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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과 순간이동


스타트렉’에서는 우주인들이 위험에 처하면 모선인 엔터프라이즈 호에 “순간이동을 시켜달라”고 구조 요청을 한다. 사실 순간이동장치로 알려져 있는 전송장치(transporter)는 원작에는 없던 설정이다. 제작진은 매번 촬영장 세트를 바꿔가며 우주선이 행성에 착륙하는 장면을 찍기에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우주선의 이착륙장면이 스토리 전개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주선에서 행성표면으로, 행성표면에서 우주선으로 옮겨 타는 일을 간단히 처리하는 방법으로 스타트렉에 전송장치를 등장시킨 것이다.

스타트렉의 순간이동장치는 물체를 물질에 형상정보가 포함된 형태로 전송한다. 철로 만든 칼(물체)을 예로 들면 물질은 철이고, 형상정보는 칼 모양이 된다. 물질은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식(E=mc²)에 의해 빛에너지로 바꿔 보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에너지는 너무 크다. 50kg의 물질은 1메가톤급 수소폭탄 1000개가 넘는 에너지로 바뀐다. 이보다는 그냥 물질로 보내는 편이 훨씬 더 다루기 쉽다. 하지만 물질도 원자폭탄 몇십개의 에너지로 가속·감속을 시켜야 한다.




형상정보는 어떨까. 우선 형상정보를 읽어들여야 하는데, 그 정보량이 어마어마하다. 몸무게 100kg정도의 사람은 원자 수만 따지더라도 약 1028개다. 이만큼 많은 원자의 정보를 모두 제대로 측정하고 전송·재생하려면, 원자 하나하나의 위치, 에너지 상태 등을 고려해 1GB 하드디스크 1022개가 필요하다. 테라비트급 전송장치로 이만큼의 정보를 보내려면 1016초, 즉 3억년 가량 걸린다.

하지만 순간이동장치의 아이디어는 과학적 가능성을 따지는 논쟁을 일으켰다. 과학자들은 순간이동과 비슷한 ‘양자원격전송’(quantum teleportation)을 이론으로 제시했고 간단한 실험에 성공했다. 결국 스타트렉의 순간이동장치가 과학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셈이다.





양자원격전송은 스타트렉의 순간이동과 개념적으로 유사하다. 1993년 미국 IBM의 찰스 베넷을 비롯한 6명의 학자가 양자원격전송을 이론적으로 제안했다. 이 논문에 대한 첫반응은 스타트렉류의 SF쯤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의 근본을 연구하던 사람들은 이 제안의 중요성을 알아채고 실험에 들어갔다. 마침내 1997년 12월 ‘네이처’에 오스트리아의 안톤 짜일링거 교수 그룹은 최초의 양자원격전송 실험에 성공한 논문이 실렸다.

양자원격전송은 스타트렉식 순간이동으로 전송할 수 없는 양자비트를 단 2비트로 전송할 수 있다. 여기에는 ‘양자얽힘’(entanglement)이 필요하다. 양자얽힘은 양자물리학적인 상관관계에 대해 슈뢰딩거가 붙인 이름으로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수많은 천재를 괴롭힌 양자물리학의 핵심이다. 양자물리학의 ‘확률놀음’을 싫어했던 아인슈타인은 1935년 포돌스키, 로젠과 함께 양자물리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양자원격전송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할까. a와 b의 EPR쌍을 사용해 양자상태를 모르는 양자비트 x를 전송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EPR쌍 중의 하나(a)는 x가 있는 A지점에, 다른 하나(b)는 x를 보내고자 하는 B지점에 둔다. A와 B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a와 b 사이의 얽힘 상태만 유지되면 양자원격전송이 이뤄진다. A지점에서 양자비트 x와 a에 대해 ‘벨 측정’을 한다. 이 측정에서 얻은 2비트의 고전정보(디지털정보)를 B지점으로 전송한다. B지점에서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히 양자 조작하면 원래의 양자비트 x를 복원해낼 수 있다. 양자비트 x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원격 이동한 것이다.




양자원격전송은 마지막 단계에서 고전정보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빛보다 빨리 이뤄질 수는 없다. 물론 빛의 속도에 가깝게 전송할 수는 있다. 양자얽힘만 전달된다면 거리에 관계없이 가능하다는 점이, 전송거리가 4만km로 제한되는 스타트렉의 순간이동장치보다 낫다. 또 고전정보는 팩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복사해 전달하기 때문에 원본 정보를 저장했다가 또 복사할 수 있지만, 양자정보는 복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양자원격전송은 복사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전송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을 양자원격전송하는데는 여러 기술적 난점이 있다. 양자비트 하나를 전송하는 일에 비해 1028개나 되는 원자를 양자원격전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자얽힘 상태에 있는 쌍둥이를 이만큼 만들어야 하고, 엄청난 고전정보를 오차 없이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의 기술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인다. 언젠가 아주 간단한 분자 정도는 양자원격전송할 수 있지 않을까.


<김재완 교수의 ‘사람의 순간이동 정말 가능할까’에서 발췌 및 편집>
| 글 | 편집부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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