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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정체를 밝혀라






뉴스에 가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물체가 발견했다는 나온다. 이럴 때 필자는 ‘나에게 저 녀석의 살점이나 털이라도 조금 구해준다면 정체를 밝혀줄 텐데’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살점이나 털만 있어도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필자에게 특별한 능력이나 비법이 있는 건 아니다. 계통분류학이라는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모든 생물은 한 핏줄이라 DNA를 분석하면 괴생물체와 가까운 친척이 누군지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찾아내는 과정도 간단하다.

먼저 살점에서 DNA를 추출한 뒤 DNA의 특정 부위를 증폭시키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쓴다. 분자생물학에서 가장 흔히 쓰는 이 과정은 한나절이면 족하다. 다음에 염기서열을 읽어야 하는데 이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개 분석을 대행하는 회사에 의뢰한다. 염기서열 분석 결과는 다음날이면 받아볼 수 있다.

DNA 염기서열을 얻으면 가까운 종류로 추측되는 종들의 염기서열과 직접 비교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과학자들이 저장해놓은 방대한 양의 염기서열 데이터 중에서 가장 비슷한 염기서열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하면 DNA의 주인공이 누구의 것인지 판별할 수 있다.





2004년 벨기에 브뤼셀자유대의 밀린코비치 교수팀은 ‘예티’라 불리는 설인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예티는 키가 2미터가 넘고 온몸이 털로 뒤덮인 설인으로 히말라야 산맥의 고지대에서 발자국 또는 목격담이 전해진다. 그러나 아직 확실한 증거가 제시된 적은 없다. 과연 예티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던 동물일까?

밀린코비치 교수팀은 목격자가 예티의 발자국이라고 주장하는 장소에서 목격자가 예티의 털이라고 주장하는 한 줌의 털을 입수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실험과정을 거쳐 DNA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들은 이 염기서열과 인간, 침팬지, 고릴라, 코뿔소, 당나귀, 말 등 여러 동물의 염기서열을 비교했다. 과학자들은 예티가 털가죽으로 뒤덮여 있어 포유류에 해당할 것이라 생각했고, 원숭이를 닮은 얼굴에 두 발로 걸으니 인간, 침팬지, 고릴라 같은 영장류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예티의 염기서열을 비교한 결과 허무하게도 말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에서 예티가 있는 가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두 개의 말의 가지와 만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예티의 염기서열이 말의 염기서열이거나 적어도 말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의 털을 예티의 것으로 오인했다고 판단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유머감각 만큼은 노벨상 감인 밀린코비치 교수팀은 말에서 예티가 진화했다고 믿는 엉뚱함을 발휘했다. 이들은 유제류(말이 속하는 발굽이 있는 포유동물)와 영장류 사이에 강한 형태적 수렴진화(서로 다른 계통 사이에 비슷한 특징으로의 진화)가 나타났다는 주제로 논문을 작성해 분자계통학 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 ‘분자계통학 및 진화’에 만우절 특집으로 발표했다.

논문 첫 장의 한쪽 구석에 “이 연구는 진화생물학자가 계통분석을 할 때 유머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충고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재미있는 일화에서 볼 수 있듯 과학자들은 한 줌의 털이면 주인공의 정체를 꽤 근접하게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예티의 염기서열이 영장류와 비슷하며 현재까지 알려진 영장류의 염기서열과는 분명히 차이가 난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이 과학자들은 예티가 정말로 존재하며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영장류라는 진지한 논문을 발표하고 예티에 대한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지 모른다.

만약 여러분이 괴물을 만난다면 정체를 밝히기 위해 괴물을 잡아오시라. 포획이 어렵다면 살점을 뜯거나 털을 뽑아서 보내주길 바란다. 혹시 아는가? 지구는 넓고 미지의 생물은 아직 남아있을 테니.


<강석하 충북의대 연구원의 ‘괴생물체 예티의 정체는?’에서 발췌 및 편집>

| 글 | 편집부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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