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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대 종말 연착륙을 위해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세계 5위의 석유수입국인 우리나라 경제에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석유 공급 위기를 맞아 각국은 새로운 형태의 석유로 부족분을 채우려는 연구를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다. 검은 모래에 붙은 석유를 뽑아내고, 인류가 200년 쓸 양이 묻혀 있다는 석탄을 석유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최신 생명공학 기술로 ‘조련’된 대장균은 설탕을 먹고 석유를 내뱉는다. 1908년 5월 이란에서 대형 유전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중동 석유 시대가 100년을 고비로 저물고 있는 이때, 석유를 ‘만들어내는’ 현장을 들여다보자.

2600리터.
우리나라 사람 한 명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석유 양이다. 하루로 나누면 매일 큰 생수병 4통 만큼을 쓰는 셈이다. 이 수치는 지구촌 사람들의 평균치 4배에 해당한다. 물론 산업생산에 들어가는 양과, 원유를 들여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바꿔 다시 수출하는 물량이 포함돼 있는 수치라 이런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인류가 석유에 ‘중독’됐다고 말할 때 한국인의 중독은 그 가운데서도 중증인 셈이다.




도로에는 중형차가 대세고, 한겨울에는 덥다고 러닝셔츠 차림으로,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이 차다며 잠옷을 걸쳐 입는 아파트 풍경이 낯설지 않다. ‘환경을 생각하면 머그잔을 쓰세요’라고 써놓고도 정작 커피매장 종업원들은 설거지가 귀찮은지 머그잔보다는 일회용 컵에 담아주려고 한다.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언제까지 펑펑 쓸 줄 알았던 석유가 올해 들어 배럴(1배럴은 158.9L)당 100달러(약 10만 원)를 돌파하더니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두 차례 오일쇼크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4월 9일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월 배럴당 87달러로 예상했던 올해 평균 유가를 101달러로 수정해 발표했다. 10달러대를 오르내리던 10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의 신(新) 고유가 상황은 전 세계 석유수급 불균형에 따른 구조적 문제입니다. 중국과 인도의 소비증가세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죠.”

한국석유공사 개발설계팀 정대연 팀장의 설명이다. 안정적인 석유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한국석유공사는 각국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에너지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은 가동을 중단했던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확충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는 풍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기술력으로 석유를 대체하기에 역부족이다.





자동차 같은 운송수단의 에너지원으로 석유는 사실상 유일한 원료이고 플라스틱이나 페인트 같은 각종 소재도 석유에서 나온다. 최근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고갈을 향해 다가가는 석유 대안으로 ‘석유를 만드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석유와 기름이 뒤범벅돼 버려져 있던 황무지인 오일 샌드(oil sand)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사업에 전 세계 자본이 몰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인 8400만 배럴의 1.5%에 해당하는 126만 배럴이 오일샌드로부터 얻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도 오일샌드 광구를 확보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석탄에서 석유를 만드는 연구도 활발하다. 현재 석탄석유화 플랜트를 운영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Sasol) 사는 기술협력을 희망하며 세계 각지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한반도에 상당량의 석탄이 매장된 우리나라도 최근 석탄석유화 연구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는 당분을 먹고 석유를 만들어내는 대장균이 연일 화제다. 미국 바이오벤처가 최신 생명과학 기술을 적용해 창조한 유전자 변형 대장균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의 당을 섭취한 뒤 진짜 석유와 거의 차이가 없는 기름을‘배설’한다. 미국 국방부는 이렇게 만든 항공유를 자국의 전투기 연료로 쓸 계획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석유는 더 이상 고갈되는 화석연료가 아닌 셈이다.

“돌이 사라져 석기시대가 끝난 게 아니듯이 석유가 고갈돼 석유시대가 종말을 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신창수 교수는 50년이나 100년 뒤에는 핵융합발전소 같은 획기적인 에너지원이 상용화돼 석유가 주연에서 조연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 이전에 석유 수급불균형으로 대혼란이 초래되는 일을 막는 데 첨단 탐사기술을 이용한 추가적인 유전 개발과 함께 대체 석유 연구가 큰 몫을 할 전망이다. 물론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는 노력이 없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겠지만.







| 글 | 강석기 기자 ㆍsukki@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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