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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컬 에세이] 포토저널리즘 연습


며칠 전 세계 정상의 사진가인 김희중 상명대 사진학과 석좌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찍는 것이 장땡은 아니다’라는 다소 직설적인 제목과는 달리 김 교수는 차분히 ‘포토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를 펼쳤다. 포토저널리즘이란 글, 즉 기사로만 전달하기 어려운 메시지를 사진에 담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장르다. 사실 중요한 신문기사치고 사진이 없는 게 없을 정도이니 포토저널리즘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형식인 셈이다.

에드워드 김으로 더 알려진 김 교수는 중3이던 14살 때 신문 독자 사진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고 고2때 개인 사진전을 열었을 정도로 조숙했다. 1960년 20세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서 1967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 기자로 입사해 1973년 서방의 기자로서는 처음 북한을 취재해 주목을 받았다. 1985년 귀국한 김 교수는 이후 한국 포토저널리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전날 퇴근길에 지난해 김 교수가 낸 포토자서전 ‘집으로 가는 길’을 산 기자는 10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해 한 쪽에 앉아있는 김 교수를 찾아가 사인을 부탁했다. 김 교수는 “이미지가 없으면 생각하지 못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맑은 피아노 소리를 들을 때는 희고 검은 건반을 두드리는 장면이 떠오르고 어디선가 흘러오는 꽃향기를 맡으며 장미나 자스민을 연상한다. 글을 읽을 때도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내용에 연관된 이미지가 맴돈다. 그러나 글만으로는 독자의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적절한 사진 한 장이 있다면 열줄 스무줄 장황한 묘사를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사실 사진과 동영상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학동아’ 같은 잡지에서도 이미지의 비중이 글을 압도하는 게 현실이다. 그럴듯한 사진을 구해놓으면 기사의 완성도가 좀 떨어져도 안심이 되지만 마땅한 이미지가 없을 경우 마감 때까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김 교수는 “좋은 아이디어는 주변에 널려 있다”며 “시간을 투자해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김의 '집으로 가는 길'. 표지에 실은 일터에서 돌아오는 아낙네들 사진은 그가 17살 때 찍은 작품이다

그날 밤 ‘집으로 가는 길’을 펼친 기자는 사진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책을 놓을 수가 없어서 새벽에야 잠들었다. ‘그래 나도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거야!’라고 결심하면서….

주말에 집을 나섰지만 막상 뭘 찍어야 할지 몰라 어슬렁거리다보니 “모든 문제는 목적이 불분명한데서 시작한다”는 김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UFO가 출연하는 것 같은 ‘기적’을 바라며 서성거릴 수는 없지 않은가. 한참을 고민하다 비둘기를 찍기로 했다. 길거리에 밟히는 게 비둘기인데 하겠지만 수년 전 기자는 우연히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비둘기의 상당수가 발가락이 기형이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사고로 발가락이 잘린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여섯 마리에 한 마리 꼴로 문제가 있었다.

특정 지역에서만 관찰되는 유전적 현상인지 아니면 예전에 오염된 하천에서 발견되던 등이 굽은 물고기처럼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형인지 궁금하다. 사실 생각해보면 비둘기는 길거리에 떨어진 잡다한 먹을거리를 먹고 고인 물을 마신다. 세척하고 조리한 식재료를 먹고 생수를 마시는 사람보다 훨씬 위험한 환경에 살고 있는 셈. 전날 밤 취객이 쏟아낸 토사물을 쪼아 먹는 비둘기를 볼 때는 ‘조류는 역겨움을 못 느끼나? 아니면 사람이 느끼는 역겨움은 학습의 결과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비둘기, 평화의 상징에서 거리의 부랑자로’ 같은 제목으로 도심 비둘기의 생태를 추적해보고 싶기도 하다.

만일 사진을 곁들이지 않았다면 위의 글을 읽고 나서 도대체 어떤 상황을 얘기하는지 다소 답답해하며 페이지를 닫지 않을까.


발가락이 성치 않은 비둘기



발가락 기형인 비둘기 두 마리가 먹이를 찾아 쩔뚝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촬영=강석기)
| 글 | 강석기 기자ㆍsukki@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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