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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정보가 흐르는 길


2015년 4월 7일, 자동차 손잡이에 열쇠 대신 손을 대자 문이 열리고 운전석에 앉으니 자동으로 운전하기 가장 편한 자세가 만들어진다. 회사에 도착해 보안이 철저한 사무실 문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 신분이 확인된다. 자신의 신상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은 시계를 차고 있어, 이 정보가 손을 댈 때 몸을 타고 전해져 몸이 열쇠가 되고 보안카드가 된다.

앞으로 무선통신보다 인체통신이 각광받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감성시대에 딱 맞기 때문이다. 기계 대신 악수나 손을 가깝게 대는 것만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면 친밀성이 높아진다. 또한 보안문이나 서명이 필요한 인증시스템처럼 사람이 직접 접촉해야만 처리가 가능한 상황에서 인체통신을 이용하면 보안성과 편리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전파에 신호를 담아 전송하는 방식도 아닌데 어떻게 몸을 통해 전기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몸으로 전기신호를 주고받도록 하는 인체통신기술의 원리를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미국 MIT 미디어랩의 토마스 짐머맨 박사다. 그는 1995년 인간의 몸을 통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원리와 방법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몸을 하나의 도선으로 여겨 몸에 약한 전기신호를 흘려보낸 뒤 이를 수신하는 센서를 만들었다. 몸의 흐르는 전류의 변화를 이용한 방식이다. 또 몸에 두 개의 전극을 붙이고 전압을 달리하며 이때 변하는 전위차를 측정해 신호를 주고받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이때 몸에 흐르는 전류는 인체에 흘렀을 때 위험한 전류 크기(최대 1mA)의 10만분의 1 수준이다.




인체통신의 원리를 경민이가 은지와 손을 잡는 예로 생각해보자. 인체통신 송수신기를 건전지로 가정하면 경민이의 손가락쪽은 +전극, 어깨쪽은 -전극으로 설정할 수 있다. 경민이의 손이 은지와 접촉하면 경민이의 손가락쪽에서 흘러나온 전류가 은지의 몸을 통해 은지의 송수신기로 흐른다. 또한 이 전류는 은지의 송수신기를 통과해 다시 몸을 통해 경민이에게로 흐른다. 이렇게 해서 고리가 만들어져 전류가 흐르는 것이다. 이 전류에 고주파 변조를 걸면 신호의 송수신과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진다.

짐머맨 박사는 이 원리를 이용해 인간의 몸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최초의 송수신기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장치는 크기가 매우 컸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 전송 속도도 60kbps(1초당 6만 비트전송)에 불과했다. 이는 10초에 1번 짧은 음성 정보만을 보낼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그는 손목시계 같은 소형 통신기를 이용해 손가락을 접촉하는 순간 데이터 통신이 이뤄지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인체통신기술의 선구자로 여겨진다.

언제 어디서나 악수를 하는 동시에 서로 명함을 PDA로 주고받고 ‘몸을 통해’ 많은 분량의 서류파일을 전달하려면 송수신장치의 크기가 작고 전송속도도 빨라야 한다. 이 목표를 이루려고 인체통신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00년 일본 동경대의 노조무 하치스카 교수가 개발한 인체통신 송수신장치는 크기가 가로세로 각각 5cm에 불과했다. 하지만, 데이터 전송률은 여전히 100kbps 정도로 낮았으며 통신 거리도 몸 전체를 포함하지 못했다. 이후 다른 과학자들의 다른 연구에서 통신 거리는 몸 전체로 넓어지고, 속도는 더 나아졌다. 이런 과정에 2003년 일본의 통신회사인 NTT는 전광(electro-optic)현상을 이용해 크기와 속도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인체통신 모듈을 개발했다. 전광현상은 매질에 전기장을 걸었을 때 매질의 굴절률 같은 광학적 성질이 변하는 현상이다.

당시까지 인체통신 장치들이 순수하게 전기 신호의 전달을 통해 데이터 통신을 했다면, 이들은 몸을 통과한 미세한 전기 신호에 의해 굴절률이 크게 변하는 전광크리스털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와 접촉하면 전달하려는 정보가 전기신호로 바뀌어 영희와 철수의 몸을 거쳐 철수의 송신기에 도달한다. 이때 전달된 전기신호를 송신기에 장착된 전광크리스털로 받은 다음, 전광크리스털에 레이저를 쏘면 전기신호의 크기에 따라 전광크리스털을 투과하는 빛의 양이 변한다. 이를 광센서로 감지해 송신기에서 보낸 데이터를 식별한다.

NTT는 감도가 뛰어난 크리스털 덕분에 기존 인체통신 장치보다 10배 이상 빠른 10M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얻었다. 하지만, 이 장치를 바로 상용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값비싼 크리스털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레이저를 쏘는데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값싸면서도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른 인체통신장치를 만들려고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연구하고 있다.





손으로 직접 닿지 않고 수 cm 떨어져 있거나 헝겊 같은 절연체를 사이에 두고서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2007년 일본의 통신기기 회사 알프스는 인체통신모듈을 탑재한 휴대전화를 개발했다.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어 둔 상태에서 휴대전화 안에 저장해둔 MP3파일을 코드가 없는 헤드폰으로 재생해 감상할 수 있다. 알프스는 2009년까지 이 휴대전화의 제품화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인체통신기술은 하나의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만 정보를 주고받던 수준을 넘어 인간의 몸에서 수십~수백 개 장치가 동시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다중접속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다. 이 기술이 정착될 미래에는 인간의 몸에 부착된 작은 센서들이 혈압, 체온, 혈당을 수시로 검사하며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한다. 또 팔이나 다리가 없는 장애인은 뇌파를 측정해 그의 의지를 미리 감지하고 이에 따라 의수나 의족이 적절히 움직일 수 있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체통신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2007년 12월 특허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체통신과 관련된 특허 출원은 2004년까지 한해 1건에서 2005년에는 9건, 2006년에는 25건, 그리고 2007년에는 30건이 넘었을 정도로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 만큼이나 인체통신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찾는 일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 글 | 안형준 기자ㆍbutnow@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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