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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이로운 물’ 골리수(骨利水)!?


#1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병사들이 섬진강을 옆에 끼고 백운산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날씨는 무덥고 양측의 기세는 팽팽했다. 하지만 비도 내리지 않는 전장에서 병사들은 하나 둘 지쳐갔다. 목이 마른 병사들이 샘을 찾아다녔지만 물은 흔적조차 없었다. 이때 신라의 한 병사가 화살에 꽂힌 나무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신라군은 얼른 그 물을 마셨다. 갈증을 풀린 것은 물론 힘이 용솟음쳐 신라군은 백제군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대체 어떤 나무 길래 속에서 사람에게 힘이 솟는 물을 뿜어내는 것일까.

#2
신라 말 풍수학의 대가로 알려진 승려 도선은 광양 옥룡사에서 참선(參禪)을 하고 지냈다. 하루는 오랜 수행으로 무릎이 펴지지 않아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다 그만 가지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가지가 부러진 줄기에서 솟아나온 수액을 마신 도선은 신기하게도 무릎이 쉽게 펴지는 경험을 했다. 뼈에 이로운 수액을 뿜는 나무는 무엇일까.




이 나무의 이름은 고로쇠다. 승려 도선의 이야기에서 ‘뼈에 이로운 물’을 뜻하는 ‘골리수’(骨利水)란 이름이 생겼고, 지금은 그 말이 변해서 ‘고로쇠’나무로 불리고 있다. 실제 고로쇠나무의 수액에는 각종 미네랄과 마그네슘,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소화와 관절계통 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대 미네랄로 불리는 칼슘(Ca)과 칼륨(K), 마그네슘(Mg), 나트륨(Na)이 수액 가운데 무기성분의 94%를 차지한다.

또 설탕과 유사한 자당(Sucrose) 성분이 1L에 16.4g 가량 포함돼 꿀물처럼 달지는 않지만 ‘살짝’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로쇠나무의 수액은 숙취해소와 스포츠 이온음료를 대체하는 생체수(Bio-water)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단맛이 필요한 음식에 설탕 대신 고로쇠 수액을 넣으면 훨씬 산뜻한 맛을 낼 수 있다.





그럼 전설 속 이야기처럼 고로쇠나무에 구멍을 뚫으면 수액이 콸콸 솟을까. 지리산이나 백운산 등지의 남쪽지방에 많은 고로쇠나무는 절기상 우수(2월 19일)에서 곡우(4월 20일) 때까지 수액을 채취한다. 가장 많은 수액이 나오는 시기는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놀라서 뛰어나온다는 경칩(3월 5일) 무렵이다. 이 기간에는 고로쇠나무 줄기에 손가락으로 한 두 마디 정도 구멍을 뚫으면 누구나 달콤하고 시원한 수액을 맛볼 수 있다.

고로쇠나무 한 그루에서 수액이 나오는 날은 실제 5~6일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비나 눈이 내리거나 낮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에는 수액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고로쇠나무의 내부압력이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고로쇠나무가 자라는 해발 500~1800m의 산간지방에선 경칩인 3월 5일경 낮과 밤의 기온차가 15℃나 된다. 해가 지면 기온은 영하 3~5℃까지 떨어지고 땅에서 나뭇잎까지 물을 퍼 올리는 파이프인 ‘물관’의 부피가 팽창한다. 이에 뿌리는 땅속에 스며든 수분을 흡수해 줄기 안으로 보내려는 힘을 받게 되고 나무는 밤새 줄기 속을 물로 채운다. 낮이 돼 기온이 10℃ 이상 올라가면 물관에 채워진 물과 공기는 부피가 팽창해 밖으로 나오려는 성질을 갖는다. 이것이 고로쇠수액이다. 밤낮의 일교차가 작거나, 날씨가 흐려 낮에 줄기의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으면 고로쇠수액을 얻을 수 없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또 있다. 바로 고로쇠나무도 단풍나무과에 속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단풍나무라고 하면 사람 손모양의 잎이 붉게 물드는 것만 생각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단풍나무는 폭이 좀 더 넓다. 단풍나무의 풍(楓)은 ‘나무열매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연상해 만든 글자다. 즉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단풍나무, 홍단풍, 신나무, 복자귀나무와 마찬가지로 두 장의 날개를 일정한 각도로 마주 달고 프로펠러처럼 빙글빙글 돌며 떨어지는 열매를 지닌 나무란 얘기다.

고로쇠나무는 잎이 5~7장으로 갈라지는 단풍나무와 비슷하지만 깊게 갈라지지 않아 마치 오리발을 연상케 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고로쇠나무를 단풍나무과 가운데 ‘개구리 손’이란 뜻의 ‘가에데’로 분류하고 있다.

고로쇠나무는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골병이 날 정도다. 2001년 한해 동안 상품화된 고로쇠나무 수액은 무려 2199톤에 이른다. 한 나무에서 고작 7L 정도의 수액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로 무수히 많은 고로쇠나무가 수난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거위가 황금을 낳는다고 배를 갈라 황금을 얻지 못한 이솝우화처럼 더 많은 수액을 채취해 돈을 벌려는 인간들이 결국 메마른 숲을 보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 주민들이 나무의 자생력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지혜를 깨달았으면 한다.

| 글 | 서금영 기자ㆍsymbious@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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