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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으로 지진 막는다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이상 재해에 대한 대비는 언제나 필요하다. 1970년대 원자력발전소를 시작으로 1988년엔 일반 건축물에도 내진설계 기준을 도입·적용해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공항,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에서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지진공학의 숨은 역할은 막중하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이나 교량이 파괴되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축소모형이나 실제 크기의 모형을 제작해 진동대 위에서 실제 지진처럼 흔드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모형의 제작에는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진동대 위에 설치할 수 있는 모형의 크기나 모양에도 많은 한계가 있다. 메커니즘을 알고 싶은 구조물이 수십층 이상의 고층 건축물이나 한강 다리 같은 수백m 길이의 긴 교량인 경우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이렇게 축소모형이 필연적으로 갖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전체 구조물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중요한 부분만 실제 크기로 제작해 실험하기도 한다. 이 경우 진동대 위에 설치해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유압가력기라는 장치를 이용해 파괴가 예상되는 부위에 힘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건축물의 기둥이나 교량의 교각이 지진에 의해 먼저 파괴되므로 전체 건축물과 교량이 붕괴되는 피해를 입게 되는데, 이때 기둥과 교각의 파괴 현상을 파악해 보강방법과 내진설계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구조 실험도 전체 구조물에서 받는 조건을 그대로 재현하기에는 한계를 가진다. 전체 건물의 한 부분인 기둥은 벽체나 보 등과 연결돼 있어서 이들의 영향을 받지만, 실험을 위해 장치한 기둥만으로는 건물 전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어렵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실험에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해석 기법을 도입하게 됐다. 즉 기둥처럼 중요한 부분은 실제 크기로 제작해 실험을 하되 벽체와 보 등 나머지 부분은 컴퓨터 수치해석 기법을 이용해 모사하는 것이다. 수치해석으로 얻은 결과를 활용해 기둥에 힘을 가하고, 이를 통해 알게 된 기둥이 움직이는 특성을 응용해 나머지 구조물에 대한 수치해석을 수행한다. 이런 작업을 반복하면 지진이 났을 때 전체 구조물이 움직이는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실험과 수치해석을 동시에 수행하는 실험기법을 ‘하이브리드 실험’이라고 한다. 초기의 하이브리드 실험은 실험 장비를 제어하는 컴퓨터와 수치해석을 수행하는 컴퓨터가 같은 장소에 존재했으며 이를 근거리 네트워크로 연결해 이뤄졌다.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이 구축된 오늘날에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원거리 실험시설 간의 하이브리드 실험이 가능하다.

한 교량의 각 구성요소들을 나눠 각각의 원격지 실험실에 설치하고 진동을 제어한다. 여기서 얻어지는 결과를 이용해 수치를 해석하고, 각 실험실에서는 얻어진 수치해석 결과를 바탕으로 각 구성요소별 실험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기술의 발달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발생하는 실제 구조물의 움직임을 좀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안전하고 경제성 있는 내진설계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전 국가적인 지진재해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신설 구조물의 내진설계도 중요하지만 기존 구조물의 내진성능을 확보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구조물마다 다양한 보강기법과 기술이 개발돼 실용화되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보고서가 발간돼 있다. 보강의 경우 잔여수명을 고려해 보강기준 지진의 세기를 조정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더 이상 의미 있는 질문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지진 위험수준에 맞는 어떤 자연재해 경감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현재 건물이나 교량, 댐, 항만, 도로, 공항 등 사회기반시설의 지진 안전성 확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내진설계와 내진보강이다.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상세한 내진설계가 필요하며, 필요에 따라 진동을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건물의 유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체계적인 지진 후 대응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안전에 대한 국민 의식일 것이다.


<장승필 교수의 ‘재난 극복의 첫걸음 지진공학’에서 발췌 및 편집>

| 글 | 편집부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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