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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에서 나온 곤충 어디서 왔을까?


최근 과자봉지나 커피믹스, 시리얼에서 성충이나 애벌레가 잇따라 발견돼 소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해당업체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제조공정이나 유통과정에서 곤충이 들어간 것이란 의혹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제품을 보관하는 과정에서도 곤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년간 식품업체에 접수된 소비자 고발 사례를 분석한 나자현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연구교수는 “새우깡에서 나온 생쥐머리나 참치 캔에서 발견된 칼날과 달리 곤충은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릴 수 있다”고 밝혔다.

나 교수에 따르면 사탕이나 초콜릿, 밀가루, 과자, 의약품에서 발견되는 곤충은 대부분 화랑곡나방이다. 이 곤충은 성충이 되면 날카로운 이빨로 봉지를 물어뜯는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과자봉지에 뚫린 구멍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안에서 뚫은 것인지, 바깥에서 뚫은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벌레가 안에서 뚫고 나왔다면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특히 나 교수는 “대기 중의 온도에 따라 곤충의 수명이 달라진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랑곡나방은 대기온도가 20℃일 때는 150일 가량 생존하지만 32℃가 넘어서면 37일 정도를 살 수 있다. 온도 변화에 따라 신진대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화랑곡나방의 애벌레(위)와 성충(아래). 사진 제공 나자현 연구교수.

실례로 서울에서 한 소비자가 과자봉지에서 해충을 발견해 업체에 신고했다. 2007년 2월 12일 공장에서 제조돼 홈플러스로 운반된 이 과자봉지는 4월 말 소비자가 구입했다. 일부는 먹고 나머지는 보관했다. 그런데 5월 24일 과자봉지에서 애벌레가 발견된 것이다.

과연 벌레는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나 교수가 과자봉지를 회수해 살펴본 결과 화랑곡나방의 애벌레였다. 과자봉지에 구멍이 뚫린 흔적은 없었다. 유통과정에서 벌레가 침입한 것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제조과정에서 성충이 알을 낳은 것이 개봉한 뒤 부화해 태어난 것일까.

제조일부터 구매일까지 70~80일, 구매일부터 소비자가 신고할 때까지 약 30일이 지났다. 2월부터 6월까지 제품 보관 온도를 감안하면 대략 20~28℃다. 이러한 환경에서 화랑곡나방이 알에서 성충까지 자라는 기간은 약 49일. 제조일부터 신고일까지 100~110일의 기간은 화랑곡나방이 알에서 성충으로 자라는데 충분했다.

하지만 발견된 애벌레는 모두 4령이었다. 애벌레는 자라면서 머리의 크기에 따라 1령에서 5령까지로 나이를 구분하는데, 성충이 되기 전까지 3분의 2정도 자란 셈이다. 만약 제조과정에서 오염됐다면 화랑곡나방의 알과 애벌레, 번데기, 그리고 성충이 모두 발견돼야 한다.

또 제조과정에서 오염된 경우는 여러 명의 소비자에게서 비슷한 시기에 신고가 한꺼번에 접수된다. 하지만 과자봉지에서 발견된 애벌레는 모두 4령이었고 제품에서 곤충을 발견한 신고자가 단 한명이었기 때문에 보관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소비자가 과자를 구매하기 전 애벌레가 유통과정에서 침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과자봉지를 뜯어낼 정도인 2~4령의 애벌레가 침입했다면 소비자가 발견할 시점에는 성충으로 자랐어야 했다. 그럼에도 성충은 발견되지 않았고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찾지 못했다.

이처럼 과자봉지에서 발견되는 곤충은 제조일부터 신고일까지 온도 변화를 역추적하는 방법으로 책임소재를 가려낼 수 있다.

| 글 | 서금영 기자ㆍsymbious@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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