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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얻는다


조용한 산길이나 들길을 거닐다보면 바지 섶에 붙어 따라오는 ‘녀석’을 볼 수 있다. 바로 엉겅퀴, 도꼬마리, 도깨비풀 같은 식물의 씨앗이다.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사람 옷이나 동물 털에 들러붙어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특수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고 있는 ‘찍찍이’라 부르는 벨크로 테이프는 엉겅퀴 씨앗을 흉내낸 발명품이다.

1948년 프랑스의 조르주 드 메스트랄이 발명한 이 제품은 각종 신발과 의류는 물론이고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 내에 물건을 고정시키는데도 이용되고 있다. 벨크로는 자연에 존재하는 특수한 기능을 공학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예로 생체모방 또는 자연모사기술을 언급할 때 항상 등장한다.




예를 들어 연꽃잎의 표면은 물기나 먼지가 남아있지 않고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연꽃잎의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돌기가 산봉우리처럼 있고 여기에 나노미터 크기의 돌기가 나무처럼 배열돼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연꽃잎은 물을 밀어내 물방울이 퍼지지 않고 맺히도록 하는 효과를 보인다.

이를 이용하면 섬유 올 하나하나에 돌기를 만들어 비에 젖지 않는 옷을 만들거나 스스로 먼지나 때를 없애는 페인트를 개발할 수 있다. 목욕탕 거울에 연꽃잎 효과를 내는 필름을 코팅하면 김이 서려 뿌옇게 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고 자동차 전체에 이런 필름을 코팅하면 따로 세차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연꽃잎 표면은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돌기가 산봉우리처럼 있고 여기에 나노미터 크기의 돌기가 나무처럼 배열돼 있어 물을 밀어낸다. 사진은 연꽃잎 표면을 500배 확대한 모습.

또 후미진 곳에서 하찮게 보이는 거미줄이 강철보다 5~10배 강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인공 거미줄을 대량 생산하는데 거미줄 성분의 단백질을 합성하고 거미줄을 생성하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캐나다 생명공학회사인 넥시아에서는 거미줄 유전자를 염소에 이식해 이 염소의 젖에서 거미줄 단백질을 추출한 뒤 전기방사공정으로 인공 거미줄인 ‘바이오스틸’(BioSteel)을 개발했다.

바이오스틸은 의료용 봉합사로 활용될 수 있다. 전기방사공정은 거미줄 단백질이 포함된 용액이 나오는 노즐과 전극 사이에 고전압을 걸어주면 용액이 섬유 형태로 퍼져 나가 인공 거미줄이 만들어진다.

인공 거미줄 같은 나노섬유는 화상을 치료하는데 쓰는 거즈로 유용하다. 기존 거즈로 상처 부위를 덮으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살이 자라기 힘들다. 하지만 나노섬유를 뿌려 만든 거즈는 세균이 침투하지 못하지만 공기는 통하는 미세한 틈새가 있어 새 살이 돋는데 좋다. 현재는 동물실험 단계다.

사람 귓속에는 지름 수백nm에 기다란 막대형태인 부동섬모(stereocilia)라는 구조가 있다. 부동섬모는 소리, 즉 공기나 물이 진동하며 압력을 가해 생긴 파를 신경계에 전달한다. 청각기능과 평형기능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감지하는 역할도 한다. 인체의 부동섬모는 공학적 센서보다 감도가 훨씬 좋다. 예를 들어 부동섬모를 이용하면 움직임을 측정하는 자동차 에어백용 가속도 센서보다 100배 이상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나노공정기술로 제작한 미세한 부동섬모를 이용한 청각센서는 막의 떨림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기존 센서에 비해 크기가 작으며 감도는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 현재 휴대전화 스피커는 고주파의 귀뚜라미 소리를 잡아낼 수 없지만 인공 부동섬모로 만든 청각센서는 사람 귀처럼 고주파도 감지할 수 있다. 인공 부동섬모 장치는 귀의 전정기관처럼 생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나 물고기 옆줄처럼 물의 작은 흐름을 파악해 적 잠수함을 찾아내는 센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자연모사 또는 생체모방이라는 분야는 국내외적으로 아직 탐색 연구 단계에 있지만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력,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개발을 통해 무한히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분야에 따라서는 나노기술과 바이오기술이 함께 발전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융합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김완두 박사의 ‘자연에서 얻는 공학적 영감’에서 발췌 및 편집>
| 글 | 편집부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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