 알고 2평은 6척×12척, 즉 1.8m×3.6m로 인식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2.5평은? 가로와 세로를 금방 척으로 따지기 힘들고 ㎡로 면적을 환산한 뒤에야 크기에 대한 느낌이 생긴다.

1평은 키가 1.8m인 사람이 누울 만한 넓이라고 하지만 1m도 인간 냄새가 묻어나는 단위다. 나무에 매달린 과일을 따는데 씀 직한 막대기의 적당한 길이가 1m고, 무심코 물건을 쌓아도 1m를 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꼭 껴안았을 때 생기는 공간의 둘레도 약 1m다.


<이충환 기자의 ‘생활 속 단위의 세계’에서 발췌 및 편집>
| 글 | 편집부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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